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여행기
6월 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예산군수의 초청으로 예산을 다녀왔다.
예산하면 예당평야와 삽교천과 예당저수지만을 생각하고 갔는데,
나의 무식은 금방 탄로 났다.
먼저 추사의 고택으로 갔다.
□자로 된 집은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 듯, 깔끔하고 날씨가 더워서인지 운기가
도는 듯 했다.
이 고택은 무기(武氣)서린 바위산이 보이지 않고 야트막한 둔덕이 에워싸고
있어 문기(文氣)가 무르녹아 문자의 향기와 서권기(書卷氣)를 발산하는
명당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손을 주는 명당은 아닌가 보다.
추사 김정희는 슬하에 자식이 없다고 하며,
그래도 부인과의 금슬은 누구보다 좋았다고 한다.
고택의 기둥마다 추사의 현란한 글이 붙여 있는데 해설사의 말을 들을 때는
알 것 같다가도 지나면 들은 기억조차 없어져,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메모도 하지만 서서 받아쓰기란 한문이라 더더욱 힘이 들었다.
사랑채에는 국보180호인 세한도(歲寒圖)가 걸려 있다.
해설사의 말이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간다.
세한도는 가로 61.2㎝ 세로23㎝의 종이에 수묵으로 그린 문인화라고 한다.
김정희의 호는 추사(秋史), 원당(院堂), 그 외에 예당(禮堂) 과파(果坡)등 백
수십 여 개가 된다고 한다.
이 세한도는 제주 유배 중 일 때 (당시59세) 작품으로서, 당시 청의 연경에서
유학하고 있던 제자, 역관인 이상적에게 그려 보낸 편지라고 한다.
우선, 이상적이 권세를 따르는 세속과는 달리 벼슬을 잃고 유배 중에 있는데도
사제 간의 의리를 잊지 않고 두 번씩이나 북경으로부터 귀한 책들을 구해다준
고마움과 그 인품의 답례로 그려 주었는데, 이러한 내용을 담은 발문(跋文
‘날이 차가워져 다른 나무들이 다 시든 후에야 잣나무의 푸르름을 안다’)을
작가인 추사선생님 자신이 글씨를 써서 그림 끝에 붙어 있고, 그 뒤를 이어
이상적이 그 이듬 해 그 그림을 가지고 북경에 가서 장악진, 조진조등,
그곳의 명사 16명에게 보이고, 받은 찬시들이 그 발문뒤에 길게 곁들여졌다고
한다.
그리고 뒷날 이 그림을 본 김정희의 문하생 김석준의 찬(贊)과 오세창, 이시영의
배관기(拜觀記)등이 함께 붙어서 긴 두루마기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세한도에는 여러 명사들의 찬시까지 발문 되여 있으니 국보로서
가치가 대단하다고 한다.
또한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巡狩卑)도 .
무학대사비, 혹은 고려 태조의 비로 알고 있던 것을 추사 김정희가
밝혀냈다고 한다.
또 강진에 있는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인 ‘茶山草堂' '판전’은 추가가 남긴
마지막 작품인 것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그리고 추사고택에서 약 이삼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 백송이 있었다.
이 백송도 추사가 중국 연경에서 돌아 올 때 가져와 심은 것이라고 한다.
이백 여년이 지났는데도 나무는 그다지 크지도 건강하게도 보이지 않았다.
추사의 외로움이 젖어 있는 듯,
귀한 놈은 명줄이 짧다더니 백송도 너무 귀해서인지... 안타깝다.
이제 제법 배꼽시계가 신호를 보낸다.
수덕사 너비마을, 10만여평의 산에 약초를 심은 약선마을로 갔다.
산에서 직접 채취한 약초로 밥을 해 준단다.
모두들 미리 침을 삼키며 산을 한 바퀴 돌며 약초의 설명을 듣고, 점심 식사를
했다. 배도 고프고 몸에도 좋다고 하니 모두들 말없이 꿀꺽!
그 다음, 현존하는 유일의 백제 사찰이라고 하는 수덕사로...
수덕사 대웅전은 주심포계 겹처마 맞배지붕 건물과 배흘림기둥으로 단청 없이
아주 수수한 듯한 단아함이 있다.
내가 본 바로는 대개 고려시대 때 지은 건물양식은 이렇듯 비슷한 것 같다.
강진의 무위사, 부석사의 무량수전, 또 이곳 수덕사의 대웅전등이 그렇다.
이 수덕사 대웅전은 제작연대가 뚜렷하고, 형태미가 뛰어나서 한국목조건축사상
에 아주 중요한 건물이라고 한다.
그곳을 나오면서 고암 이응로 화백의 집인 수덕여관을 들렀다.
이응로화백이 1969년 동백림 사건 때 한국으로 들어와서 사물의 성함과 쇠퇴함을
추상적으로 그린 암각화를 보았다.
