서울이라는 공간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예고편 없는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어서
머리 속에 그려놓은 스케줄 표와는 상관없이
하루가 제멋대로 그림을 그려대니
그럴 때는 흘러가는 대로 몸을 내맡겨야만 한다.
물론
의지와 관계없이 하루를 저당 잡힌다고 해서
세상이 뒤집힐 일은 없을 터
그냥 그렇게 하루를 온전히 바치고 나니
그 하루가 소진된 일년을 멋지게 마무리 시켜준다.
본래의 목적은 친절하고 상냥하고 정확하고 믿을만한
경희 秀 한의원에서
그동안 낡고 부서지도록 사용한
몸을 보완하고 다시 재생시키기 위해 나선 걸음이었다.
시작은
그러했다지만 서울로 발길을 놓았다는 글이 뜨기 무섭게
여기 저기서 러브콜 전화...당연히 즐거울 일이나
순서를 잘 정하지 않으면 일년이 괴로울 일이기도 해서
적당히 피해가는 센스를 발휘하고 나니
그야말로 만나면 행복지수 팍팍 올라가는 군상들과
하루를 함께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각자의
이러저러한 일들을 마치고 대학로 뒷길에 자리한
떡카페 "다미재"에서 1차 모임.
역시
탁월한 선택답게
맛과 모양과 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떡과 다식과 차 앞에서는
다들 체면 차릴 필요도 없이 정신을 놓고
다미재 만의 명물 단팥죽은
그야말로 맛보지 않으면 억울할 일이기도 해서
우선 순위로 먹고 보니
과연 둘이 먹다간 싸움 날 일이기도 하겠다 ㅎㅎ.
서울 과학고 가는 길목 한켠에
그저 무심히 자리잡은 "일번지" 중화요리는 2차 저녁식사를 위해 선택 되었지만
본래 중국집의 면모와
원래의 중국 음식 맛과
중국어의 묘한 어우러짐이 돋보여서
자칭
맛의 달인들...정신없이 게눈 감추듯이 먹성을 자랑하고
마지막 마무리를 위해 들른 3차...역시
한국인은 3을 좋아하는 것 맞다...성균관대학교 뒷골목
찾기도 힘든 곳에서 매니아들을 기다리고 있는 woodsrock.
이미
이름 만으로도
분위기를 파악하고도 남음이다.
망년회 일정 코스를 제대로 안내해 준
서준원 교수의 어색하지 않은 폼새와 멋은
그의 영국 유학시절을 짐작케 하고 추억하게 하나
고되었어도 즐거웠을 시절은 어느새 기억 뒤편에 있다.
물론
흥겨운 분위기에 도취한 우리의 무용가 김미경 쌤 역시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해
좁은 실내를 휘젓고 다녀도 모자랄 판이고
한때
우리의 청춘과 동행을 자청하던
그 시절 그 노래와 영화 음악- 그 많던 경아는 다 어디로 갔는지-이 실내를 장악할 무렵
레코트판의 진수를 실감하게 되면서
이미 도취와 절정의 순간,
무아지경을 접하고 나니
돌아가야 할 시간...그러나 발길은 돌아서기 쉽지 않다.
부츠, 굽, 부러짐...
아,
즐거운 망년회가 망할년회가 되는 순간이다.
남이야 굽이 부러지거나 말거나
그저 행복한 서울댁 그녀들...김미경쌤과 최춘희 시인.
그녀 최춘희 시인의 詩를 읽고 있으면
절절함이 그득해지고
단 한모금의 알콜에 졸도해 버린 그녀는
여전히 깨어날 줄을 모른다
그리고
갖출 것 다 갖춘 장소에서
"눈과 귀와 입을 즐겁게"의 선두주자 쥔장 황재영 님.
그 남자 덕분에
요즘 들어 잃어버렸던 레코드 음악의 진수와
록의 열정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나니
역시
아나로그가 여전히 좋은
지나간 청춘이다.
그리고
그 하루
지난 2008년의 소진을 상쇄 시키고도 남음이요
다가올 2009년을 위한 재충전의 날이기도 했다.
첫댓글 여전히 유쾌하시네요. 좋아보여요.샘.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오네요. 오후에 빨간색 우산을 들고 저도 친구 만나러 나가야겠네요. 1월에 들르겠습니다.
그래요. 한 해의 마무리 잘 하고 1월에 만납시다. 여전히 좋은 날..
와우~! 보라색 일색~? 와우~! 정말 멋진 하루를 보내셨군~!
ㅎㅎㅎ 즐거운 하루였습니당.
멋진망년회 추카추카~~~~~추억여행 잘 하시고 돌아오신 쥔장님 한해 마무리 무탈하소서...바쁜나날보내고잇슴다.ㅋㅋ^*^
ㅎㅎㅎ 어쩐지 안보이시더라니까요...건강하게 잘 지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