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대시문학 가운데 걸작 하나를 꼽으라면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우국(憂國)시인 굴원(屈原, 기원 전 340~278)의 이소(離騷)를 들겠다. 이백(李白)과 두보(杜甫)의 시문을 비롯해 소동파(蘇東坡)의 적벽부(赤壁賦),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 등 명작이 많지만 '이소경'(離騷經)에 비할 수는 없다.
이소(離騷)는 경(經)으로 부를 정도로 시경(詩經)에 비견되는 중국문학 최고의 수작이다. 시경(詩經)이 북방을 대표하는 시문집이라면 이소는 남방문학을 대표한다. 시경의 시가들은 봉건군주에대한 찬양과 칭송이 많다. 이소는 솔직담백하고 직설적이다. 이소(離騷)는 '근심을 만나다'는 뜻인데, 왕의 잘못과 주변 측근들의 전횡을 실감나게 비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글(賦부)을 쓴 시기가 기원전 3~4세기라면 지금부터 2400년 전이다. 권력에 항거하고 잘못된 정치를 견제, 비판하는 선비의 기개가 하늘을 찌른다.
지은이의 탁월한 표현력과 정의감에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다. 이백과 두보를 비롯해 수많은 후세 문인들이 왜 굴원과 그가 남긴 이소를 흠모했는지 전문을 보고 실감한다. 이소의 평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역사적 사실만 인용한다. 하나는 사마천(司馬遷)의 평가다. 그는 '史記'(사기)를 집필하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굴원은 왕이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는데 밝지 못하고 헐뜯고 아첨하는 말이 군주의 밝음을 가로 막으며, 흉악하고 비뚤어진 말이 공정함을 해치고, 단아하고 올곧은 사람이 등용되지 못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근심하며 깊이 사색에 잠겨 이소를 지었다.
시경(詩經)의 '국풍(國風)'은 사랑을 노래했으나 음란(淫亂)하지 않고 '소아(小雅)'는 세상에 대한 원망을 담고 있으나 지나치지않다. 이소는 그 우수한 점을 모두 지녔다고 할만하다.
그 글은 간결하고 그 문장은 미묘하며, 그 뜻은 고결하고 그 행동은 청렴하다. 그 문장은 사소한 것을 적었지만 담은 뜻은 매우 크며, 눈앞에 보이는 사물을 인용했지만 그 뜻은 높고 깊다.(중략) 그는 깨끗하여 진흙속에 있으면서도 더러워지지않는 사람이다. 그의 지조는 해와 달과 그 빛을 다툴 만하다."
또 하나는 현대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1972년 미국의 닉슨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때 모택동이 '초사'(楚辭)를 선물했다. 초사는 한(漢)나라 유향(劉向)이 기원전 1세기에 펴낸 책인데 이소를 포함해 굴원의 시들이 대표 작품으로 수록돼있다. 마오는 초사를 항상 소지하고 다녔다. 대장정(大长征, 1934~1935) 때도 초사를 읽으며 유격전(遊擊戰)을 했고, 외국 출장 중에도 곁에 두고 읽었다고 한다.
굴원(屈原)은 기원전(BC 340~278) 전국시대 초(楚)나라 사람이다. 왕족 출신인 굴원은 뛰어난 재능으로 20대에 임금의 총애를 받았으나, 그의 재주를 시기하는 사람들에 의해 모함을 받고 두 번이나 파직되고 추방당했다.
굴원은 상강 기슭으로 오르내리며 정치적 향수와 좌절 속에 유랑 10년의 세월을 보내고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져 자결(自決)한다. 중국 최고의 '우국(憂國)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굴원(屈原)의 추방당한 억울한 심경토로
惟草木之零落兮, 恐美人之遲暮.
(유초목지령락혜, 공미인지지모)
초목이 시들어 지는 것에 삼가 생각해 보니,
아름다운 사람 점차 늙어갈까 두렵네.
*惟(유) : 삼가~생각하다.
*美人(미인) : 여기선 임금.
*遲暮(지모) : 점차 늙어가다.
不撫壯而棄穢兮, 何不改乎此度.
(불무장이기예혜, 하불개호차도.)
장년에 정신을 다잡고 추악한 정치를 버리지 않고,
어찌 법도를 개선하지 않으실까?
*撫壯(무장) : 장년, 한창때에 수련하다.
*棄(기) : 버리다.
*穢(예) : 추악하다.
乘騏驥以馳騁兮, 來吾道夫先路.
(승기기이치빙혜, 내오도부선로.)
천리마(현명한 신하)를 타고 달리시라,
내가 앞길을 선도하리라.
