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바둑에는 호선(互先)과 정선(定先)으로 두는 방법이 있는데, 대국자의 기량이 비슷할 때에는 호선으로 두고, 선번(先番;흑번)을 교대로 가진다. 흑을 쥔 사람이 제1착을 두고, 이하 번갈아 두어 나간다. 바둑에서는 선번이 유리하므로 공평을 기하기 위하여 일반적으로 흑은 백에게 5호 반의 <덤>을 낸다. 게임이 끝나 흑이 8호 이겨 있다고 하면 덤 5호 반을 공제하여 흑이 2호 반 이기게 된다. <빅(흑집, 백집이 같은 수)>이면 백이 5호 반 이긴 것이 된다. 기량이 비슷하면 5호 반의 덤으로 계산하면 실력은 어슷비슷해진다. 기량에 차이가 있을 경우에는 덤 없이 정선(항상 선번)으로 두든지, 하위자는 미리 돌을 놓는 핸디캡으로 진행한다. <접바둑>은 보통 돌 2점에서 9점까지 접어주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9점 이상을 접어줄 때도 있다. 〔그림 39〕처럼 9점까지의 치석(置石)은 반드시 화석에 놓는다. 흑 1부터 흑 9까지가 접바둑에서 돌을 미리 놓는 순서이며, 그 이상을 접어줄 때에는 우선 a에 더 놓고, 더 접어줄 때에는 b에 놓는다. 아마추어의 경우 1급 차 또는 1단 차에 돌 하나씩으로 계산하므로 초단은 2단에 덤 없이 정선으로, 5급은 초단에 돌 5점을 놓는 것이 보통이다.
(2) 한판의 바둑
먼저 호선인가 정선인가, 몇 점 접어주는가 결정하고, 바둑통은 바둑판 정면 대국자 앞에, 바둑통 뚜껑은 대국자 앞 오른쪽에 놓고, 상대방이 잡은 돌 수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 호선 때의 흑번을 가릴 때에는 일반적으로 연장자가, 프로인 경우에는 상단자가 바둑돌을 쥐고 상대방이 홀수냐 짝수냐를 바둑알로 나타낼 때, 쥔 바둑돌을 펴서 맞추면 흑, 못맞추면 백으로 결정된다. 접바둑 때에는 제1착을 상수(上手;백)가 두고, 호선·정선바둑에서는 흑이 제1착을 둔다. 제1착점은 대개 우상귀에 둔다. 우상귀는 상대방이 가장 두기 힘든 좌하귀에 해당되기 때문에 예의상 생긴 관습이다. 바둑 한판은 보통 서반(序盤)·중반·종반의 3단계로 나뉘는데, 내용으로 보아 서반은 중반에 대비한 <포석(布石)>, 중반은 <전투>, 종반은 싸움이 대체로 끝나 집을 확보하기 위한 <끝내기>에 해당한다. 프로 고단기사의 바둑에서 포석·전투·끝내기의 장면을 보기로 들어본다. 〔그림 40〕에는 제1착부터 서반전의 십여 수가 숫자로 표시되어 있다. 바둑판의 앞이 선번(흑), 그 맞은편이 백번(백)이다. 이 보기의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포석은 귀 → 변 → 중앙이라는 순서로 두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으로 되어 있다. 집과 근거를 확보하는 데 가장 쉬운 귀로부터 두기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림 41〕 (Ⅰ)에서 귀의 착점은 a가 <화점>, b가 <삼삼(3三)>, c의 두 점이 <소목(小目)>, d의 두 점이 <외목(外目)>, e의 두 점이<고목(高目)>이며, 대개 이 8군데에 한정된다. (Ⅱ) 소목에서 한 수를 더 두어 흑 1에 두는것을 <굳힘>이라 하고 (Ⅲ) <굳힘>을 방해하는 백1을 <걸침>이라 한다. 굳힘과 걸침은 이 보기에 국한되지 않고 여러 종류가 있다. 〔그림 40]으로 돌아가, 흑 5가 굳힘이고, 흑 7이 걸침이다. 귀의 걸침수는 종종 부분적으로 절충으로 발전하는데, 백 8 이하 16까지는 2칸 높은 협공 <정석(定石)>의 일종이다. 