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날이군. 아직도 어린이 날이라고 설레이는 거 보면 아마도 유치 찬란한 젊음인가 보다. 드디어 별루였던 지중해 3국을 뜬다.
나하고는 궁합이 안 맞는다. 드디어 내가 가고 싶어하던 독일권 국가들이다. 2번째 유럽에서 갔었 던 곳들만 다시 봤고 지금부터가 진짜 나의 유럽여행일지 모른다.
오후5시가 되서야 비엔나로 들어왔다. 휴게소에서 패거리들과 맨발로 축구를 했다. 몸도 안 좋지만 한국이 4강을 했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지. 같은 방을 쓰게 되는 녀석들이! 하나같이 감기에 골골 되고 있다. 콜록콜록 거리면서 욕은 잘도 해댄다. 저녁을 먹으러 버스를 탔다.
중간에 같이 가지 않을 몇몇을! 내려주고 어느 숲속으로 한참 들어가 나무로 지은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우리나라에 유명한 시골 음식점 분 위기다. 이런 분위기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데. 버스에서 미리 정한 메 뉴대로 나오는데 나는 캐나다 공주병 한명하고 생선을 시켰다.
세라가 몇 번을 묻고 나중에 못 바꾼다고 자꾸 그런다. 걱정을 마시라니까. 아코디언 연주하는 아저씨가 이런 저런 게임을 하 면서 흥을 돋운다. 뭐 이를 테면 콘돔 빨리 불러서 터뜨리기,커플 남 자 가랑이 사이에 쉬넾을 끼고 여자가 뽑아서 마시기 등등등 재밌는 게임을 많이 한다. 음식이 딱 나하고 맞는다. 너무 좋다.
이런 오스트라아가 너무 좋다. 쿠폰 2장을 이미 다 쓰고 3잔을 더 마 셨다. 음식을 다 먹고 나서 세라가 왔다.
생선요리가 정말 끝내줬다고 한다. 난 이미 알고 있었다. 독일권은 옛날부터 생선과 감자요리가 잘 발달 되어 있다는 것을. 아코디언 연주자가 각국의 국가를 연주한다고 해 당 국가는 나오라고 한다. 가장 인원이 많은 호주애들이 나와서 있는 데 국가가 나와도 욕도 하고 장난도 치고 그런다.
입양아 녀석도 앞에서 난리다. 아니나 달러. 그 다음은 캐나다.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인데 제이가 감기에 탈이 나서 버스에 누웠다. 그래서 레이첼과 다른 그룹에 애가 나와서 있는데 어쩔 줄을 몰라 한 다. 왜냐면 사람들이 다들 야유를 보내니까.
그래도 국가는 팝송처럼 다들 잘부른다. 다른 국가의 애들도 많았는 데 일본이 다음으로 나왔다. 기미가요가 얼마나 우중충한지는 예전부 터 알고 있었지만 유코와 다른 그룹에 한명은 서로 어색하게만 쳐다 보고 있다.
술이 된 나는 내심 한국을 불러주길 바랬다. 이 순간을 위해서 성악하는 친구녀석한테 레슨까지 받았는데. 아담이 코리안이 한명 있다고 소리를 지른다. 다른 애들도 호응을 하 고 패거리 녀석들도 ‘짐보 짐보 짐보’ 이렇게 외쳐댄다.
그들은 내가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몰라 할 줄 알았나? 얼른 자리를 박차고 나가 섰다. 전주없이 들어간다고 아저씨가 그런 다.
그리곤 국가를 불렀다. 첫 음절을 부를 때 여기 저기서 웃음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맘이 너무 복받쳐서 목소리까지 떨린다.
순간 이건 인생에 단 한번 뿐이란 생각에 더 크게 불렀다. 주변은 조용해지고 눈물이 날 것 같아 눈을 감았다. 눈을 뜨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이 맘을 추스리고 오른 손 을 뻗어 들고 끝을 맺었다. 잘했다.
내가 생각해도 후회 없이 끝냈다. 환호의 박수인지 아닌지 알 수! 없 지만 정말 대단한 호응임에는 틀림없다.
아담이 어느새 내 카메라를 들고 날 찍는다.
그리고 화장실로 갔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문을 닫고 소리없이 엉엉 울었다.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이러진 않 았는데. 내 조국의 사랑에 이런 눈물이! 흐르다니.
늘상 한국의 모든 것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내가 이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얼굴을 씻고 돌아와 자리에 앉으니까 독일 맥주 잔으로 3잔이 와있다. 1병에 1.5리터짜리. 또 애들이 ‘짐보 짐보 짐 보’ 외쳐댄다. 첫잔을 뚝딱 헤치웠다.
환호성이 대단하다.
마이크를 뺏어 들고 한 마디 했다.“독일 맥주는 정말 최고라서 통이 라도 마시고 싶은데 안주가 없어서! 더 못 마시겠다”뭐든지 말만 하 란다. 내 장난을 다들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난 여자들이 키스를 해주면 어디로 들어갈지 몰라. 다국적이면 더 잘 마셔”
애들이 눈치를 챘다. 술잔 2병을 들고 중앙으로 나갔다. 내가 1잔에 키스 5번이라고 했다. 애들이 와서 볼에도 입술에도 키스 를 해준다. 기쁘고 재미있고 행복하다.
1잔을 힘들게 마셨다. 장난 아닌 함성이 힘을 더하게! 한다. 1잔이 남았다. 한숨 돌려야만 한다. 이번에도 키스 5번인데 한번에 최 소 1분씩 이어야 한다고 했다. 애들이 좋아 난리다.
내가 원치 않아도 많이 나온다. 하긴 나 같은 부끄럼 안타는 동양애가 희한하기도 하겠지. 입술을 힘있게 붙여 주는 애도! 있고 장난스럽게 키스하는 애도 있 다.
마지막 한 사람이 남았다. 내가 물었다.
“너 혹시 비포썬라이즈 봤냐?” “어 2번 봤어” “그래? 그럼 거기 어느 광장에서 줄리 델피하고 에단 호크가 키스 하던 장면 생각나?” “아~ 그거” 그리곤 더 이상 말 없이 내가 덥썩 얼굴을 잡고 키스를 했다. 환호성에 입을 때고 얼굴도 안보고 술을 꿀꺽꿀꺽 다 마셨다. 그리고는 자리로 돌아가는 이름 모르는 그 애를 붙잡고 다시 키스를 했다. 그리고 자리로 돌아 오는데 ‘짐보 짐보 짐보’ 이런 함성에 기 분이 좋아 앉았다.
잠시 후 조명을 켜고 디스코 타임이다. 기분 좋아 함 놀아볼까? 기분 좋아 함 놀아볼까? 짧게 춤도 추고 놀면서 마무리하고 버스에 다 시 올라 탔다. 버스 안에서도 그 분위기는 계속 진행형이다. 버스에 남자들이 여자들 옷 벗으라고 난리다. 다들 하나도 빠짐없이 웃옷을 벗어 들고 춤추고 노래하고 완전히 난 리 부르스다. 역시 내가 그렇게 기다리고 기대했던 이곳이 나를 마약 먹은 사람처럼 빠져들게 한다. 샤워할 겨를도 없이 방에 있는 우리 모 두는 그냥 침대에 골아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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