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분향소 불자ㆍ시민 조문 끊이지 않아
- 조계사 사흘만에 10만명 조문
조계종 25개 교구 본사를 비롯해 전국 100여 개 사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시분향소가 마련된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사부대중의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분향소를 마련한 서울 조계사는 시민과 불자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 사찰 추모 열기 ‘고조’
위패 봉안…봉하마을 찾기도
▲ 지난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서울 조계사(주지 세민스님)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접한 직후인 지난 23일 오전 경내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조문객을 맞았다.
조계사는 “분향소 설치 당일 방문한 인원만 1만 명에 달하고 26일 현재 조계사를 다녀간 조문객이 1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 봉은사(주지 명진스님)도 24일 경내 진여문 앞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29일까지 조문객을 맞았다. 봉은사는 노 전 대통령 가족이 매년 부처님오신날 마다 연등을 건 사찰로 알려져 있다.
제2교구본사 용주사(주지 정호스님)는 24일 경내 호성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설치했다. 초하루 법회와 주말을 맞아 신도와 지역주민 등 2000여 명이 방문해 조문했다.
제3교구본사 신흥사(주지 무산스님)와 제4교구본사 월정사(주지 정념스님)도 각각 명부전과 적광전에 분향소를 마련해 조문을 받고 있으며 신도를 비롯해 지역주민, 관광객 등 1000여 명의 조문객들이 다녀갔다.
월정사 사회국장 법천스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 휴가 때 월정사를 방문하는 등 월정사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며 “영결식 이후 49재도 잘 봉행해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분향소를 마련한 서울 조계사는 시민과 불자들의 조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 대전 비구니 청림회스님들이 지난 25일 김해 봉하마을 빈소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대전과 충남지역의 불교계에서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제6교구본사 마곡사(주지 법용스님)는 대광보전, 제7교구본사 수덕사(주지 옹산스님)는 명부전에 각각 분향소를 마련하고 조문객을 맞았다. 또 공주 동학사(주지 견성스님)와 공주 갑사(주지 태진스님)도 대웅전 앞마당과 영가단에 분향소와 위패를 각각 마련해 계룡산을 찾는 사람들이 분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대전지역 비구니 스님들의 모임인 대전비구니청림회(회장 효경스님)는 25일 회원 스님 30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봉하마을을 직접 찾아 조문을 하고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독경을 했다.
○…부산경남 불교계도 각각 사찰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했다.
해인총림 해인사(주지 선각스님)와 제13교구본사 쌍계사도 24일 각각 대적광전과 대웅전에 분향소를 설치했다. 500여 명의 조문객이 다녀간 해인사는 매주 월요일 10시부터 49일간 천도재를 봉행하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부산 여여선원을 비롯한 지역 사찰에는 분향소를 찾는 불자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제14교구본사 범어사(주지 정여스님)는 24일 범어사 설법전에서 추모법회를 봉행했다. 이날 설법전 안과 밖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2000여 명의 사찰신도와 시민으로 가득 찼다. 이날 범어사 주지 정여스님은 법어에서 “고인의 말씀처럼 우리 생명은 자연의 일부이며 궁극에는 자연으로 돌아간다”면서 “연꽃처럼 맑고 청정한 마음으로 극락세계에서 갖가지 아름다운 빛을 발하고 어려움에서 벗어나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 부산 범어사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절을 올리며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불자들.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정우스님)도 24일 설법전에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고 법회를 봉행했다. 법회에 참석한 5000여 명의 불자들은 <반야심경>과 <금강경>을 독송하며 극락왕생을 일심으로 기원했다. 통도사 주지 정우스님은 “태어남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라며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는 안타까운 현실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교구본사들도 빈소를 마련하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고 있다.
제8교구본사 직지사(주지 성웅스님)는 24일 대웅전에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를 설치했으며, 25일에는 박보생 김천시장이 분향소를 찾아와 조문했다.
또 제9교구본사 동화사(주지 허운스님) 설법전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24일 3200여명의 대구시민이 동화사를 찾았으며, 26일 현재까지도 추모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동화사는 29일 이후 고인의 위패를 영가단에 봉안한 뒤 49재를 봉행할 계획이다.
제10교구본사 은해사(주지 돈관스님)는 대웅전 앞 심검당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추모 현수막을 사찰 안팎에 게시했다. 현재 심검당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은해사는 조문객들에게 문화재구역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제11교구본사 불국사(주지 성타스님)도 극락전에 분향소를 마련했다. 제16교구본사 고운사(주지 호성스님)도 대웅전에 분향소를 마련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25일에는 김복규 의성군수를 비롯한 지역 관계자들이 고운사를 방문해 노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이와 함께 동화사.은해사.고운사 등 3개 교구 본.말사 스님들은 지난 28일 봉하마을에 마련된 빈소를 방문해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고운사 주지 호성스님은 “동서화합과 남북화해를 위한 고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계승할 것은 계승해야 한다”며 “이를 계기로 현 정부도 현실을 직시하고 화합을 위해 손을 내밀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호남 땅끝 사찰에도 마련돼 불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22교구본사 대흥사를 비롯한 고불총림 백양사,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조계총림 송광사 등 남도 4본사는 23일 경내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애도했다. 또한 여수 향일암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참배객들이 노 전 대통령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있다.
백양사 주지 시몽스님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우리 모두의 비극”이라며 “그렇다고 절망에 빠져선 안된다. 희망을 갖고 현재 이 순간을 사는 온 국민들이 먼저 가신 분의 넋을 추모하면서 화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 무각사, 원각사, 문빈정사 등 도심 포교당과 지역의 각 사암도 법당에 분향소를 마련하고 추모객을 맞이하고 있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법일스님) 회원들은 24일 노 전 대통령의 생가가 있는 봉화마을을 찾아 애도했다.
광주전남불교협의회(상임대표 영조스님)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애도하는 성명을 냈으며, 26일 광주 문빈정사에서 추모법회를 봉행했다. 광주전남불교협의회는 성명을 통해 “광주.전남은 민주화 동지를 잃었다”며 ”우리는 노 전 대통령이 지역감정 해소와 국민통합, 민주주의 발전,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위해 평생을 살았다는 것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불교계의 노 전 대통령 추모열기는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전직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에 대해 ‘마지막 가는 길’을 편안하게 해주고자 하는 불자들의 마음이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특별취재팀
[불교신문 2528호/ 5월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