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쫓기는 상황에서 팀승리를 결정지은 고근태 7단(오른쪽). 유창혁 9단과는 첫 대결이었다.
영남일보, 킥스에 2-3으로 지며 개막전 이후 3연패 부진 킥스, 첫날 싹쓸이 2연승에 둘째 날 고근태가 쇄기 박아
킥스의 선두 추격이 시작됐다. 킥스는 12~13일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이진 KB국민은행 2010한국바둑리그 3라운드 4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영남일보를 3-2로 물리치고 리그 2승째를 올렸다. 3연속 우승팀 챔피언 영남일보는 3연패에 빠졌다.
킥스의 대진운은 별로 좋지 않았다. 첫날 출전한 이재웅과 홍성지가 각각 김지석과 박정상에게 상대전적 열세에 놓였던 것. 이재웅은 김지석에게 1승4패, 홍성지는 박정상에게 2승5패로 밀려 있었다. 킥스로선 1승1패라도 만족으로 보았을 터. 그런데 결과는 2-0. 뜻밖의 수확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 이재웅 6단(왼쪽)이 상대팀 1지명 김지석 7단을 꺾으며 팀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 킥스 이재웅ㆍ홍성지, 영남일보 투톱 제압 승리의 일등공신은 이재웅이다. 영남일보 1지명자인 김지석과의 대결은 누가 봐도 김지석의 승리를 점쳤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타났다. 두 선수는 전투가 장기인 만큼 초반부터 대접전을 펼쳤다. 하변부터 시작된 전투가 전판을 휩쓸었다.
결과는 이재웅이 약간 앞섰다. 형세가 좋지 않다고 판단한 김지석은 실리를 계속 차지하며 버텨갔지만 이재웅은 역전의 흐름을 주지 않았다. 기세가 오른 킥스는 2지명 간의 대결에서도 홍성지가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아 나간 끝에 박정상을 따돌리고 승점을 보탰다.
▲ 2지명 간의 대결에서 승리한 홍성지 8단(왼쪽)이 복기하고 있다.
○… 박승현, 인내의 역전승 2-0으로 앞서야 할 판에 거꾸로 0-2로 뒤져 있는 상황에서 등판한 영남일보 박승현의 부담은 컸다. 초반 의욕적인 대모양 작전에 유리하게 출발했으나 이내 공격의 실수로 주도권을 킥스의 이태현에게 넘겨 주었다.
그러나 이태현은 끝낼 때 끝내지 못했다. 그 찬스는 너무도 많았다. 박승현은 인내하며 뚜벅뚜벅 두어가더니 결국 반격의 기틀을 만드는 승리를 챙겼다. 이태현의 패인은 느슨함.
▲ 몇 번의 위기를 딛고 승리를 거둔 박승현 선수(오른쪽).
○… 고근태, 영남일보 추격에 찬물 첫날 의외의 성과를 거둔 킥스로선 8부능선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지명자를 아껴둔 데 비해 상대팀은 1ㆍ2지명자를 모두 썼기 때문. 3국에서 반격을 당했지만 아직 장고바둑과 5국에 출전할 1지명 박정환이 남아 있어 킥스로선 여유가 있었다.
팀승리의 결정은 고근태가 했다.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을 맞아 초반부터 잔바둑으로 끌고간 것이 승리를 불렀다. 유창혁으로선 자신의 바둑으로 이끌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던 대목이다. 더욱이 5국에서 강유택의 선전이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 영남일보 승수 60% 차지한 강유택 5국은 3국이 다소 늦게 끝나는 바람에 40분 늦게 들어갔다. 대기실에서 두 선수는 장고대국의 승패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팀승패를 알고 있었다 치더라도 전승을 향해 가고 있는 두 선수의 개인전은 치열했다.
초반은 박정환이 포석에서 선취점을 취했다. 하지만 성급함이 화를 자초했다. 우하 대마 공격에 선수라도 둔 것이 빌미. 강유택은 대마의 생사에 승부를 걸면서 버텨나갔다.
'잡느냐, 잡히느냐'의 결과가 곧 승부가 됐다. 대마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김영환 해설자는 "도저히 삶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서 강유택은 삶을 찾는 수순을 발견했다. 패였지만 살자는 팻감이 많았고, 흑으로선 패에 질 경우 피해가 커진다. 여기서 승패가 갈리고 말았다.
▲ 2승자끼리의 대결에서 강유택(왼쪽)이 승리. 강유택은 팀이 거둔 5승 중 3승을 올렸다.
○… 킥스는 팀 분위기 쇄신, 영남일보는 추락 킥스는 2라운드의 대역전패로 가라앉을 뻔한 팀 분위기를 다시 쇄신시킨 라운드였다. 하지만 끝낼 수 있는 기회에서 끝내지를 못하는 뒷심 부족을 여전히 드러낸 것은 아쉬운 대목이었다.
반면 하이트진로와 함께 강력한 포스트진출 팀으로 여겨졌던 영남일보는 3연패에 빠졌다. 또 한팀 티브로드 역시 전력의 상승효과를 보았다지만 아직 첫 승을 올리질 못하고 있다. 4라운드에서 킥스는 충북&건국우유를, 영남일보는 넷마블과 대결한다.
기전 규모 29억5000만원, 우승 상금 2억5000만원의 2010한국바둑리그는 9개팀이 더블리그를 벌여 상위 네 팀이 포스트시즌에 올라 스텝래더 방식으로 최종 우승팀을 가린다. 다음 경기는 17~18일 4라운드 1경기로 한게임-신안천일염의 대결이 벌어진다. 두 팀 모두 무패행진 중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 승자 한마디 & 톡톡 한마디 "진다고 해도 욕은 안 먹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열심히 두어 많이 배우자는 자세로 암했습니다" (킥스 이재웅ㆍ사진 오른쪽) "낙관하는 것을 고치려 하는데 잘 안 됩니다." (킥스 홍성지ㆍ사진 왼쪽) "바둑판에서 한참 손이 비행하다가 멈췄어요." (목진석 해설자) "스탭이 엉켰다고 할까요." (김효정 진행자) "미스테리죠." (목진석 해설자) "박정환 선수가 숙제를 잘 했다면 저 돌을 잡겠죠." (김영환 해설자 - 양재호 감독이 팀원들에게 사활문제를 주어 풀라고 했다면서)
▲ '검토의 여왕' 루이나이웨이 9단이 킥스 진영에 자리해 검토를 주도하고 있다.
▲ 영남일보는 백대현 7단을 중심으로 검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최규병 감독.
▲ 5국의 돌가리기를 하는 두 선수. 강유택이 맞히지 못해 백을 잡게 됐다.
▲ 영남일보의 강유택(왼쪽)과 박승현. 자신들은 이겼지만 장고대국의 형세가 좋지 않자 침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