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협 품목별협의회, 산자부 찾아 FTA 항의
농협 품목별전국협의회가 한ㆍ베트남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규탄하고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했다. 품목별전국협의회 회장단(의장 박성직·서울 강동농협 조합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를 찾아 우태희 산자부 통상교섭실장에게 건의문을 전달하고, 한·베트남 FTA 체결을 강력 항의했다. 왼쪽 두번째부터 김동현 충남 서산 운산농협 조합장, 박 의장, 이길조 충남 당진 면천농협 조합장.
남우균·사진=김주흥 기자
①몰아치기 FTA…설명은 깜깜
10일 베트남과의 FTA가 전격 타결되면서 우리나라의 FTA는 15건(52개국)으로 확대됐다. 2002년 10월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1년에 한개꼴로 추진됐지만, 최근 1년 새 호주·캐나다·뉴질랜드·중국·베트남 등 5건이 몰아치기 식으로 타결됐다. 5개국 모두 농산물 수출에 일가견이 있는 나라다. 농업 희생을 감수하며 공산품 수출시장을 확보하는 전형적인 FTA 유형인 셈이다.
FTA가 전광석화처럼 체결되면서 농업과 같은 피해산업은 물론 국회마저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와의 FTA는 9년 전 협상 타당성을 논의하는 공청회 이후에는 이렇다 할 설명기회가 없었다. 한·뉴질랜드 FTA 타결을 나흘 앞두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이 정부에서 받은 설명자료는 달랑 두쪽짜리였다.
②농업계 수용 범위 넘어서
지난해 FTA를 맺은 52개국에서 수입된 농산물은 183억8500만달러로 전체 농산물 수입액 237억9400만달러의 77.3%에 달했다. 나머지 54억900만달러(22.7%)의 절반은 남미에서 수입된 사료용 옥수수(약 20억달러)·콩(약 3억달러)처럼 대부분 무관세인 곡물류가 차지했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체결한 FTA는 개방 수준이 매우 높은 편이다. 전체 농산물에서 관세철폐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수입액을 기준으로 한·페루, 한·콜롬비아 FTA가 각각 100%에 달한다. 호주·캐나다·터키·미국과 맺은 FTA도 90%를 훌쩍 넘는다. 거의 모든 농산물이 개방된 것이다.
문제는 해가 갈수록 농업피해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는 데 있다. 한·호주 FTA에 따른 국내 농업생산액 감소 추정액은 FTA 발효 첫해 128억원에서 15년차에는 2261억원으로 18배 늘어난다. 한·미 FTA 피해는 5년차 6785억원, 10년차 9912억원, 15년차 1조2354억원으로 확대된다. 여러 FTA가 동시에 발효되고 관세철폐가 대부분 마무리되는 15년 후면 피해가 한꺼번에 나타나 한해 피해 규모가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우려된다. 농업계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먼 훗날의 얘기’라며 확실한 농업대책 요구에 귀를 닫고 있다.
③TPP 가입 가속도
새정부가 타결한 FTA 중 호주·캐나다·뉴질랜드·베트남은 우리나라가 가입을 검토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회원국이다.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하려면 기존 12개 회원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정부가 TPP 회원국과 차근차근 개별 FTA를 맺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주제준 FTA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은 “영연방 3개국은 공산품 관세가 없거나 아주 낮아 우리가 얻을 게 별로 없는 반면 우리 축산업계는 막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명백한 손해임에도 이들 나라와 FTA를 강행한 것은 결국 TPP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협상 타결과 발효 중간 시점에 가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 의회 조사국은 12개국이 참여 중인 TPP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이 13번째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사국은 아예 한국의 참여를 전제로 TPP의 경제적 효과를 측정한 자료까지 제시했다. 농축산연합회 관계자는 “TPP에 가입하려면 기존 참가국들이 합의한 만큼 개방을 전제하는 ‘비싼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TPP 참여 논의에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영·서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