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없다. 무난한 SUV, 함께 행복한 MPV, 내가 신나는 오픈카, 욕심쟁이 왜건, 짐이 행복한 트럭, 무엇이든 상관없다. 나를 위해, 또는 우리를 위한 여행이니 각자 좋을 대로 떠나면 그만이다.
글 | <자동차생활> 편집부 사진 | 최진호, 이병주
SSANGYONG REXTON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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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본 자동차 광고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문구는 렉스턴 스포츠의 ‘오픈형 렉스턴’이다. XX한 OOO라는 문장구조가 조금은 촌스럽고 상투적이지만, 의미를 곱씹어 볼수록 이만한 표현이 없다. ‘오픈형’이라는 단어로 차의 성격과 특징을 생생하게 담았고, 렉스턴의 일원임을 강조하면서 상용차의 이미지를 지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 문구만으론 렉스턴 스포츠의 진짜 매력을 제대로 전달할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바로 활용성이다. 렉스턴 스포츠는 물건을 싣는데 제약이 없는 널찍한 적재함을 갖게 되면서 보통의 SUV가 할 수 없는 다양한 레저 활동 지원이 가능하다. 오늘 모인 차 중 가장 다양한 형태의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차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
담백해진 렉스턴
이전 모델인 코란도 스포츠는 나온 지 10년이 넘은 액티언 스포츠에 기반을 두고 있어 가족과 함께 하는 차로 추천하기 어려웠다. 제한된 길이에서 적재면적을 확보하다 보니 자연스레 실내는 비좁았고, 오래된 플랫폼에서 비롯된 부족한 주행 안전성과 운전 편의성이 문제였다. 반면 렉스턴 스포츠는 다르다. 렉스턴의 파생 차종인 만큼 믿음직스런 덩치에 내실도 갖췄다. 디자인은 애써 고급스러워 보이려 노력한 렉스턴에서 적당히 힘을 뺐다. 크롬 장식을 덜어낸 라디에이터 그릴, 대시보드 언더 패널의 스티칭 삭제 등 느끼함이 줄고 담백해졌다. 아마도 고급 SUV로 포장된 렉스턴과 거리를 두고, 보다 젊은 고객층을 파고들려는 렉스턴 스포츠의 제품 성격을 감안했으리라.
약 10cm가량 늘어난 차체 길이의 대부분은 2열 공간 확대에 쓰였다. 덕분에 시트 각도가 조금 더 완만해졌고 무릎 공간도 여유가 생겼다. 그러나 코란도 스포츠에서 그대로 갖고 온 2열 시트는 여전히 방석길이가 짧은 편. 어떻게 앉아도 불편하다. 따라서 뒷좌석 공간만 놓고 본다면 부모님이나 장성한 자녀와 함께 사는 가장보다는 어린 자녀를 둔 젊은 부부에게 더 어울린다. 적재공간은 이전(2.04m2)과 면적이 같지만 몇 가지 개선을 통해 활용도를 높였다. 우선 적재함을 침범했던 휠하우스 면적이 줄면서 실제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다. 적재함을 보호하는 플라스틱 마감재도 물청소하기에 적합한 형태와 표면 처리로 달라졌다. 아울러 테일게이트 부근에는 파워아웃렛을 마련하여 외부에서도 차량용 전원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시동을 걸면 충분히 억제된 엔진 진동과 소음이 이 차가 트럭이라는 사실을 깨끗이 잊게 만든다. 사실 렉스턴보다 차값이 저렴한 만큼 안 보이는 곳에서 원가절감이 이루어졌으면 어쩌나 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나 보다. 파워트레인은 코란도 스포츠에 쓰였던 181마력의 2.2L 디젤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차의 성격을 감안하여 최대 토크 발생 시점을 1400rpm으로 낮추고 2800rpm까지 평탄하게 세팅한 결과, 같은 엔진을 쓰는 렉스턴보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조금씩 줄었다. 물론 체감될 만큼이나 힘이 줄어들진 않았다. 오히려 낮아진 최대토크 발생 시점 덕분에 렉스턴보다 초반 순발력이 좋다. 변속감은 여느 쌍용차와 마찬가지로 물 흐르듯 부드럽다. 전통적으로 쌍용차의 주요고객인 중장년층 취향에는 어울릴지 모르나 직결감을 강조하는 요즘 분위기와 동떨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한편 저속에서의 응답성에 비해 고속에서는 한 박자 늦게 반응한다. 일정하게 빠르거나 늦으면 예측이 가능할 텐데 때에 따라 다른 반응에 당황스럽다. 이 역시 분명히 개선해야 할 점이다. 서스펜션은 최대 400kg 짐까지 실어 나르는 상황을 고려해 단단하게 매만졌다. 여기에 진동을 증폭시키는 프레임 보디 구조의 고질적인 단점과 차체를 각기 흔들어대는 캐빈과 적재함이 맞물려 승차감을 악화시킨다. 태생부터 보디 온 프레임 설계를 고수해온 쌍용의 역사를 생각하면 실망스러운 결과물이다. 물론 짐을 실으면 이 같은 문제는 확연히 줄어든다.
