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시드는 풀(何草不黃·하초불황)
노랗게 시들지 않는 풀이 없듯이,
언제고 가지 않는 날이 없구나.
너나 할 것없이 끌려나가서,
사방의 난리를 다스리네.
까맣게 마르지 않는 풀이 없듯이,
어느 누구 홀아비 아닌 자가 없네.
애달프다 우리 정부들이여,
사람 대접을 받지 못하네.
何草不黃(하초불황) 何日不行(하일불행)
何人不將(하인부장) 經營四方(경영사방)
何草不玄(하초불현) 何人不矜(하인불긍)
哀我征夫(애아정부) 獨爲匪民(독위비민)
들소도 호랑이도 아니건만,
저 광야를 헤매는 신세가 되었네.
가엾도다 우리 군사들이여,
아침 저녁 겨를이 없네.
꼬리 긴 여우 한 마리가,
우거진 풀 숲을 쏘다니네.
짐수레를 끌고 터벅터벅,
끝없이 뻗은 저길을 한없이 걸어가네.
匪兕匪虎(비시비호) 率彼曠野(솔피광야)
哀我征夫(애아정부) 朝夕不暇(조석불가)
有芃者狐(유봉자호) 率彼幽草(솔피유초)
有棧之車(유잔지거) 行彼周道(행피주도)
―중국 전국시대(기원전 12세기) ‘시경(詩經)’ 작자 미상(作者 未詳)
*하초불황(何草不黃) : 어느 풀은 누렇게 시들지 않았는가? 나라가 망해가면 누구나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을 풍자한 것이다.
*장(將) : 행(行)의 뜻이다. 여기서는 ‘끌려간다’는 뜻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경영사방(經營四方) : 사방을 경영(經營)하다. 곧 나라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이 닥친 것을 의미한다.
*긍(矜) : 환(鰥)과 같다. 곧 ‘홀아비’를 이른다.
*시(兕) : 외뿔소. 코뿔소의 암컷을 이르는 말이다.
*솔(率) : 순(循)의 뜻으로, 순(循)은 행(行)과 통한다.
*봉(芃) : 꼬리가 긴 모양.
*잔거(棧車) : 행거(行車)를 이른다. 가죽을 대거나 칠을 하지 않은 짐수레를 의미한다.
*주도(周道) : 주(周)나라로 통하는 큰 길(道)을 이른다. 주희(朱熹)는 ‘대도(大道)’라고 하였다.
중국 운문은 기원전 12세기경부터 춘추시대까지 노래 가사를 모은 ‘시경(詩經)’에서 시작되었다. 옛날에 시를 채집하는 관리가 있었고, 백성들의 시를 보며 왕이 풍속을 알고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았다는 기록이 있다. 참으로 지혜롭다.
채시관(采詩官)들이 모은 시가 3000여편 되는데 공자孔子가 300여편으로 줄여 중국 최초의 시집 ‘시경’을 편찬했다. 시경은 각국 민요를 모은 국풍(國風), 사대부 음악인 아(雅), 종묘 제사 때 연주하던 송(頌)으로 구성되었다. “여우가 서성이네(有狐유호)”처럼 원초적인 국풍을 좋아하나, 너무 적나라해 소개하지 못하겠다. 아는 소아(小雅)와 대아(大雅)로 나뉘는데 ‘시드는 풀’은 소아에 수록되었다.
이 시의 제명(題名)은 ‘시드는 풀'이다. 주(周)나라가 망(亡)하여 여러나라끼리 서로 끝없는 전쟁이 계속되었을 때, 거기에 끌려 다니는 끝없이 행역(行役)하는 병사들의 고통과 원망을 노래한 것이라고 한다. 소박한 정서 따위는 찾을 곳이 없고, 다만 어두운 현실만이 거리낌 없이 드러나고 있다. <모시서(毛詩序)>에서는, 주(周)나라 아래의 제후국들이 유왕(幽王)을 풍자한 것으로 보았다.
'시들지 않는 풀'이 어디 있으며 '불쌍하지 않은 사람' 어디 있으랴. 5행 ‘何草不玄(하초불현)’과 6행 ‘何人不矜(하인불긍)’의 대구가 멋지다. 광야를 서성이는 코뿔소와 범은 적보다 무서운 감독관 아닌가. 나라를 지키는 젊은이들과 6·25 참전 용사를 생각하게 한다.
[자료출처 및 참고문헌: 조선일보 2021년 8월 10일(최영미의 어떤 시·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Daum, Naver 지식백과/ 이영일·고앵자,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