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북쪽 금호강을 건너면 팔공산 남쪽 전망대인 도덕산이 있다.
이 일대는 고려 태조 왕건의 피눈물 나는 사연이 곳곳에 서려있다.
도덕산(道德山 660.7)은 도덕심이 높다고해서 생긴 이름이고, 연경(硏經)마을은 경전 읽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고해서 생긴 이름이다.
또 아파트단지가 있는 무태(無怠)마을은 '게으른 사람이 없다'고해서 생긴 이름으로, 모두 고려 태조 왕건시대에 생긴 이름이다.
소위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는 유학자들이 도덕산 자락에 많았으니 가히 명불허전(名不虛傳)이로고.
도덕(道德)은 덕(德)으로 이루어져 있는 바람직한 품성이다.
모든 가치의 상위개념으로 도덕이 바로 서야 나라다운 나라가 되는 것.
이에 비해 법은 부도덕한 법꾸라지들이 자기기만(自己欺瞞)을 위하여 지적희롱(知的戱弄)과 언어유희(言語遊戱)의 수단으로 악용하게 된다.
도덕의 최소화가 법이라고 한다면 도덕만 잘 실행하면 법이 필요없는 것.
오늘 우리는 공자와 맹자, 소크라테스와 칸트가 도덕을 가르치는 도덕산으로 향한다.
산아래 도덕암엔 고려 광종이 속병을 고쳤다는 어정약수(御井藥水)가 있고, 수령 800년이 넘은 모과나무가 있다.
조선 철종 13년에 그려진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 387호인 ‘몽계당 선의대사 진영(夢溪堂 善誼大師 眞影)’이 있고, 나한전에는 경상북도 문화재자료인
조선 후기의 나한상이 있다.
응해산(鷹蟹山 518.2)은 예전에 무명봉이었으나 지금은 어엿한 이름을 가지고 있고, 지난 거저산 때 올랐던 또다른 응해산(508.5)은 예전에
암해산(巖蟹山)으로 불렸던 산.
바다에서 사는 게(해 蟹)가 산으로 올라간 까닭은 도무지 알길이 없지만 아마도 매(응 鷹)가 게(해 蟹)를 물고 응해산으로 날아 올랐나보다.
어쨌던 지금은 고만고만한 두 개의 응해산이 동서로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있다.
왕산(王山 191.2)은 지형도에 올라있는 왕산과 올라있지 않은 다른 왕산(161.5)을 차례로 거친다.
거기다 지난 거저산 때 올랐던 산불초소가 있는 왕산(246.8)까지 합치면 세 산이 같은 이름으로 삼각편대를 형성하고 있다.
신숭겸 장군 유적지 뒷산인 세 왕산은 작은 봉우리지만 태조 왕건과 백제의 견훤이 치열한 싸움(공산전투)을 벌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 전투에서 수세에 몰린 왕건을 구하고자 신숭겸 장군이 왕의 옷을 입고 싸우다 전사한 곳이다.
우리는 반야사를 들머리로 삼으려다가 지묘동 ‘연경지구LH뉴웰시티’와 '팔공보성3차'앞에서 낮게 내려앉은 능선을 타고 북등하기로 했다.
코스: 팔공보성3차아파트-왕산(161.5)-왕산(191.2)-반야사갈림길(삼각점)-응해산-도덕산-도덕암갈림길-도남지갈림길-안도덕감림길-
도덕동갈림길(주의지점)-연경경로당(약 12km, 5시간)
<클릭하면 원본크기>
버스는 반야사 입구에 있었지만 연경경로당을 종점으로 하면서 조금 수정하였다.
고도표
반야사를 들머리로하는 부산일보 참고 개념도.
버스가 곡각지점인 팔공보성3차아파트 앞에 멈추자 산자락으로 휀스가 둘러져 있어 접근이 불가하다.
그래서 좌측으로 돌아 휀스가 끝나는 지점의 횡단보도가 있는 곳이 들머리.
횡단보도에서 보성타운3차아파트를 돌아보면 산자락으로 휀스가 있어 접근이 불가하다.
횡단보도를 건너 제법 널따란 산판길이 능선으로 붙는 등로.
등로 입구에서 돌아보니 '대구연경 S-1BL아파트 건설공사 2공구' 공사현장.
산길 진입...
얼마 후 석물들이 늘어선 일군의 무덤으로 가까이 들어가...
문˙무인상이 배알하고 있는...
무덤의 주인은 이조판서를 지낸 영천이씨 합장묘. 이조판서는 요즘으로 치면 행안부장관쯤 되나?
요즘은 ‘조자룡이 헌칼 휘두르듯’하는 형조판서가 대센데...쯥
잡목 우거진 두루뭉실한 첫 봉위리가 지형도엔 없으나 왕산(161.5)으로 알려진 산.
표지판에 매직으로 '王山'이라고 적어 넣었다.
철탑을 지나고...
다시 오른 철탑봉이...