정석은 귀에서 쌍방이 타당한 점에 돌을 놓음으로써 거의 호각(互角)으로 나누어지는 전형적인 변화형을 말하며, 그 수는 많다. 정석은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가 연구·개발되어 있다. 〔그림 42〕는 수순(手順)이 진행되어 바둑은 서반에서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집은 전체적으로 흑 쪽이 많다. 그러나 좌상 흑의 일단이 약해, 백은 2 이하의 <공격>으로 전기(戰機)를 잡으려 하고 있다. 돌이 약하다는 것은 안형이 적고, 살아나는 데 고생이 된다는 말이다. 이 판은 백의 공세, 흑의 <헤쳐나가기>를 둘러싸고 중반전이 전개되고 있다. 〔그림 43〕은 종반전의 끝내기 단계에 들어가 있다. 끝내기는 대체로 집의 경계선이 명확해지고 얼마간의 싸움을 하면서도 서로 집을 굳혀나가는 과정이다. 끝내기는 큰 수를 두는 <큰 끝내기>와 <작은 끝내기>로 나뉘는데, 〔그림〕의 백 1에서 흑 10 정도가 큰 끝내기에 해당된다.
(3) 종국과 계가
바둑을 마지막까지 두지 않고 도중에 승부를 포기하는 일도 있다. 대국자가 항복하면 승자는 불계승(不計勝)이 된다. 불계패를 선언하는 것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대마(大馬)>가 잡혔을 경우, 집크기는 비슷해도 결과에 영향을 줄 만한 데가 없어 회복불능인 경우 등이다. 마지막까지 두어 게임이 끝나면 집의 크기를 계산한다. 집이 많은 쪽이 이기며, 집의 차이에 따라 흑 3호승, 백 1호승 등과 같이 승패를 결정한다. 집크기가 같으면 <빅>이 되나, 5호 반등의 덤바둑에서는 <빅>이 될 수 없다. 가령 13줄 바둑판을 사용해서 계가해 보기로 한다. 이것은 바둑 한판의 최종단계에 해당된다. 〔그림 44〕는 바둑이 끝나 쌍방의 이익이 될 만한 착수는 아무 데도 남아 있지 않다. 종국을 서로 확인하면 계가에 들어간다. ① 먼저 자기편 집의 필요한 <손질>을 한다. 흑은 a, b, c의 3군데에 손질을 하고 백은 d, e의 2군데에 손질을 한다. ② 서로의 집에 관계가 없는 경계선의 공배를 메운다. 손질과 공배를 메우는 것은 일정한 순서가 없어도 된다. 〔그림 45〕가 한 보기인데, 마지막인 흑 19까지는 승부에 관계없는 수순이다. 1, 3, 5, 6, 8 이외는 모두 공배이다. 공배를 메울 때 본래의 집이 없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예를 들면 백이 10에 놓으면 흑은 11에 놓아야 한다. 두지 않으면 백 11로 a의 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14의 곳은 백 15에 두어도 흑 17이기 때문에 여기는 1호도 되지 않는 공배이다. 흑 19로 공배를 다 메웠다. ③ 다음에 잡은 상대방 돌을 전부 들어낸다. 흑은 상변의 백돌 2알, 우하의 백돌 2알 계 4알을, 백은 좌하의 흑돌 5알(죽은 돌)을 들어낸다. 이 예제에서는 이미 흑은 잡은 돌 3알이 있었고 백은 2알이 있어서, 쌍방이 잡은 돌은 합계 7알씩이 된다. 이 잡은 돌로 상대방의 집을 메운다. 그 결과가 〔그림 46〕이 된다. ④ 마지막으로 집을 계산하기 좋도록 집을 정리한다. 이때 집이 증감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완성된 그림이 〔그림 47〕이다. 흑집은 상변에 10호, 하변에 12호, 합계 22호, 백집은 좌하에 18호로서, 결국 흑의 4호승이 확인되었다. 흑 5호 반의 덤바둑이면 백의 1호 반승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