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정부·한은 2%대 물가 예고… 아직 곳곳에 복병 많다
입력 2023-06-19 23:57업데이트 2023-06-20 08:59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주말 한 방송에 출연해 “이번 달이나 다음 달에는 2%대 물가에 진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물가가 서서히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도 어제 “6∼7월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하반기 중 경제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경기 진작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달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14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2월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폭등했던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내렸고, 농축수산물 가격도 3년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5월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4%대인 미국, 6%대인 유럽연합(EU)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뒤에는 잔뜩 억눌러 놓은 공공요금이란 복병이 숨어 있다. 정부는 지난달에 올렸다는 이유로 3분기 전기·가스요금을 동결할 예정이지만, 한국전력의 45조 원 누적적자 등을 고려할 때 인상을 마냥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자칫 다른 선진국들이 인플레에서 탈출한 뒤에도 한국은 공공요금을 올리며 ‘끈적끈적한 인플레’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이미 크게 오른 외식비·가공식품 가격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의 자장면 한 그릇 값은 평균 6915원으로 1년 전보다 12.5%, 냉면은 1만923원으로 24.6% 올랐다. 라면 한 봉지 값도 13.1%나 인상됐다. 추 부총리가 “지난해에 비해 밀 가격이 50% 내렸다. 다시 적정히 내리는 대응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식품업체들에 사실상 라면값 인하를 압박한 것도 그만큼 서민들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나마 원자재 가격 하락을 가격에 반영할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과 자영업자의 사정은 많이 다르다. 급등한 최저임금과 전기·가스요금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 대부분은 값을 낮출 여유조차 없다. 더욱이 우크라이나전의 향배, 중국의 경기 상황, 기상이변과 농업 수출국의 작황에 따라 국제유가와 농산물 값은 언제든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내년 최저임금을 24.7% 올리자는 노동계 요구도 물가에는 큰 부담 요인이다. 2%대 물가가 현실로 나타나더라도 섣불리 자축하거나, 인플레 대응의 끈을 놔선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