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와 함께 116만 배럴 기습 감산
서방의 유가상한제에 정면 반발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의 석유수출국가(OPEC)에 러시아와 남미 국가가 참여한 오펙플러스(OPEC+)가
2일 하루 116만 배럴의 원유 추가 감산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사우디가 주도한 이번 감산 결정이 미국과 거리를 두고 러시아와 중국에 밀착하는 추세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사우디는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외교 관계 복원에 합의해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이날 '5월부터 연말까지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씩 추가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도 같은 기간 하루 14만4000 배럴 감산 을 선언했다.
이라크와 알제리, 카자흐스탄도 각각 하루 4만8000~21만1000배럴에 이르는 감산계획을 내놨다.
OPEC+는 지난해 11월부터 이전 대비 하루 200만 배럴을 해온 상황이다.
여기에 '3월부터 50만 배럴을 추가 감산하겠다'고 선언했던 러시아도 이번에 '감산 조치를 연말까지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모두 더하면 올 연말까지 OPEC+ 국가들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해 10월 대비 하루 366만 배럴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전 세계 수요(하루 약9800만 배럴)의 3.7%에 해당한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원유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로 국제 유가는 이날 전일보다 8% 급등해 한때 80달러를 넘어섰다.
사우디 '원유 감산' 반란에...유가 8% 뛰고, 환율도 14.6원 급등
116만 베럴 기습 감산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3일 장중 한때 1320원을 넘어섰고, 전 거래일(1301.9원) 보다 14.6원 오른 131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0일(1324.2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OPEC+는 감산의 이유를 '원유 시장의 가격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침체 우려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어 가격이 하락할 위험에 미리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OPEC+의 감산 조치에 즉각 불만을 드러냈다.
백악관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 성명을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현시점에서 감산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OPEC+의 기습적 감산 발표는 3일로 예정된 OPEC+ 회원국의 장관급 회의 전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국교 정상화를 발표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이어서 그 의미가 주목된다.
산유국들이 미국과 거리를 두고 자국 이익에 우선하는 결정을 내리겠다는 선언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감산 결정은 신뢰할 수 있는 미국의 안보 파트너였던 사우디가 에너지 정책에서 미국과 대립으로
돌아서는 상징적 순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과 서방의 단극 체제하에서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이 억압을 받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이해 세계를 다극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사우디가 주도한 이번 감산 결정은 중동 산유국이 러시안의 이런 기조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과 유럽이 기후변화 대응으로 탈탄소 정책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데 대한 위기감도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1971년 이후 50년 이상 유지된 '페트로 달러(원유를 미 달러로만 결제하는 체제)'에 대한 누적된 불만도 사우디와 미국이 멀어지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미국은 당시 사우디 왕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석유 결제를 달러로만 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이후 세계 원유 시장은 달러가 사실상 유일한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미국의 통화정책에 따라 미국 달러의 가치가 급등락하는 일이 반복되고, 중국이 위안화 국제화에 나서면서
석유 결제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OPEC+ 내에서는 입장이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을 제치고 최대 석유 소비국이 된 중국.인도와 관계를 강화하며
'더 이상은 미국과 서방의 룰에만 따르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반면 아랍에미맅(UAE).쿠웨이트.바레인 등 다른 중동 산유국과 카자흐스탄,아제르바이잔 등
중앙아시아 국가는 OPEC+ 분위기를 따르면서 적극적이진 않은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파리 정철환 특파원, 류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