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농오름 제주도 북제주
위 치 제주도 북제주군 조천읍
높 이 ***m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산과 들이 주홍빛으로 물들어가고 억새가 하얀 새품을 열기 시작하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진다. 억새하면 영남알프스 만한 곳이 없겠지만 제법 걸음품을 팔아야 하고 산행인파 또한 만만치 않다. 호젓하면서도 힘들지 않은 여행 같은 이색 억새 산행지가 없을까. 답은 제주도 오름이다.
잠시만 차를 몰아도 이내 마주치는 쪽빛 바다, 어데에서건 바라보이는 한라산, 이 한라산과 해안 사이의 너른 산록에 점점이 박힌 360여 개의 오름. 이들이 자아내는 이국적인 경관은 가을이되어 억새 향연까지 곁들여져 제주는 가히 환상적인 여행 천국이 된다. 더욱이 제주의 억새는 10월초나 중순경부터 피기 시작해 육지와는 달리 이듬해 3월까지 꽤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제주도에서도 최고의 억새산행지는 오름왕국이라 일컬어지는 북제주군 조천.구좌읍 일대의 동부산간지역. 적막이 흐르는 오름군 그 한가운데를 거닐며 오름과 숨바꼭질하며 일렁이는 억새물결을 바라보노라면 절로 나그네가 된 심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오름산행은 여느 산을 오르는 것과는 색다르다. 짧게는 5분에서 수십분이면 산정에 올라설 수 있고 능선이나 골짜기가 없어 그저 등성이를 오르니 밋밋한 산행 같지만 막상 산정에 올라서면 기막힌 감동이 기다리고 있다. 굼부리 때문이다.
산정에 올라야만 비로소 들여다볼 수 있는 굼부리는 모양도 제각각이어서 직접 보지 않고서는 그 감동을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 이 굼부리 안에 억새군락까지 있는 오름이라면 금상첨화다. 바농오름을 비롯 따라비오름, 일출봉, 비록 굼부리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산굼부리 등이 대표적이다. 대개의 오름이 대중교통이 불편하지만 바농오름은 제주시에서 버스로 30분이면 갈 수 있으니 대중적이고도 최고의 억새산행지로 손색이 없다.
바농오름은 동부산업도로와 남조로가 교차하는 사거리에서 남조로를 타고 남쪽 교래리 방면으로 약 1.5km 떨아진 지점에 있다. 제주시 봉개동을 벗어나자마자 오르왕국이 시작되는 조천읍 벌판에서 맨 먼저 만나는 바농오름의 '바농'은 바늘(針)의 뜻. 산자락에 가시더불이 우거져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전해온다.
산행은 오름 남동쪽 자락에 위치한 '이기풍선교기념관'에서 시작한다. 호텔식 숙소인 기념관 뒤로 호젓한 숲길을 따라 100m 가량 가다가 삼나무 첫 방풍림이 시작되는 곳에서 왼쪽 숲속으로 들어선다. 방풍림을 지나면 가시넝쿨 지대가 사방으로 뻗어있는데 길을 잘 살펴나가야 하며 경험자가 있다면 선두에 세우는 것이 좋다. 가시넝쿨 지대를 무사히 통과하면 삼나무숲 오솔길이다. 약 150m 가량 가다가 삼나무가 켜켜이 쓰러진 곳에서 오른쪽 숲속으로 들어서야 하는데 이곳은 길이 분명치는 않다. 숲에는 10월초만 해도 미백색의 물매화가 드믄드믄 보이는데 11월이 되면 오름 전체에 물매화가 만개한다고 한다.
숲을 벗어나 시야가 트이면 정상까지는 10여분 정도로 지척이다. 그러나 정상부가 꽤 가파른데다 화분재로 쓰이는 송이가 깔려있어 발이 연신 미끄러지니 생각보다 오르기가 쉽지 않아 땀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이때는 서두르기보다는 조망을 즐기며 이따금 발아래 피어 있는 산부추나 오이풀에 눈길을 주면서 쉬엄쉬엄 오르도록 한다.
마침내 정상에 올라서면 산상의 둥근 굼부리에 한가득 피어난 새하얀 억새가 잠시 넋을 잃게 한다. 정상에는 굼부리가 두 개 있다. 산상의 둥근 굼부리와 산 옆구리에 있는 말굽형 굼부리이다. 굼부리에 가득한 억새를 헤치고 반대편 가장자리로 나서면 발 아래로는 한가로운 목장의 풍경이,눈을 들면 멀리 한라산 정상부의 도드라진 모습이 눈물겹도록 감동적이다.
바농오름은 산행들머리에서 굼부리까지 오르는 데는 30~40분 정도. 초행자라도 하산까지 넉넉잡아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교통
제주종합시외버스터미널(064-753-1153~4)에서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 2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남조로 경유 직행버스를 탄다. 하차지점인 제동목장 입구까지는 30분 걸리며 1,500원. 제동목장 입구에는 버스정류장이 없으므로 운전기사에게 미리 부탁하도록 한다. 이기풍선교기념관까지는 걸어서 약 5분. 승용차는 제주시에서 97번 동부산업도로를 타고가다 1112번 남조로와 만나는 네거리에서 교대리 방면으로 가면된다.
숙박
숙식은 제주 시내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나 산행들머리 이기풍선교기념관(064-782-6969)에서도 숙식이 가능하다.목회자를 위해 지어진 호텔식 숙박시설로 예약만 하면 일반인도 이용가능하다. 2인실 기준으로 하루 3만원이다.
참고: 월간<사람과산> 2002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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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벗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