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날씨 전망에 의하면 올 여름은 유난히 무덥다. 폭염과 열대야로 몸이 끈적끈적해 잠 못 이루는 밤도 많단다. 그렇다고 걱정할 것 없다. 숲을 찾아 피톤치드와 음이온을 체내에 흡수하면서 여름 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내면 된다. 피톤치드가 노폐물 배출과 신진대사를 활성화시키고, 음이온이 피를 맑게 하고 신경조직을 이완시켜 긴장을 풀어준다.
우리나라의 바다는 나름대로 특색이 있다. 그 중 동해는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한 에메랄드빛이 여름철에 더 진하다. 수목원도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으로 사람들을 맞이한다. 여름철, 수목원의 전망대에서 동해를 바라보며 더위를 식히는 것은 어떨까. 포항에 있는 경상북도수목원으로 떠나보자.
새로운 길을 달리는 것도 행복이다. 수목원을 오가며 바다풍경이 아름다운 동해의 해안도로와 녹색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굽이 길에서 드라이브도 즐긴다. 하늘과 산이 맞닿는 수목원은 샘재 정상에 있어 어느 방향에서 오든 산길을 10여 ㎞ 달려야 한다. 청하의 서정삼거리에서 68번 지방도를 따라 구불구불 산길을 한참 달리면 고지대라 귀가 멍멍하고 건너편 산봉우리가 발아래로 펼쳐진다. 첩첩산중 산골짜기에 수목원이 있기나 할까 의문이 들 때 고갯마루에서 수목원을 만난다.
경상북도수목원은 2005년까지 내연산수목원이었다. 포항시에서 가장 오지인 고지대(해발 650m)에 높은 산들로 둘러싸여 분지 형태를 이룬 국내 유일의 고산수목원이다. 넓이도 국내 최대 규모인 974만평으로 임야가 74% 포지가 26% 이다. 기온도 산 아래보다 3~5도 낮아 계절을 더디게 맞이한다. 이곳에는 향토고유수종과 국가식물유전자원의 보전 및 연구·정서함양을 위한 자연친화적 생태교육체험장이 조성되어 있고, 관찰이 용이하도록 전문수목원·일반수목원·특수정원을 24개의 소원으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정문에 들어서 처음 만나는 건물이 방문자안내소이다. 이곳의 전시실과 상영관에서 수목원의 역할과 향토식물자원을 알아본다. 비치된 팸플릿을 보고 능력에 맞는 체험코스를 결정한 후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 가는 길은 천천히 돌아서 가는 오솔길과 나무계단이 직선으로 연결된 지름길 중 한 곳을 선택하면 된다.
2층의 팔각정 전망대에 오르면 바닷가 방향의 월포해수욕장·호미곶·포항제철, 수목원 뒤편의 향로봉·우적봉·삿갓봉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망원경이 있다. 몇 발자국만 내딛으면 바닷가에 닿을 것 같은 전망대로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온다. 이곳저곳 수목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다 나들이 나온 가족이 잘 익은 수박을 건네줘 더위를 식혔다. 때로는 작은 것에 감동하는 게 삶이다. 그것이 새로운 인연을 맺어주기도 한다. 한웅빈(포항제철서초 3학년)네 삼남매가 사이좋게 망원경으로 주변 풍경을 관찰하는 모습이 귀여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
▲ 시계방향으로 - 횡단배수로, 마가목과 때죽나무, 야계연못, 공작단풍 |
ⓒ 변종만 |
| |
산책코스인 오솔길로 내려오면 우산고로쇠·너도밤나무 등 울릉도에 자생하는 식물을 전시한 울릉도식물원이다. 이곳의 물가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와 궁합이 맞는다는 마가목과 흰색 꽃을 잔뜩 매단 때죽나무, 가까운 길가에서 꽃을 피운 튤립나무를 만났다. 맞은편이 옛날 조상들이 즐기던 나물과 약재로 쓰던 식물을 전시한 식약용식물원이다. 습지와 물속에 사는 식물을 전시한 수생식물원 야계연못에 수양단풍, 수양벚나무가 있다.
|
▲ 시계방향으로 - 수목원대장군과 수목원여장군, 솟대, 전시실, 관리소 |
ⓒ 변종만 |
| |
관리소에는 작은 전시실이 있다. 뒤편의 침엽수원은 은행나무처럼 잎이 넓거나 이팝나무처럼 낙엽이 지는 침엽수, 고산식물원은 높은 산지에서 볼 수 있거나 북부지역에만 서식하는 수종을 알려준다. 무궁화원을 지나면 깊지 않은 습지에 형형색색의 꽃창포가 피어있는 창포원이다.
땅에 밀착하여 토양유실을 방지하는 식물이 식재된 지피수원, 공기 정화와 그늘로 도움을 주는 도시 가로수가 줄지어선 가로수원, 울타리가 되는 나무가 자라고 있는 생울타리원, 경북 최대의 산철쭉 자생지인 철쭉원, 아열대 수종과 식충식물을 전시한 온실을 차례대로 돌아본다.
수목원 곳곳에서 장승을 만난다. 온실 앞에도 장승들이 많다. 회양목과 모래를 사각형의 공간에 자수를 놓듯 배치한 자수화단에 모란과 작약이 화사하게 꽃을 피웠다.
수목원의 푸르른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중앙의 연못이 연못원이다. 300여 평의 연못원은 정자와 벤치가 있는 공간으로 수목원의 심장역할을 한다. 물가라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고 그늘이 많아 쉼터로 좋다. 연못 주변 나무 밑 벤치에 앉아 물위에 떠있는 연꽃, 수련, 부들을 바라보거나 아이들이 물고기를 따라 우르르 몰려다니는 풍경도 정겹다.
|
▲ 시계방향으로 - 자수화단, 자수화단 옆 장승, 온실, 온실 앞 장승 |
ⓒ 변종만 |
| |
여러해살이 풀 중에서 땅 속 뿌리로 겨울을 나고 이듬해 다시 잎을 틔우는 숙근야생초원, 하늘과 땅의 소통을 이루던 솟대, 10여m 크기의 수목원대장군과 수목원여장군을 구경하고 낙우송길과 식사광장을 지나 매점 뒤편 야생초원으로 가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초들이 계절에 따라 아름답게 꽃을 피운다.
숲해설사 정홍표님이 수목원을 돌아보는 내내 동행하며 도움을 줬다. 그의 말대로 나무나 꽃 이름에 목맬 필요가 없다. 보고 느낀 대로 자연 그 자체를 즐기는 데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경북수목원은 가족, 친구, 연인과 서너 시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돌아보기에 좋은 자연학습장이다. 10명 이상 방문시 미리 예약하면 숲해설사가 동행한다. 근처에 식당이 없어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