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뭔지
언제 인지도 이젠 가물가물 한 오늘처럼 꽃비 내리던 봄날 친구녀석이 소천을 했었는데.. 무던히도 고생을 하면서 미국 유학을 다녀 와 겨우 시골 대학 교수자리를 하나 구했었다고 그리도 좋아하더니 그 잘난 교수노릇도 얼마 못해보고서 오늘처럼 꽃비 내리던 봄날 그만 후두 암으로..
984. 꽃비 내리던 봄날..
어제 밤 왠지모르게 썩 마음에 내키지를 않아 한참을 망설이다 간 동네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겨우 다섯명만 나왔다. 멀리 캐나다에서 온 동창이 있다고 해서 차마 거절을 못하고서 나간 모임이였는데.. 보통은 열 명이상이 모였었는데.. 그마저도 다들 여기 저기가 아프다면서.. 하긴 그사이 위암 그리고 코로나 감염으로 북망산으로 간 녀석들도 있었다. 간암에 걸려 수술 후 항암 치료 중이라는 녀석, 술에 취해 넘어 진 후 생긴 목 디스크로 걷지도 잘 못하면서 어깨가 꾸부정 해진 녀석, 당요가 심해 신장에 합병증이 생겨 조만간 투석을 해야 할 거 같다는 녀석 그리고 멀리 캐나다에서 온 눈에 황반 변성이 와 눈이 잘 안 보인다는 녀석.. 그리고 특히나 요즈음 들어 여기 저기다 다 아픈 종합병원인 나.. 그 좋아하던 술도 겨우 마시는 시늉들만 하면서.. 사실 내일 모래이면 칠순인 우리 세대가 나라가 여러 모로 한참 어려웠던 시절 죽자 사자 일을 하며 겨우 버티며 살아 온 세대인지라 그 세월에 힘듬을 허구헌날 술들로 겨우 몸과 마음을 달랬었서 아무튼 그 술 때문에 결국 나이가 들어 다들 아픈 거지만..
오늘 아침 출근을 하려고 보니 차 지붕 위에 꽃잎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지난 밤 바람이 쎄게 불어 꽃비가 내렸었나 보다. 문득 누가 또 하늘나라로 가려는가?! 하는 생각이.. 그러다 어제 밤 모인 친구들 중에 혹시 누가 지난 밤에 간 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난 살아 있으니 난 아닌데.. 하면서.. 후후!
글. 고 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