아직도 초가로 된 수덕여관은 그 옛날 화가이자 작가였던 나혜석씨도 이곳에서
오래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지나간 날의 추억으로만 가득한 수덕여관을 뒤로하고,
거암 전흥수 관장(인간무형문화제 대목장)께서 사재를 털어서 세운 개인 박물관인한국고건축 박물관에 갔다. 이런 곳에 이런 박물관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2개의 실내전시관과 야외전시관을 갖춘 곳이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사찰, 탑, 불상등 17종의
축소모형이 전시 되여 건축양식의 역사와 구조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건축의 미를 맛 볼 수 있었다.
또한 국보1호인 숭례문,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금산 미륵전,
개심사 대웅전등의 축소모향을 그대로 지어놓아 볼 수 있었다.
내부까지 속속들이 볼 수 있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또한 건축에 필요한 연장들도 함께 전시 되여, 대목장의 그 기술과 건물보존의
대한 열의에 다시한번 느꼈다.
우리를 해설해 주던 분이 바로 이 박물관의 해설사여서 그렇게 건축양식에
대해 잘 설명을 해 주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다음으로 갈 곳은 예당저수지 앞마을, 대흥면, 대흥 슬로시티로 향했다.
이곳은 2년 전 슬로시티 마을로 지정,
지금은 슬로시티의 중심적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한다.
슬로시티는 현재 전국 10곳이 지정이 되어 있다고 한다.
증도, 청산도, 하동군 악양면, 예산의 대흥면, 전주한옥마을, 남양주시 조안면,
청송군 파천면,상주시 이안면등...
슬로시티란,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잘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을 추구하는 국제운동이라고 한다.
‘유유자적한 도시, 풍요로운 마을’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의 소도시에서 시작하여
전 셰계가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이 마을에는 봉수산에 임전성이 있는데 둘레가 2.5㎞이며 백제의 최후의 성이라고 한다. 백제 의자왕이 666년에 항복하고, 임진성이 무너지면서 백제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한다. 그 산위에는 묘순이 바위라고 있는데, 슬픈 사연을 지닌 바위라고
꼭 한번 가 보라고 하지만,
예산 군수님께서 저녁 만찬을 준비하시고 기다린다는 연락이 와서 못 올라 가보고 광시한우마을로 갔다.
군수님께서 예산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각자에게
세한도가 그려진 부채와 명함케이스, 학이 예당저수지에 다시 오기를 기다린다며 학이 그려진 손수건 등등 많은 선물과 함께 그 유명한 한우 고기를 사 주셨다.
와우! 꽃등심과 부채살고기 채끝살등 마블이 잘 짜여진 고기로 배를 채우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아직도 둘러보지 못한 곳이 많이 있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안타깝게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아 핸드폰으로 몇 장 찍었다.
첫댓글 올가을에 이쁘니따라 유럽 구경을 가야하는데. 미리 공부하지않으면 말짱 꽝이라네요,고향집님 여행기를 보면서 큰일났구나 라는 생각이 마구 밀려 오네요.그러니 어쩔까요 않따라 갈수도없고...꽁짠데 ㅋㅋㅋ.고향집님 여행기 잘봤습니다,그런데 너무 어려워요.담엔 쉽게쉽게 써주세요 네?
좋으시겠어요. 유럽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라서 그리 낮설지 않아요.
책에서도 많이 본 사진등이 오히려 친근감을 갖게 하더라구요. 할배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할배님만큼 사물을 잘 꿰뚫어 보시고 잘 받아들이시는 분 이 없어요. 저는 늘 할배님이 부러운걸요.
고향집님 여성 영화인모임도 하시는군요. 멋지십니다. 시장님 만찬도 초대받으시고 ..구경 잘했습니다.
네, 우리 모임에서 몇명이 함께하고 있어요. 한달에 한번 영화도 보여 주고 가끔 나들이도 해요.
이번 토요일은 철원군수 초청으로 철원가요. 제4땅굴도 간다고 하네요.
고향집님잘지내시지요^^
문화해설사들 설명보다 더 멋지고
쏙쏙 들어오네요^^
멋진여행기 감사합니다~
행복한날되세요^.~
네, 풀문님, 오랫만이예요. 저는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요. 건강하시죠?
빠-향토사 탐방을 잘 소개하십니다...세한도를 보면 한심하게 그려진듯한데..그걸 명품으로 인정하다니..민화가님 의 고견은 어떻하신지요..물론 추사님의 글씨 솜씨야 명망만큼 존경될 예술적인것이지만 ..세한도의 설명만으론 그래도 좀..작대기 그림인것 같았어요..실례.
다른 화가들의 그림도 가끔은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아요. 세한도도 그림을 잘 그렸다기보다 그 그림의 발문을
귀하게 여기는 것 같더라구요.
고향집님 글을 보고 있노라면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마구 생깁니다.
멋진 대접도 받으시고 역시 짱입니다요 ㅎㅎ
감사합니다. 글하면 예슬님이죠. 저는 보고 느끼고 들은 것을 옮기는데도 너무 힘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