적재함 달린 SUV
길이 5,095mm, 너비 1,950mm의 둔중한 차체를 담당하는 스티어링은 조작감이 둔한 편이다. 따라서 운전자가 조금만 정신을 팔면 차선을 넘어가기에 십상이다. 이 때문에 조심할 것 많은 도심에서는 운전하는데 적잖이 신경이 곤두선다. 역시 이 차는 한적한 교외에서 달리는 편이 더 맞나 보다. 아무래도 일반 SUV와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하지만 오프로드와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동시에 지원하는 능력은 다른 차가 흉내 내기 힘든 렉스턴 스포츠만의 장점이다. 캠핑, 낚시, 자전거, 모터사이클 등 다양한 레저 활동에서 높은 활용성이 입증되어 이제는 SUV 대체 차종으로 자리매김했다. 화물차로 분류되므로 연간 자동차세는 2만8,500원에 불과하고 개인사업자는 구매 비용과 유지비용을 비용처리로 인정받기 쉽다. 물론 몇 가지 단점이 또렷하지만 렉스턴보다 1,000만원이 저렴한 공격적인 가격정책 덕분에 상품성도 뛰어나다. 아마도 쌍용자동차 입장에서는 모델 수명을 다한 코란도C와 중형 SUV 역할까지 렉스턴 스포츠가 도맡아야 했기 때문에 이 같은 가격대로 구성했으리라. 가성비와 쓰임새로는 따라올 차가 없지만 크게 떨어지는 주행성능은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글 이인주 기자
HONDA ODYSSEY
아빠의 미소
식구가 늘면 그에 따른 기쁨도 잠시뿐. 시간적 여유에서 통장 잔고까지······ 가장이 포기해야 할 여건은 점차 늘어난다. 자동차 또한 예외가 아니다. 싱글일 때는 2도어 스포츠카를 탔던 이들도 자녀가 생기고, 부모와 함께 살면 어쩔 수 없이 대형 세단과 SUV를 찾는다. 그래서 각 제조사들은 스타일이나 성능 등 아빠의 욕심을 포기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틈새 모델을 만들어 왔다. 뒷좌석 승객과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는 BMW M5와 쿠페의 멋을 간직한 메르세데스 벤츠 CLS, 주행성능이 뛰어난 포르쉐 카이엔이 바로 그런 결과물일 터. 그러나 한 대의 차에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담기 위해선 고가의 장비나 설계 노하우가 필요하고 덩달아 찻값도 상승하기 마련이다. 결국 이런 차들은 평범한 가장이 손에 넣기엔 너무나도 먼 당신이 되고 만다. 하지만 혼다 오딧세이는 다르다. 여덟 명의 사람을 태우고 승용차와 비슷한 주행감각을 뽐내지만, 평범한 가장도 조금만 무리한다면 충분히 거머쥘 만큼 가격 접근성이 좋다. 물론 오딧세이가 앞서 말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퍼포먼스카와 비슷한 성능을 내진 않는다. 다만 가족을 위해 응당 양보해야했던 운전의 즐거움을 생각지 못한 장르에서 누릴 수 있다는 게 공통점이다.
