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종합병동에서 / 고경숙
봄날 병동은 나른한 혈관이다
링거액 바꾸는 간호사의 치켜든 손이
목련처럼 뽀얄 때,
입원병동을 지나 외래병동 복도를 따라
몸속 깊숙한 곳으로 간다
처음 세상에 나오며 보았던 것들,
여긴 해체와 조립의 세상이다
순환기내과 앞, 진료를 기다리며
창가로 모여든 환자들의 안부가
은은하다
빛이 안 드는 후미진 복도 벽
모세혈관에 지탱해 한 발 한 발
창가로 이동하는 향일성 환자들
재활에 성공한 봄나무가 되었다
안과 강 박사님은 오늘 휴진이다
그럼 눈을 감고 걸으면 되지
두 팔에 아지랑이가 감기는 걸 보니
소아과병동, 늘 봄인 곳이다
여기 오면 맥박수가 늘어
나는 어린아이가 된다
수혈이 급한 응급실 문간에 다다르면
살아 펄떡이는 엄마의 심장이 보인다
까마득한 기억 속, 모녀가 호흡을 맞춰
쿵-짝 쿵-짝 주고받았던 펌프질
막힌 혈관으로 열심히 산소를 실어나르는
무의식적인 저 희망,
만개한 꽃이 되어 봄노래를 부르는데…
완벽한 합체의 세상을 다시 꿈꾸어도 좋으리.
창밖엔 복사꽃, 빨갛게 열꽃이 올라 있다.
고경숙 시인
2001년 『시현실』로 등단
2001년 계간『시현실』신인문학상으로 등단
하나·네띠앙 인터넷 문학상, 수주문학상 우수상 수상
시집 『모텔 캘리포니아』,『달의 뒤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