*乘騏驥(승기기) : 천리마가 끄는 마차를 타다.
*騏(기) :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준마. 騏驥 여기선 지혜롭고 덕을 갖춘 신하들.
惟黨人之偷樂兮, 路幽昧以險隘.
(유당인지투락혜, 로유매이험애.)
당파 소인배들이 오직 덧없는 유희에 빠져,
앞길이 깊고 어둡고 험하고 좁구나.
*惟(유) : 오직, 다만.
豈余身之憚殃兮, 恐皇輿之敗績.
(기여신지탄앙혜, 공황여지패적.)
어찌 내몸에 닥쳐오는 재앙을 두려워하고만 있으랴,
군주의 수레가 뒤집어질까 두렵구나.
*憚(탄) : 꺼리다, 두려워하다.
*皇輿(황여) : 황제의 수레.
*敗績(패적) : 전쟁에서 패하다. 공적을 잃다.
忽奔走以先後兮, 及前王之踵武.
(홀분주이선후혜, 급전왕지종무.)
분주하게 앞뒤로 달려가며,
선왕(요, 순왕)의 족적에라도 따라가려했다네.
*踵武(종무) : 발자국(족적)을 따라 밟는다.
荃不察余之忠情兮, 反信讒而齌怒.
(전불규여지중정혜, 반신참이제노.)
향초(군왕)는 나의 충정을 헤아리지 않고,
반대로 참소(모함)하는 말만 믿고 분노하시네.
*荃(전) : 향초, 여기선 군왕, 임금.
*讒(참) : 참소, 무고모함하다.
余固知謇謇之為患兮, 忍而不能舍也.
(여고지건건지위환혜, 인이불능사야.)
나는 물론 충언이 화가 될 줄 알았지만,
차마 그만둘 수 없었네.
*謇謇(건건) : 직언, 간언, 충언.
指九天以為正兮, 夫唯靈脩之故也.
(지구천이위정혜, 부유영수지고야.)
하늘을 두고 바르게 맹세하거니,
이 모두가 오로지 군주를 위함이네.
*九天(구천) : 하늘.
*靈脩(영수) : 군주 회왕을 지칭.
曰黃昏以為期兮, 羌中道而改路.
(왈황혼이위기혜, 강중도이개로.)
저녁에 만날것을 기약하시더니,
아, 중간에서 길을 바꿀줄 몰랐네.
*羌(강) : 아~감탄사. 오랑캐.
初既與余成言兮, 後悔遁而有他.
(초기여여성언혜, 후회둔이유타.)
처음에 이미 나와 말을 맞춰놓고도,
나중에 후회하며 다른데 마음을 두시네.
*成言(성언) : 결연한 약속.
余既不難離別兮, 傷靈脩之數化.
(여기불난부이별혜, 상영수지수화.)
나는 본래 이별이 어렵지 않지만,
님(군주)의 마음 자주 변해 가슴 아프구나.
*靈脩(영수) : 통상 부인이 남편을 부를때 쓰는 '내님'같은 표현.
眾皆競進以貪婪兮(중개경진이탐람혜),
憑不猒乎求索(빙불염호구색).
많은 사람들 다투어 재물을 탐하고,
만족을 모르고 끝없이 욕심 부리네.
*眾(중)=衆(중)의 본자 : 많은 사람.
*貪婪(탐람) : 貪 탐내다 婪 탐하다(람/남).
*憑(빙) : 가득차다.
*猒(염) : 만족하다 .
羌內恕己以量人兮(강내서기이량인혜),
各興心而嫉妒(각흥심이질투).
측근들 자신엔 너그럽고 남들 저울질하면서,
제각기 마음속엔 질투심을 갖는다네.
*羌內(강내) : 내부 측근,오랑캐같은 무리, 羌(강) 단독으로 쓰일땐 아~감탄사.
忽馳騖以追逐兮(홀치무이추축혜),
非余心之所急(비여심지소급)
바쁘게 이리저리 쫓아다니지만,
내 마음은 급할 게 없네.
老冉冉其將至兮(로염염기장지혜),
恐脩名之不立(공수명지불립).
앞으로 점점 늙어갈텐데,
조촐한 명성이라도 세우지 못할까 두렵네.
*脩(수) : 조촐하다.
朝飲木蘭之墜露兮(조음목란지추로혜),
夕餐秋菊之落英(석찬추국지락영).
아침엔 목란에서 구르는 이슬을 마시고,
저녁엔 추국에서 떨어지는 꽃잎을 먹네.
