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전 쯤, 요양병원에 계시다 이곳으로 오신 어르신이 계시다.
어르신 첫 모습은 이랬다.
긴 머리, 큰 키, 얼굴에 피어있는 큼직큼직한 검버섯, 흡사 미라를 연상케하는 깡마른 체구,
오른쪽 눈썹위로 벌겋게 퍼져 있는 상처들.
어르신은 눈썹 위 상처에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시며 종사자가 가까이 가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나한테 아무것도 하지 말아요.
기저귀 안 갈아도 되고, 목욕 안 해도 돼요. 머리도 안 자를 거에요.
그러니까 나 만지지 말아요, 라고.
간호사의 지속적인 치료로 상처가 많이 호전 되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다듬기도 했다.
정돈된 어르신의 모습은 의외로 예뻤다.
동그랗고 선해 보이는 눈, 오똑한 코, 여성스런 가름한 얼굴.
상냥함이 베어있는 작은 목소리.
어르신은 식사를 거의 안 하신다.
국 국물만 드시고 멍하니 계시다가 종사자가 드리면 조금 드시고
또 드리면 입을 꾹 다무셨다.
그랬던 어르신의 입맛이 돌아왔다.
아들이 보내 온 뉴케어, 식혜, 베지밀 등을 드리는대로 다 드시고 식사도 정량을 다 드셨다.
몇 칠이 지나자 어르신이 변했다.
힘이 생긴 어르신을 거실로 모시어 점심을 드렸다.
점심 드시기 전, 어르신이 나, 노래도 잘 하는데 노래 불러도 돼요? 라고 하신다.
종사자들은 놀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어르신은 목소리도 크고, 박자도 잘 맞게 노래를 하신다.
옆어르신들도 함께 부르신다.
어르신은 신이 나셨다. 얼굴 가득 함박 웃음이다.
웃는 어르신을 보며, 저 어르신이 저렇게 예쁘셨나? 생각 했다.
기력을 찾은 어르신은 불안정한 모습이다.
그전에는 눈 뜰 기력도 없어 누워만 계셨는데 지금은 침대 밖으로 나오시려 안간힘을 쓴다.
우리가 이런저런 설명을 하면 어르신이 말씀 하신다.
나 집에가서 영간 밥해 줘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