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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인덕 세바스티안 신부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의 임인덕 세바스티안(P. Sebastian Heinrich Rothler, OSB) 신부가 독일 시간으로 10월 12일 끝기도 후(한국 시간 13일 새벽)에 본인의 모원인 독일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병실에서 미카엘 아빠스와 파스칼 원장신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선종했다.
이장규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따르면, “얼마 전 찾아뵈었을 때만 해도 치료받고 있는 병이 나으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미디어 일과 삼청동 공소 미사 주례를 다니시겠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건강하셨다”고 하는데, 당일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병자성사를 받았다. 임인덕 신부는 수도원 끝기도 후 베네딕도회 회원들이 종신서원 때 부르는 “주님, 저를 받아주소서”라는 시편 노래를 듣고 나서 선종했다.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은 14일 오전 6시 30분 임인덕 신부를 위한 연미사를 거행했으며, 지인들을 위한 추모미사는 31일 오전 10시 30분에 왜관수도원에서 봉헌할 예정이다.
임인덕 세바스티안 신부는 1935년 9월 22일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태어나 1954년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 입학하고, 이듬해 성 베네딕도회 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에 입회하여 수도생활을 시작했다. 1961년 종신서원을 하고 뮌헨대학교에서 종교심리학을 공부한 뒤에 1965년 사제로 서품되어, 1966년 7월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에 선교사로 파견되었다. 그는 안동교구 성주성당과 점촌성당에서 잠시 사목한 뒤에 수도원에서 운영하던 마오로 기숙사 사감을 거쳐 1972년 분도출판사 사장으로 부임했다.
수련수사들에게 “본당신부에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강론 교리?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식복사와 잘 지내는 일입니다”라고 말할 줄 알았던 임인덕 신부가 한국 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분도출판사를 통해 펴낸 책들이다. 임 신부는 김수환 추기경과 지학순 주교, 두봉 주교를 존경하며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본보기였다”고 말했다.
임 신부는 자신의 작업이 독재에 저항하는 이들에게 힘을 주고, 한국 사회의 민주화에 보탬이 되길 바랐다. 특히 1974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다녀와 출간한 페루 신학자 구스타보 구티에레스의 <해방신학>은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젊은이들과 한국 교회의 사제들에게 엄청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이후로도 분도출판사는 구티에레스의 <해방신학의 영성>, 레오나르도 보프의 <해방하는 복음>과 <해방자 예수 그리스도> 등을 출간하고, 정호경 신부가 쓰고 농민교리서 편찬위원회 이름으로 나온 <해방하시는 하느님> 등을 펴냈다.
이 책들을 임인덕 신부는 “놀랄 것도 위협적일 것도 없는 책들이다. 그저 ‘주리고 헐벗고 나그네 되고 병들고 감옥에 갇힌 우리의 이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하고,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유하는 책들이다. 무슨 이데올로기를 정립하거나 세속정치를 엮어내자는 것도 아니었다. ‘주님의 말씀을 따라 현실과 우리 자신을 판단하고 서로 간에 사랑을 북돋우며 참된 의미에서의 인간해방, 그리스도께서 선물로 주신 그 해방을 실현’해 보자는 것이었다”고 전한 바 있다.
임인덕 신부는 출판사를 통해 의미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는 데도 뛰어났는데, 사진작가 최민식과 아동문학가 권정생, 판화가 이철수 등이 그의 눈에 띄어 세상에 나왔다. 현장에서 직접 가난한 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던 최민식 작가는 “사람들에게 멸시받고 배척당하는 고통의 사람, 병고에 익숙한 사람, 남들이 그를 보고 얼굴을 가릴 만큼 멸시만 받는 대수롭지 않은 사람들”을 카메라에 담아 <사진말과>와 <인간> 제4집을 출판했고, 유신 정권의 박해를 받기도 했다.
임인덕 신부가 경북 안동에서 매달 한번씩 ‘열린 영상’이라는 영화 모임을 열면서 만난 권정생 작가는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와 <초가집이 있던 마을>을 분도출판사에서 발간했다. 이철수 판화가는 <응달에 피는 꽃>과 <한-신학과 미술의 만남>을 분도출판사에서 출판했고, 가톨릭농민회 정호경 신부는 천주교 전래 200주년 기념 사목회의 의안으로 제출했다가 교회에서 거절당한 ‘농촌사목 의안’을 손질해 분도출판사에서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농민사목>란 제목으로 출간했다.
임인덕 신부는 권은정 작가가 지은 평전 제목처럼 ‘책으로 노래하고 영화로 사랑한’ 선교사였다. 그는 이 책에서 이렇게 전한다.
“나는 예수님의 말씀과, 자유와 사랑과 용서라는 그분의 가치관을 전하고자 이 땅에 왔습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교사는 주님의 말씀과 복음의 가치관을 전달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임인덕(P. Sebastian Rothler, OSB) 신부 약력 |
1935년 9월 22일 독일 뉘른베르크 출생 1956년 9월 26일 첫 서원(뮌스터슈바르작 수도원) 1965년 4월 3일 사제서품 1965년 9월 12일 선교 파견(왜관수도원) 1968년 9월 5일 성주본당 주임 1969년 3월 12일 점촌본당 주임 1974년 12월 1일 분도출판사 책임 1985년 2월 4일 구미 노동 사목 연구소 운영위원 1985년 9월 2일 가톨릭 통신 교리서 편찬 위원장 1985년 10월 14일 덕원수도원, 연길교구사 편찬위원 2010년 4월 16일 베네딕도 미디어 책임 2013년 10월 13일 선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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