지형도에 있는 왕산(191.2). '王山'이라 적어 넣고보니 어이쿠, 낙서가 된 건 아닐까?
솔숲길.
진행방향으로 오늘 우리가 오를 봉우리.
능선을 따라 석축은 남아 있으나...
잊혀진 무덤.
무덤이 내려다보는...
남쪽 대구시내 방면으론 훤히 시야가 열려 있어...
당겨본다. 비슬지맥인가?
삼각점(362.8)봉 30m 직전에서 만나는 반야사 갈림길을 돌아본다. 빨간 화살표는 왕산에서 올라온 곳이고, 파란 화살표는 반야사 가는 길.
30여m 전방에 진행할 방향으로 조망이 열리는 삼각점봉이 있다.
포인터에서 '모아' 님이 동영상을 찍고 있다. '모아' 님은 동영상으로 다큐멘타리를 제작하는 수준.
나아갈 방향으로 뚜렷한 능선이 김정으이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어...
살짝 당겨보며 우측 잘려버린 응해산 뒤로 삼각뿔 형상의 반듯한 도덕산을 바라본다.
도덕산 뒤론 황학지맥.
도덕산 4.5km 표지판이 나무에 걸려있다.
352.7m봉의 '준·희’ 표지판.
잡목 사이로 팔공산의 스카이라인이 금을 긋고있다.
그리곤 제법 된비알을 궁궁지지(弓弓之之)하며 오르다보니 응해산이다.
지적측량의 중요한 기준점인 지적삼각점이다.
지적삼각점 안내판.
응해산 정상 콘크리트 포장마당에서 청주를 곁들인 불고기버거로 식사를 한 뒤 시그널 펄럭이는 정상의 표지판을 살핀다.
내로라하는 동호회와 산꾼들 이름표 사이로 오늘 버스 메이트인 '철인' 님의 시그널 '철인부부'가 살짝 숨어있다.
조금 내려서자 영면에 든 부부묘에 유독 시선이 쏠린다.
죽어서도 같이 가자던 살아서의 소망대로 나란히 누웠지만 이렇게 후손들에게마저 잊혀져 있으니...
멧돼지 목욕탕에 살얼음이 얼었다.
내리막을 내려서자 앞서가던 일행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독도주의 지점으로 급경사 내리막을 우측으로 내려서게 되는 것.
우측 잡목 사이로 도덕산이 일어선 게 보인다.
급경사 지역을 비스듬히 타고 돌아...
우측 능선으로 붙어야 하는 것. 이는 능선으로 바로 내려서지 않고 완만한 좌측 능선으로 조금 내려서다 우측 사면으로 돌았기 때문.
사면을 돌아 내려서는 모습.
짧은 급경사 구간을 내려서자 제법 널따란 개활지가 있는 안부.
개활지에선 맞은 편 건너에 팔공산이 하늘금을 긋고 있다.
더 우측으로 크게 고개를 돌려...
당겨보니 시설물이 있는 팔공산 정상인 비로봉이 보이고, 그 우측에 동봉과 가까이는 파계봉인 듯.
안부 임도에서 임도를 버리고 우측 능선으로 바꿔 탄 뒤...
도덕산 1.0km 지점을 지난다.
현수막에는 산악오토바이 출입을 자제한다는 완곡한 표현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단속 법령이 없어서일까?
하지만 이런 뜨뜻미지근한 부탁과 협조당부는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랜 기간 단속이 미치지 못한 등산로는 오토바이 바퀴에 파헤쳐져 먼지구덩이로 변해있으니, 이런 산에 어느누가 먼지 덮어쓰며 오고싶어 할까?
도덕산에 비(非)도덕이 판을 치고 있음을 개탄한다.
클릭~. 앞을 가로막고 선 팔공산을 <파노라마>로 촬영을 했다.
멀리 비로봉과 동봉이 살짝 고개를 내밀었고, 양 옆으로 학처럼 날개를 펼친 팔공지맥. 가산에서 초례봉까지 '가팔환초'라는 또다른 이름이 있다.
'이곳은 한국전쟁 때 격전지라 불발탄이 발견될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 라는 안내판.
도덕산 갈림길에 닿았다. 빨간 화살표로 올라와 50m 전방의 도덕산을 다녀와 흰색 화살표로 내려가는 것.
도덕산으로 향하는 곳에는 조망처가 있고...
도덕산 정상엔...
반들반들 커다란 조약돌 정상석이 있다.
조망처에서 김락(金樂) 등 8명의 장수가 모두 전사하여 팔공산이라 불렸다는 팔공산 스카이라인을 한눈에 스캔한다.
매월당 김시습이 팔공산을 바라보며 읊었다는 ‘망공산(望公山)’이란 시가 너무 와닿는다.
- 팔공산을 바라보며-
‘험준한 공산이 우뚝이 솟아서
동남으로 막혔으니 몇달을 가야 할꼬
이 많은 풍경을 다 읊을 수 없는 것은
초췌하게 병들어 살아가기 때문일까.’
