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인 설날을 앞두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뜻깊은 일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가슴 아픈 일들을 겪으며 항상 애잔하게 맞이하는 금년 설 기간 동안에도
유가족들인 도너패밀리(Donor Family) 회원들이 슬픔과 아픔을 서로 나누게된
것이다. 중앙일보 기사를 통해서 그 사연들을 더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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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승준이네 가족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로부터 작은 설 선물을 받았다.
새로 ‘도너패밀리’가 된 유족들에게 주는 ‘생명나눔의 별’이 포함된 선물 꾸러미였다.
승준이는 지난해 7월 또래의 영아 1명과 15살 청소년 1명에게 신장과 간을 기증하고 떠났다.
건강했던 아이는 갑작스레 호흡 곤란을 겪다가 수분 만에 뇌사 상태에 빠졌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은 ‘영아 돌연사 증후군’이라고 불렸다. 2월생 승준이는 그렇게 첫 설을 맞지 못한 채
5개월 만에 눈을 감았다.
서둘러 하늘나라로 간 둘째 아들을 떠올리는 승준이 엄마 윤모(41)씨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 “지금도 꼬물꼬물하던 승준이 모습이 선해요. 참 짧은 삶이었지만… 아픈 아이들
살리고 간 우리 승준이는 엄마나 아빠보다 고귀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해요.”
승준이 아빠 이모(45)씨는 “아내와 울기도 많이 울었지만, 아이가 아파 보니 살 수 있는 아이는
한 명이라도 살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부모는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까 떠올리며
승준이의 장기기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장기기증으로 6명을 살리고 떠난 정문규(사망 당시 21세)씨의 아버지 정찬욱(59)씨는 지난
21일 인천 연안부두 앞바다를 찾았다. 설을 맞아 해양장 한 아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문규씨는
경찰대 재학 중이던 2011년 1월 25일 뇌사 판정을 받고 총 6명에게 신장·간·심장·각막을
기증했다. 아버지는 부표 위에서 “너무도 좋은 술 친구”였던 큰아들에게 술과 국화를 뿌려줬다.
정찬욱씨는 가슴에 묻은 아들을 “범죄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 친구들보다 체격이 작아도
리더십이 있는 성격이었다”며 “어릴 때부터 봉사도 많이 다니고, 엄마 아빠를 많이 좋아하고
존경해준 자랑스러운 아이”로 회상했다. 정씨는 “다 커서 결혼한다는 아들 친구·동기들 청첩장을
받을 때나, 기일 근처인 설날이 되면 참 많이 그립다”며 “그래도 여섯 분의 숨결 속에 문규가
남아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정씨 가족은 온 식구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다.
장기기증 희망 신청으로 새해에 의미를 더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3일 희망등록을 마친
권은주(51)씨는 “가족 2명이 신장 이식을 통해 새 삶을 얻었다”며 “죽어서 썩어 없어지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겠나. 내겐 최소한의 선행”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에 등록한
황규찬(16)군은 “만 16세 생일이 지나서 곧장 신청했다”며 “절차도 간단하고 간절한 분들께
보탬이 되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후 장기기증을 약속하는 사람은 갈수록 줄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지난 22일 설립 32주년을 맞아 중앙일보에 공개한 ‘장기기증 현황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장기기증 희망등록자는 2009년 18만3369명으로 정점을 찍고 지난해 6만8418명까지 내려왔다.
연간 등록자는 2015년부터 10만명을 밑돌기 시작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2’
영향으로 반짝 증가세를 보였던 2021년에도 8만8865명에 그쳤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일부 청년들 사이에서 장기기증 서약의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감소세를 바꾸진 못했다.
반면 장기기증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2000년 5343명이었던
연간 장기이식 대기자는 매년 수천 명씩 늘어 지난해 4만9765명을 기록했다.
김동엽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상임이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장기기증 운동이 많이 위축돼
이식 대기자들에겐 혹독한 겨울이었다”며 “새해에는 장기기증을 약속하는 분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기기증 희망등록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가능하다.
< 중앙일보, 김정민 기자... 2023.01.23.기사 재인용 >
다시 한번 기사를 올리게 된 가족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또한 먼저 유가족으로 되신
분들이 언제나 한마음 한뜻으로 사랑과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