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패권국가인 미국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마약이다. 중국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으로 알려진 펜타닐은 강력한 마약인 헤로인보다 독성이 50배 이상인 초강력 합성 마약이다. 미국에서는 지난해에만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11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18세에서 49세 그러니까 미국인의 노동인구의 주된 층 가운데 사망원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의도적으로 펜타닐을 미국으로 대량 흘려보내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있다. 특히 멕시코 등지로 부터 미국으로 펜타닐은 대거 넘어가게 되는데 중국이 멕시코 등지로 무방비로 넘기고 멕시코 마약 조직들이 미국으로 유통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이 펜타닐의 폐해를 막기위해 여러차례 중국에 공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자 드디어 미국은 칼을 빼어들었다. 미국 법무부는 펜타닐 원료를 생산하고 유통 판매한 것과 관련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화학업체인 후베이징아오 등 중국 기업 4곳과 중국인 8명을 기소했다. 법무부는 이들로 부터 펜타닐 원료 200kg을 압수했다. 이는 미국인 2500만 명을 죽일 수 있는 양이다. 이와관련해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요즘 벌어지는 이런 상황을 두고 신(新) 아편전쟁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럼 먼저 아편전쟁을 들여다 보자. 1830년대 세계 최대 패권국가는 바로 영국이었다. 영국은 해가 지지않는 제국이라고 불렸다. 전세계에 얼마나 많은 식민지가 있었으면 해가 지는 시간이 없이 하루 온종일 해가 떠 있었겠는가. 그런 영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곳이 바로 청나라 지금의 중국이었다. 영국은 중국으로부터 차(녹차 홍차 종류)를 수입해 왔다. 영국에 대한 중국의 최대 수출품은 바로 차였고 영국의 대중 주요 수출품은 모직물과 인도의 면화였다. 당시 세계 금융은 은본위제도였다. 영국은 차 수입을 결제할 은이 부족해지자 인도에서 재배한 아편을 지방 무역상인을 통해 중국에 밀수출했다. 그래서 확보한 은으로 차를 수입하게 된다. 아편은 청나라 말기 혼란한 틈을 타서 중국 국민들 사이에 급속도로 확산돼 갔다. 중국의 국민들은 극도로 피폐되어 갔다. 거대한 제국이었던 청나라가 몰락하기 바로 전 백성들의 정신은 혼돈상태였으며 여기에 아편이 국민들의 정서를 피폐화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청나라 지도층들은 마약의 폐악에 대해 극도로 민감해졌고 아편을 모두 몰수하고 파기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결국 중국과 영국은 전쟁을 벌인다. 이것이 바로 아편전쟁이다. 결국 중국 그러니까 청나라는 영국에게 패배하고 홍콩을 빼앗기게 된다.
그로부터 184년이 흘렀다. 대상이 영국과 중국에서 미국과 중국으로 바뀌었다. 당시 영국이 중국에 아편을 팔았다면 지금은 중국이 미국에 아편을 파는 형국이다. 바뀌었다면 주체와 대상이 바뀐 것이다. 중국 당시 청나라 관리들이 영국으로부터 들어온 마약을 압수해 강력하게 처분한 것과 지금 미국 관리들이 중국으로 들어온 신종 마약 펜타닐을 압수하고 강하게 처분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중국은 이번 미국의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며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공식 항의하는 동시에 맞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 미국의 행위는 중국 국민의 기본 인권을 엄중하게 침해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해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의료시스템의 문제로 환자부담액이 엄청나게 비싼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싸고 구입이 간편한 약품을 찾다보니 펜타닐을 복용하게 됐고 그것이 효과가 좋다보니 일반에게 퍼진 것이지 중국이 일부러 미국인들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한 행위가 아닌데 일부러 국제 문제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긴 마약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도 존재했다. 하지만 사회가 건강하고 희망과 가능성이 있는 곳에서는 마약을 하라고 해도 하지 않는다. 희망이 있고 가능성이 존재하는 사회에서 마약은 그야말로 악의 늪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도 사라지고 가능성도 보이지 않는 사회에서는 마약이라는 검은 도피처에서 마지막 만족을 얻으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그래서 마약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 미국의 상황이 그렇다. 미국 탄생의 밑거름이었다는 필라델피아에서 마약중독자들이 급증하고 거리에 좀비같은 인간들이 활개친다는 것이 그런 분위기를 잘 말해주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강력하게 마약을 단속할 수가 없다. 미국은 타국에 비해 마약에 대해 상대적으로 단속과 법적 규제가 느슨한 편이다. 중국처럼 독재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공권력으로 마구 단속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지금 미국 젊은이들에 갑자기 희망과 가능성을 주입시킬 수도 없다. 세계 초일류국가를 유지한다는 그 피곤함속에 미국은 서서히 하락 국면을 맞고 있는다는 것이 결코 과장되거나 폄하하는 말이 아니다. 영국이 백년전 초일류국가에서 지금 상대적 이류국가화 됐듯이 인류의 역사속에 그런 흐름은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중국도 강력한 마약이 국제적으로 유통되는 것에 책임을 지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미국도 마약의 피해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지금 미국인들의 상당수가 왜 마약에 손을 대는지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 한 여론 조사에서는 트럼프시대를 통과하고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미국인들 상당수가 현 사회에 대해 불만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그리고 희망의 박탈속에 빠져 들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파악해야 한다. 마약의 근본 문제를 나둔채 무작정 신 마약전쟁을 일으켜 치고 받으려 하다가는 미중의 대결로 인한 암울한 국제상황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23년 6월 26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