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미국 와이오밍주) 23일 로이터] - 올해는 전 세계에서 인플레이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각국 중앙은행들은 사상 가장 급격한 금리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강도를 감안하면 중앙은행의 인플레이션 퇴치는 아직 절반밖에 끝나지 않은 상황이다.
중앙은행 간부들은 1년 전 인플레이션율을 조속히 목표치까지 낮추려면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물가상승 압력을 근절하기 위한 최후의 1마일에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이는 이상 지금 시점에서 완화 분위기로 돌아서는 것은 이런 발신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4일부터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리는 캔자스시티지구 연방은행 주최 심포지엄 잭슨홀 회의에서는 추가 금리 인상보다는 금리 동결로 논의가 옮겨질 것으로 보인다. 배경에는 인플레이션율이 내년 내내 고공행진하는 것을 눈감아서라도 경제를 확실히 소프트랜딩(연착륙)시키겠다는 뜻이 깔려 있다.
인플레율이 눈부시게 떨어진 것을 근거로 하면, 이러한 논의의 시프트는 일견 타당한 것 같다. 지난해 많은 선진국에서 10% 안팎이던 인플레이션율은 현재 그 절반 수준으로 진정돼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동시에, 구미 쌍방에서 노동시장은 지극히 긴장하고 있다. 이는 경제학적으로 역설적이며 인플레이션율은 통화정책의 효과가 아니라 그와 무관하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노동시장에 느슨함이 생겨 임금상승 압력이 완화될 것이었다. 그러나 기업들은 높은 이익률을 누리고 숙련된 근로자를 붙잡아둘 여력도 아직 있어 예상했던 것과 같은 인력 감축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G10 통화조사 책임자 스티브 잉글랜더 씨는, "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지고 있어도 실업률이 제자리걸음 또는 낮아지는 상황에서 연준은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확신할 수 없다. 글로벌 수요 위축 혹은 통화정책과 무관한 국내 요인으로 인해 운 좋게 인플레이션율이 떨어지고 있을 뿐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업률은 상승하지 않는다>
미국 실업률은 올해 대체로 3.5% 전후로 추이하고 있어 유로권에서는 과거 최저인 6.4%로 내려가고 있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의 실업률은 최근 최저 수준에서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과거 평균에 비하면 아직 크게 낮다.
문제는 노동시장 악화를 수반하지 않는 큰 폭의 디스인플레이션은 표준적 경제학과도 과거 경험칙과도 모순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지난해 9% 초반에서 3% 안팎까지 떨어졌지만 마지막으로 이렇게까지 크게 낮아진 1980년대 초에는 실업률이 10% 이상까지 치솟았다.
인플레율과 실업률의 괴리를 근거로 해 독일 연방은행은 이번 주, 다른 유로권 중앙은행에 대해, 아직 어려운 일이 남아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연준은 인플레율이 어느 쪽이든 예상보다 장기간에 걸쳐 중앙은행 목표를 계속 웃돌 것이라는 인상이 자리 잡고 있다. 높은 임금 상승 압력이 계속되는 이상 인플레이션을 계속 억제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해도, 대폭적인 추가 금리 인상을 요구하는 소리는 부족하다. 유럽에서 이미 볼 수 있듯이 경제지표가 악화되면 그러한 분위기는 강해질 것이다.
잉글랜드은행은 아직 금리인상 여지가 있어 보이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유럽중앙은행(ECB)은 한 차례 더 금리인상이 필요한지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중앙은행은 이미 금리 인상을 종료했을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율이 내년 내내 어쩌면 2025년 들어서도 중앙은행 목표를 계속 웃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같은 자세는 중앙은행의 결의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단스케은행의 피엣 헤인스 크리스티안센 씨는 시장은 ECB가 2% 물가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ECB가 인플레이션의 오버슈트를 허용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큰 폭의 추가 금리인상으로 리세션(경기후퇴)이나 노동시장 악화를 초래하지 않으려면 금리가 장기간 고공행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