<매월당 김시습>
당겨보는 팔공산 비로봉과 동봉. 그 좌측 잘록한 곳의 시설물이 있는 곳은 군위쪽 ☞ 하늘정원
더 우측으로는 능성재와 은해사 또는 갓바위로 이어진다.
파노라마를 대신한 <동영상>
도덕산에서 조금 내려오면 무덤이 나오고...
이 지점이 도덕암(930m) 갈림길.
전투형 산꾼들은 이미 도덕산을 내려갔다 회귀를 하였고...
솔숲 산길에 숨을 틀어막는 매케한 먼지는 아까도 말한 산악오토바이들의 소행.
한두 번도 아니고 몇해에 걸쳐 그들의 그라운드가 되고 있다. 수십 년 산을 다녔지만 이러한 모습은 쉽게 볼 수 없었다.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대도시 대구시에서 이토록 자연을 방치하고 있었다니 어이가 실종이다.
이러고도 국가의 녹을 먹고 있다면 그들은 직무태만에 직무유기다.
오토바이는 산길을 파헤치고, 그 파헤쳐진 곳으로 비가오면 물길이 되면서 자꾸만 훼손된다.
길이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어야만 하는 게 우리들의 책임이자 의무가 아닌가? 지금 우리들은 그들의 것을 잠깐 빌려쓰고 있을 뿐이다.
도남지 갈림길에서...
도남지 방향으로 쳐다보니 이 XX들이 이 길로도 올라왔네.
설악산에서도 보았지. 이 파헤쳐진 길은 무엇으로도 메꿀 수가 없어 헬기로 돌을 실어와 메꾸는 것을 보았지 않은가?
이미 이처럼 깊은 수로가 나 있으니, 이 파여진 곳으로 비가 오면 빗물이 흘러 더 깊이 파여질 것은 자명하다.
잡목숲 사이로 보이는 저수지가 도남지인가?
313.3m 삼각점봉을 지나도...
바짓가랭이를 쓸며 날리는 매케한 먼지는 여전하다.
앞서간 일행들이 깔아놓은 표식지가 좌측 안도덕으로 안내하고 있다. 잠시 망설였다.
이곳으로 탈출하면 도덕암 포기에 중도포기까지 겹쳐 반동가리 산행이 되어 버리는 것. 그러면 안되지, 아직은...
다시 끙끙 안간힘 쓰며 작은 봉우리를 오르자 119표시판 <북부8>지점이다.
부산일보 개념도에 그어진 도덕동 갈림길은 저 봉우리 너머일 것.
그 봉우리에 올라...
뒤를 돌아보지만 이렇다할 지형지물이 없어.
조금 더 진행하면 능선인 듯 아닌 듯한 곳에 좌측으로 도덕동 갈림길이 있다. 시그널 몇개가 나풀거리는 곳, 아무런 특색과 지형지물이 없는 갈림길.
그곳으론 능선도 계곡도 아닌 펑퍼짐한 둔덕같은 길. 한마음 시그널 뒷면에다 '도덕동갈림길'이라 적어 걸었다.
이 또 뭐꼬? 이 XX들이 이곳에도 X판을 쳐 놨네.
이 호젓한 솔밭길도 그들의 소행으로 다 망쳐져 있다. 그나마 바닥이 커다란 암반인 탓으로 더 깊이 파여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
능선으로 연이은 무덤들이 명당자리를 대변.
식생은 어느새 활엽수로 변해 낙엽이 쌓였고...
통정대부 경주이씨묘를 지나자...
밑엔 광양 차씨 할매 묘. 며느린가 보다.
다 내려왔네.
내려와서 돌아보는 산길 입구.
산길 입구엔 '내고향한우식육식당'이 있다.
우리 버스가 있어야할 곳이지만 보이지 않는다.
도덕암을 다녀온 일행들과 합류하여 '홍익식당'과 '연경경로당'이 있는 곳으로 버스를 찾아보았다.
알고보니 버스는 반야암 입구에 있다는 것.
그래서 약 1km를 걸어서 내려가며...
아까 우리가 올라갔던 능선을 올려다 본다. 도덕동은 소를 키우는 우사가 많은 곳.
반야사 표석에서 올려다 보는 내려온 길....
반야사 방향 반야교 건너로 숲속에 반야사가 보인다.
우리 버스가 보이는 반야사 입구의 아파트단지.
‘등산의 기쁨은 정상에 올랐을 때 가장 크다.
그러나 나의 최상의 기쁨은 험악한 산을 기어 올라가는 순간에 있다.
길이 험하면 험할수록 가슴이 뛴다.
인생에 있어서 모든 고난이 자취를 감췄을 때를 생각해 보라!
그 이상 삭막한 것이 없으리라.’
- 니 체 -
첫댓글 한마음 산악회 회원님들과 한마음을 찾아주시고 사랑하는 모든님들 경자년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십시요.
산마루님의 열정과 산악회 사랑을 존경합니다.
고맙습니다.'무댑보'님.
님도 편안하고 행복한 설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