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서 열연중인 엄정화(오영심 역)-신성우(민지환 역) 부부를 결혼상담사나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이 평가한다면 어떠한 결론을 내릴까? 아마도 그 결론은 최악의 커플에 모아질 것이다. 왜 그런지를 보기 위해 몇 가지 미리 말해야 할 게 있다.
우선 신경과 전문의 김혜남, 양창순, 김정일 등이 공통되게 주장하는 것은 많은 이성을 사귀어보고 배우자를 고르라는 말이다. 여성학자들의 견해도 마찬가지다. 전통 방식의 결혼 관습은 이성에 대해서 판단해 볼 기회 없이 결혼이 이루어져 가정 생활이 원만하지 못한 사회가 되었다고 지적해 왔다.
물론 그간 드라마나 영화는 남성이 억지로 결혼해 맘에 들지 않는 부인 때문에 바람을 피우는 장면을 더 많이 묘사했지만 말이다. 또한 여성학자들은 잘못된 결혼에 대해 여성의 능동적인 행동을 요구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한 남자나 여자를 끝까지 사랑하는 것을 매우 낭만적이고 사랑의 최고 경지라고 지적하지만 정신 분석의나 여성학자들은 이러한 생각은 최악이며 위험한 선택이라고 한다. 스토커라는 사회 현상만이 아니라 강박적 집착증이나 소유욕, 신경증이 일어나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줄뿐만 아니라 결국 자신의 영혼이나 건강에도 치명적이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쿨하게~'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닌 셈이다.
끝까지 사랑한다고 할 때 흔히 열 번 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 없다고 하지만 이러한 것은 실제에서는 하기도 불가능하고 소모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싫다는 사람 쫓아다니지 말고 차라리 부지런히 자신과 통하는 사람을 찾는 게 낫다고 충고한다. 반대로 현실에서는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오히려 이를 강조하거나 포장하곤 한다.
이런 몇 가지 틀로 엄정화(오영심 역)-신성우(민지환 역) 부부를 분석해 볼 수 있다.
<12월의 열대야>에서 오영심(엄정화)은 남해의 다랭이 마을에서 태어난 것으로 설정했다. 여기에 어느 날 보건의로 부임한 민지환(신성우)을 오영심이 줄기차게 쫓아다닌다. 이렇게 줄기차게 쫓아다닌 오영심은 마침내 결혼에 이르게 된다. 열 번 찍어 넘어뜨린 셈이다. 오영심의 경우에는 서울에서 온 젊은 의사가 세상에서 최고로 멋있는 남자로만 생각했다고 한다. 다른 남자들을 제대로 만나보지도 않고 판단한 것이다.
그럼 오영심의 남편 민지환은 어떨까? 그가 오영심을 선택한 것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민지환의 경우에는 보건의로 의무 복무하는 기간이므로 다른 곳으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 있었다. 고향 서울에서 떠나 외롭게 생활하며 다른 이성을 접할 기회가 없는 상태에서 오영심에게 '엮여' 들어간 것이다.
가난-부유의 차이뿐만 아니라 이 둘은 살아온 환경, 성격, 취미, 성향이 다르다. 과장된 묘사가 심하게 대비되는데 오영심은 남해의 한 고등학교를 나온 것으로, 민지환은 서울대 의대를 나온 것으로 되어있다.
민지환은 책을 즐겨보지만 오영심은 책을 보면 잔다. 오영심은 철 지난 대중가요를 좋아하지만 민지환은 클래식을 비롯하여 고상한 장르를 좋아한다. 여기에 성격도 철부지에 푼수같이 묘사되는 오영심에 비해 민지환은 침착하고 진지하다. 오영심의 행동과 품새는 흐트러지지만 민지환은 항상 절제되어 있다.
이러한 차이 때문인지 민지환은 오영심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다. 첫사랑을 못 잊고 그녀와 다시 만나기 시작한다. 오영심은 천진난만하게 그러한 남편이자 애 아빠로 철석같이 민지환을 믿고만 있다. 이 또한 남성을 사귀어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오영심이 박정우(김남진)를 만나고 나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20대 초반의 다랭이 마을의 여성이 아니라 나름대로 세상살이의 경험을 많이 해 깨달은 바가 있는 때 자신과 맞는 이성, 박정우(김남진)를 만났고 그 이성은 오영심에게도 관심이 있으니까 말이다.
<12월의 열대야>가 단순히 맞불륜 드라마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있는 논리는 여기에서 빚어진다. 잘못된 결혼, 커플이라고 했을 때 과연 어떻게 그것을 풀어가야 하는 것일까? 드라마의 초점은 그것에 맞추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드라마는 자칫 '불륜'이라는 감각적인 부분으로만 흘러갈 우려가 제기된다.
물론 도덕적 잣대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12월의 열대야>는 신성우의 불륜을 먼저 도드라지게 하고 여기에 맞대응하는 오영심의 태도를 부각시킬 모양이다.
첫댓글 이거..제목이 왜 이모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