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었죠 아마
그날도 여지없이 양조장 밑에 동장님집에서 방송하는
마을 스피커 소리...
"에~~ 가곡동민여러분에게 안내말씀 전합니다..
오늘 정월대보름인데 달보러 가서 불피우던가 쥐불놀이
같은거는 삼가 해주시고 산불예방에 각별히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안내말씀 드리니데이...-반복-"
글쎄..방송을 사투리로 했는지 표준말로 했는지는
알쏭달쏭하네요..
동장 F1 영식이는 알껀데
하지만 우리가 그냥 넘어갈수 있나요.
뭉쳤습니다..
종일이, 무훈, 종덕이, 나, 네명이서 쇄장골 입새에
집결했죠..
옆에.. 밑에..
못질로 구멍낸 깡통을 준비한다음
철사로 끈을 묶고 난뒤에 각자 한개씩 손에 들고
다음은 불쏘시개를 찾는거
이거 뭐 쇠똥도 약에 쓸라면 없다더이
그날 따라 소똥 마른게 없더라고요..
그거 아세요..
촌에는 소똥이 여기저기 널려있어요..
그래서 이풍파 저풍파 햇빛을 받으면서 각종유기물은
분해가 되고..순수한 불쏘시개만 남는거죠
맨처음에 갈비좀넣고 고위에 수껑 몇개 넣고 불이 붙었다
싶으면 철사를 들고 아래에서 위로 계속 휙휙 돌리면
불이 금방 활활붙죠..
고 위에다가 소똥 마른거 올려놓으면 화력이
그야말로 끝내주죠..
한참 찾아 헤메다가
길가에 찌그러져서 마른 소똥 몇개를 구했죠
그래서 이제 4명이
인적이 드문 쇄장골 입구에서
깡통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불놀이는 밤에 해야
재미가 있죠..
예나 지금이나
아직도 어둠이 깔릴려면 조금 있어야 겠기에
조금씩 아껴가며 돌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일성호가
"이놈의 새끼들 일로와 쌔끼야"
하면서 갑자기 종일이 한테 와서 종일이
싸대기를 갈기는데..그 동작이 어찌나 민첩하던지
그 사람이 바로 종일이 제일 큰형이었죠..
저아래 집에서 왜 올라왔는지는 모르는데
갑자기 나타나데요.우리가 너무 딴데 신경쓰느라
옆 경계를 게을리 한 탓도 있지만
너무나 돌발사태라
우린 냅다 튀었죠..종일이만 빼고..
그뒤로 종일이는 아마 허벌나게 맞은거 같애요
아마 피가 섞이지 않아선지 우리한테는
손을 못대고 종일이만 패더군요..
아..힘들게 구한 소똥인데
그게 어떤 소똥인데...
"종일이 큰형님 정말 원망스럽니데이 그때가..
그냥 살짝 눈감아 주면돼지 진짜로 원망스럽니더"
왠 똥얘기냐고요?
똥얘기 몇개 더하께요..이왕 나온얘기니..
요새는 재래식 화장실도 많이 없어진거 같죠
시골에 있는곳도 아마 퍼세식이어도 변기는 올려져
있을겁니다...
재래식 화장실...
거기에 앉아 있으면 온갖시름이 다잊혀지지만
비오는 장마철은 정말 곤욕입니다..
똥물이 튀거든요,,
뻑뻑해야되는데 물이 많이 고여서..
옛날 양주동 박사얘기하고 똑같아요..
타잔식~~..뭐 그런얘기
우리 선조들 아니 가깝께는 우리 세대들은 그런
낭만이 있었는데..
물이 고였을땐 큰 종이 하나 밑에다 던져야 하는데
잘못던져서 접혀서 버리면 안되죠..팍 펴져야 하는데
접어질때는 다시한번 던져야죠..
그리고 또 겨울은 어떻습니까..
이게 얼어 붙어가지고 계속 탑을 쌓습니다..
석가탑처럼..잘못하면 엉덩이에 대일까봐 겁나요
소똥도 계단이 있듯이 사람똥도 계단이 있죠..
수세식 이용하는 사람들은 잘모르실겁니다..
고럴때는 미리 찔러둔 큰 장대로 충격을 가하여 옆으로
넘어 뜨리죠..그러면 한 달은 무난히 사용하죠
죄송합니다..똥얘기로 도배를 한거 같아서
똥..항상 우리몸에 지니고 다니지만 막상 나오면
천덕꾸러기 신세죠..
이젠 똥먹는 진짜 똥개도 없어진거 같죠?
어디 들에 똥이 있어야 똥을 먹죠..
똥개도 고급사료들을 먹는 세상이니 참
많이 좋아진 세상...
잘자요..^^
01:21 화정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