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인터넷의 발달로 사라진 15가지’를 선정하여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폴라로이드와 필름과 백과사전, 졸업앨범을 보기가 힘들어졌다.
음반 비디오 대여점과 스트립쇼, 전화번호부와 우표가 존망(存亡)의 기로에 처했다.
그러고 보니 컴퓨터 옆 서가에 꽂힌 국어사전과 옥편을 펼쳐본 지 오래됐다.
편지지에 만년필로 쓴 편지를 우체통에 넣은 게 까마득하고, 우표 값이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아련한 추억도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인터넷이 ‘대체상품’의 판도를 바꿔놓았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숙제를 하면서 소셜네트워킹 서비스에 접속하는 등 끊임없이 주의가 분산되면서 여간 산만한 게 아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게임에 몰두하지 않으면 다리를 흔들며 불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예의바른 태도 또한 실종됐다. 온라인 익명성 뒤에 숨어 댓글로 욕설과 독설을 쏟아내며 상대방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게 다반사다.
인터넷은 정보의 실시간 공유로 생활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했지만 부작용도 만만찮다.
가장 큰 문제는 ‘사실(fact)의 실종’과 사생활 침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왜곡된 진실과 허위사실이 쓰레기처럼 넘친다.
소문과 주장이 범람하면서 무엇이 사실이고 허위인지 구별하기조차 힘들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슬람교도”라는 거짓 정보가 떠돌자 백악관이 나서 “오바마 대통령은 기독교도”라고 해명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공개했지만 소문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가수 타블로의 학력위조 논란도 마찬가지다.
그럴듯한 근거로 학력 위조를 제기했고, 현대판 마녀사냥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언론의 취재와 학교측의 해명으로 미국 스탠퍼드 석사 졸업 사실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경찰수사로 사실임을 밝혀냈다.
타블로는 최근 스탠퍼드대 한국동문회에 참석하여 “지난 7개월간 집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며 학력위조 의혹으로 겪었던 고초를 털어놓았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주장으로 명예를 훼손시키고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은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는 행위와 마찬가지다.
누리꾼들은 흥미를 느낄지 모르지만 당사자는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사실의 실종 뿐 아니라, 인터넷 한국어 위키백과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언론시민연대가 모니터링한 결과 위키백과의 오류가 많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내용의 왜곡은 물론 심지어 같은 항목에도 모순되는 내용이 수록되었다고 한다.
위키백과는 누구나 편집과 관리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게시하거나 게시된 콘텐츠 내용을 고칠 수 있어 신뢰성과 객관성이 떨어져 사전의 기능과 참고자료로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빠르고 편한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라지지 말아야 할 것은 전래의 미풍양속이다.
우리는 부모에게 효도하고 어른과 스승을 공경하던 동방예의지국의 후예들이 아닌가. 이웃과 더불어 훈훈한 정을 나누며 서로 돕는 상부상조의 전통은 고스란히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