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기자의 시각
[기자의 시각] 티베트와 5·18… 도종환의 선택적 추모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입력 2023.06.20. 03:00업데이트 2023.06.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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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은 지난 17일(현지 시각) 티베트 라싸에서 열린 제5회 티베트관광문화국제박람회 연단에 섰다. ‘도종환 선생, 한국 의원 대표단 단장’이라는 배경 자막이 중국어·티베트어·영어로 떴다. 도 의원은 두 번째 외빈으로 단상에 올라 스스로를 “한중 문화 교류를 위해 방문한 단장 대한민국 국회의원 도종환”이라고 소개했다. 티베트 공산당 당서기 등을 향해 허리 굽혀 인사하기도 했다.
도 의원 축사는 3분 40초 동안 이어졌다. “라싸는 시짱 자치구의 심장, 티베트인들에게는 종교적·민족적 성지” “티베트의 역사적 노력과 독특한 예술적 매력을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을 것”…. 중국 정부가 티베트 독립운동을 감추고 ‘사회주의 새 시대 티베트’로 포장하기 위한 관제(官製) 행사에서 도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 대표 자격으로 이렇게 말했다. 서방 인사들은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고도 도 의원은 행사 후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관광 문화 박람회인데 지금 국내에서 무슨 안 좋은 여론이 있는지 잘 모른다”고 했다. 취재진에게 “부정 여론을 만들려는 것이냐”고도 했다.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 논란을 희석할 우려가 있다는 데 대해선 “티베트 관광·신재생에너지·기후변화 등에 관해 얘기했지 지금 말한 것(인권 탄압)을 주제로 박람회를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도 의원 발언에 중국 정부는 흡족했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도 의원을 비롯, 박정·김철민·유동수·김병주·민병덕·신현영 민주당 의원의 여행 경비를 댔다. 1950년 중국 공산당 침략으로 주권을 잃고 70여 년간 타지에서 독립운동 중인 티베트에 대해 한국 국회의원 대표가 보인 태도가 “잘 모른다”였으니 중국으로선 ‘가성비’가 뛰어난 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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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꽃 당신’이라는 시로 유명해진 도 의원은 1993년 시집 ‘당신은 누구십니까’에 5·18 추모시를 수록한 적이 있다. ‘해마다 오월은 푸른 아침과 함께 오건만/ 아직도 목숨을 건 싸움은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되찾아야 할 것들을 목놓아 부르며/ 하늘 한 중턱에 목숨을 꽂는 사람들과/ 이미 던질 것을 다 던진 마음으로/ 아직 살아서 싸우는 사람들의/ 끝나지 않는 오월의 아침을 걸어갑니다.’(오월 아침)
70여 년간 중국 공산화에 저항하다가 학살당한 티베트인은 1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희생자는 대부분 민주화 유공자로 신원(伸寃)됐고, 현직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다. 그러나 중국 정권은 티베트 인권 탄압을 인정하지 않은 채 한국 국회의원들을 자기네 돈으로 불러 독재를 정당화한다. 도 의원이 그 연단에서 티베트를 “순수하고 아름다운 신비의 땅”이라고 할 때는 ‘접시꽃 당신’의 시심(詩心)이었을까. ‘아직 살아서 싸우는 사람들’을 생각했는지도 묻고 싶다.
원선우 기자
정치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