苟余情其信姱以練要兮(구여정기신과이련요혜),
長顑頷亦何傷(장함함역하상).
만약 내 마음이 잘 단련돼 진실로 미쁘다면 ,
아무리 힘들어도 가슴 아파하겠는가.
*顑頷(함함) : 힘들어 누렇게 뜬 모습.
謇吾法夫前修兮(권오법부전수혜),
非世俗之所服(비세속지소복).
아! 나는 옛 성현의 법도를 따르는데,
세상 사람들이 따르지 않네.
雖不周於今之人兮(수불주어금지인혜),
願依彭咸之遺則(원의팽함지유칙).
지금 사람들과는 두루 맞지 않더라도,
팽함이 남긴 법도를 따르는 것이 소원이네.
長太息以掩涕兮(장태식이엄체혜),
哀民生之多艱(애민생지다간).
나는 한숨 내쉬고 눈물을 감추며,
인생의 다난함을 슬퍼한다네.
余雖好脩姱以鞿羈兮(여수호수과이기기혜),
謇朝誶而夕替(건조수이석체).
깔끔함을 좋아하는 결벽증이 있어서,
아~아침에 간언했다가 저녁에 파직당했네.
*謇(건) : 떠듬거리다, 여기서는 아~감탄사.
*鞿羈(기기) : 재갈과 얽매임.
既替余以蕙纕兮(기체여이혜양혜),
又申之以攬茞(우신지이람신).
그들이 나를 파직시켜 난초띠를 허리에 차게 하고도,
다시 죄를 더하여 풀을 뜯게했네.
*纕(양) :허리에 걷어 올리다.
*攬茞(람신) : 풀을 잡아당기다.
亦余心之所善兮(역여심지소선혜),
雖九死其猶未悔(수구사기유미회).
또한 내 마음이 선하여,
비록 아홉번 죽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네.
怨靈脩之浩蕩兮(원령수지호탕혜),
終不察夫民心(종불찰부민심).
군왕이 방탕하여 원망스러워라,
끝까지 사람의 마음을 살피지 않는구나.
眾女嫉余之蛾眉兮(중녀질여지아미혜),
謠諑謂余以善淫(요착위여이선음).
간신들은 나의 풍채를 질투하며,
나를 요염하고 음탕하다고 비난하네.
固時俗之工巧兮(고시속지공교혜),
偭規矩而改錯(면규구이개조).
세상일이란 본래 묘하고 공교로와서,
바른법도를 어기고 잘못되도록 고치려하네.
背繩墨以追曲兮(배승묵이추곡혜),
競周容以為度(경주용이위도).
바른 길을 버려두고 굽은 길을 쫓으며,
경쟁적으로 아첨하는 것을 법도로 삼네.
忳鬱邑余侘傺兮(돈울읍여차제혜),
吾獨窮困乎此時也(오독궁곤호차시야).
근심 걱정으로 실의에 빠져 불안하니,
나만이 이런 때 곤궁하구나.
*侘傺(차제) : 실의에 빠지다.
寧溘死以流亡兮(녕합사이류망혜),
余不忍為此態也(여불인위차태야).
차라리 갑자기 죽어서 혼백이 방랑해도,
나는 차마 이런 태도를 용납하지 못하겠네.
*溘(합) : 갑자기.
鷙鳥之不群兮(지조지불군혜),
自前世而固然(자전세이고연).
사나운 새는 무리지어 다니지 않는다더니,
과거부터 물론 그러하였네.
*鷙(지/절) : 맹금.
*自前世(자전세) : 과거(전생)부터. 自~부터.
*固然(고연) : 물론.
何方圜之能周兮(하방원지능주혜),
夫孰異道而相安(부숙이도이상안).
어찌 모난 것과 둥근 것이 합해질 수 있으며,
도(道)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 편안할 수 있겠는가.
*方圜(방원) : 모나고 둥근.
*夫孰(부숙) : 누가 ~알까. 夫 3인칭 대명사.
屈心而抑志兮(굴심이억지혜),
忍尤而攘詬(인우이양후).
마음을 굽히고 뜻을 억누르며,
허물을 참고 치욕을 뿌리치네.
伏清白以死直兮(복청백이사직혜),
固前聖之所厚(고전성지소후).
청렴결백함으로 정직해서 죽는 것은,
진실로 옛 성인들이 지극히 여기는 것일세.
―《이소(離騷)》 본문(발췌본) 굴원(屈原, 기원전 353?∼278년)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고문진보(古文眞寶) 후집(後集) 楚辭(초사)·昭明文選(소명문선), Daum, Naver 지식백과/ 이영일·고앵자,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