베스트셀링 미니밴의 노하우
오딧세이는 1세대 데뷔 이후 미국에서만 총 2,300만대가 팔린 베스트셀링카로 현재는 5세대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는 미니밴 성격을 녹인 7인승 SUV가 범람하며 시장 분위기가 예전 같진 않다. 하지만 크로스오버가 오리지널을 능가할 순 없는 법. 뒷자리에 타는 가족들 입장에선 바지춤을 치켜 올려 멋을 낸 SUV보다는 넉넉한 공간과 승객 편의성을 확보한 미니밴이 확실히 낫다. 미니밴이 SUV보다 나은 이유는 낮은 플로어에 있다.
오딧세이는 혼다 특유의 저중심 설계 사상을 반영해 동급 미니밴 중에서도 바닥을 가장 낮추었다. 그만큼 승하차가 편리할 뿐만 아니라 실내 높이도 넉넉하다. 여덟 명의 승객이 편하게 앉는 3열 시트는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좌석을 억지로 추가한 국산 미니밴과 확실히 다르다. 또한 2열 시트 위치를 옆으로 이동시키면 3열로 드나들기 한결 수월하다. 3열 시트 역시 충분한 머리 공간과 전용 에어 밴트, 컵홀더를 갖춘 진짜배기다.
가족 지향적인 편의 장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은 오딧세이만의 장점.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동차에 내장된 진공청소기는 과자를 흘리는 아이들에게 너그러운 아빠가 될 수 있는 '잇 템'으로 가정용 못지않은 강력한 흡입력에 1열 매트까지 주둥이가 닿을 만큼 충분한 호스 길이를 자랑한다. 아울러 운전자와 3열 승객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게 마이크와 스피커를 결합한 캐빈 토크(Cabin Talk), 뒷좌석 상황을 대시보드 모니터에 비추는 캐빈 와치(Cabin Watch)는 사용자를 철저히 연구한 흔적들이다.
고급세단을 품은 미니밴
오딧세이는 가족만 즐거운 나들이용 차가 아니다. 운전자까지 미소짓게 만드는 진짜 승용차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 역시 앞서 언급한 낮은 플로어와 저중심 설계 덕분이다. 세단과 다름없는 운전 감각은 2m에 육박하는 큰 키와 2톤의 덩치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게 하고, 기대하지 않던 운전의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숨은 주역이 V6 3.5L 엔진이다. 계기판을 보고서야 시동이 켜진 것을 알아차릴 만큼 진동이 적고 조용하며, 회전수를 올려도 부드럽게 작동한다. 284마력의 힘이 온전히 전달되는 느낌은 아니지만, 미니밴치곤 강력한 가속임에는 틀림없다. 1열과 2열에 달린 이중접합 차음글라스가 만든 조용한 실내는 '내가 지금 고급 세단을 몰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기자가 오딧세이를 고급 세단이라 느낀 한 가지 이유는 또 있다. 여느 고급 세단 못지않은 먹성이다. 시승하는 동안 기록한 연비는 6.7~8km/L 사이 수준. 6기통 가솔린 엔진으로 2톤의 차체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다. 하지만 엔진 회전을 잘게 쪼개어 쓰는 10단 자동변속기와 실린더 휴지기능의 역할이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시속 100km에 이르러서야 9단, 10단 기어를 사용하므로 일상 영역에서 사용하는 최대 단수는 7~8단 정도라 보면 된다. 이렇듯 부족한 경제성은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수입 미니밴의 공통점이다. 국산 미니밴의 대체 차종으로 추천하기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우리 가족이 편하게 탈 수 있는 고급 세단으로서 오딧세이를 바라본다면 이만한 차도 없다. 1열 열선 및 통풍 기능, 차선 가운데를 유지하는 차로 이탈 보조,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등 고급 세단 못지않은 안전 및 편의 장비도 꼼꼼히 챙겼다(그러나 차선 유지 기능이나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능력은 다른 회사보다 움직임이 거칠다). 고급 세단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프리미엄 미니밴으로 오딧세이를 추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