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지난달에 돌아가셨다. 선생은 문학적 업적만큼이나 많은 작품의 흔적을 곳곳에 남겨 놓으셨다. 드라마 토지를 촬영했던 하동에는 최 참판 댁과 악양 마을의 집들이 남아 있다. 소설의 상상력이 사실적 배경으로 만나는 공간이다. 통영은 선생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문학적 토양을 이룬 곳이며 그의 혼이 묻혀있는 정신적인 고향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정착하여 생의 마지막을 보낸 원주에는 토지문화관과 토지문학공원이 있다.
문학관을 설계하는 건축가는 작가의 문학 정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매우 고심하게 될 것이다. 최근 추모 1주기를 맞은 '몽실언니'의 작가 권정생 선생은 동화 작품 외에 생전 흔적이라고는 헌책이 쌓여있는 오두막뿐이다. 그의 문학관을 만든다면 어떠한 건축이어야 할까? 건축가는 선생의 소박한 생애와 평생 동안 추구했던 문학 정신을 표현하기 위해 무척 고민할 것이다.
미당의 생가와 가까운 거리에 있던 폐교에 미당 문학관이 세워졌다. 미당 문학관은 교실을 개조하고 새 콘크리트 건물이 더해져 조형성과 상징성이 잘 표현된 문학관이다. 작품을 감상하며 생의 흔적을 따라 계단을 오르다 보면 하늘 마당에 이르게된다. 어느새 눈길은 초가집 생가에 머물게 되며 그 단아한 모습은 긴 여운으로 남는다. 문학관이 생기기 전, 미당의 문학을 곱씹어 보고 싶을 때에는 선운사 뒤켠 동백 숲을 찾기도 했을 것이다. 절 아래 풍천 장어집 복분자 술맛에서 육자배기의 흥취를 떠올리며 아쉬움을 달랬을 법도 하다. 지금은 미당 문학관이 있어 답사 길은 훨씬 풍요롭다.
왜관의 작은 길에서 만나는 구상 문학관은 허름한 주변 동네에 비하면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다. 지방 소도시에 작은 도서관과 세미나실을 갖추고, 문학 강의를 열 수 있게 된 것도 문학관 덕분이다. 강변으로 향한 창가에 서면 시인의 '낙동강'이라는 시가 절로 떠오른다.
늦었지만 대구에서도 대구문학관 건립 논의가 일고 있다. 생가 보존이나 시비 건립의 차원을 넘어 문학관은 새로운 문화 공간이자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떠오르는 시대이다. 문학관은 보존과 전시, 정보의 교류, 창작기능까지 두루 갖춘 복합 공간이어야 할 것이다. 그 무엇보다 정작 중요한 것은 작가의 문학 정신을 잘 담을 수 있는 건축적인 표현이어야 할 것이다.
/최상대(대구건축가협회 부회장)
첫댓글 문학정신이 담긴글 잘 읽고 갑니다..
매주금요일 영남일보에 실린답니다.안녕히 계세요^^
박경리 선생이 역사의 한 폐지에 굵직한 획을 하나긋고 북망산천으로 가셨군요. 특히 대구 경북하면 우선먼저 덥고 사과가 많다란 것이 머리에 각인 되어있는데. 이번기회에 신선한 문학의 새바람을 맛보게 되어 새롭습니다.
요즈에사 무엇무엇 살리기에 후끈 하답니다. 저도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관심 고맙습니다...
문학으 소릴 들을수 있어 좋습니다.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