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기대감 상실하며 전세가격이 매매가격 추월...재건축 신화 종결 신호탄?
감가상각이 적용되지 않는 유일 자산으로 꼽혔던 ‘아파트’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11·3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맷값이 34주 만에 하락한 가운데 서울 내 5년 이하 아파트 전세가격이 10년 이상 노후 아파트의 거래가격을 앞질렀다. 사실상 재건축 신화 종결의 신호탄이다.
7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입주 5년 이하 아파트(이하 새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3.3㎡ 당 1791만원, 서울 평균 매매가격은 3.3㎡ 당 1886만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구 별 평균 매매가격을 비교해 보면 서울 25개 구 중 16개 구의 매매가격은 새 아파트 전세가격 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구(1775만 원), △영등포구(1681만 원), △종로구(1642만 원), △동작구(1642만 원), △강서구(1474만 원), △서대문구(1410만 원), △동대문구(1344만 원) 등의 순으로 3.3㎡ 당 매매가격이 새 아파트의 전세가격보다 낮았다.
실제로 3분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현황에 따르면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서 전용면적 84㎡ 전세를 구할 경우, 2014년 입주한 ‘마곡엠밸리 15단지’는 4억 원(5층)이 필요하다. 하지만 강서구 가양동에서 1999년 입주한 ‘한보아파트’매매가격은 3억9000만원(5층)이다.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탄다면 1000만원을 남기고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노원구 중계동도 마찬가지다. 전용면적 59㎡ 기준 2014년에 입주한 한화꿈에그린은 전세가격이 3억4000만원(13층)이다. 반면 1999년 입주한 인근 삼성아파트는 2억8300만원(17층)에 구매가 가능한데 전세와 매매가격 차이가 무려 5700만원에 달한다.
지방도 아니고 서울에서 10년 이상 노후 아파트의 가격이 5년 이하 아파트의 전세가격을 밑돈다는 것은 과거 아파트 시장의 판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상의 원인은 재건축 기대감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파트 쇼크’가 현실화되기 시작한 셈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현재처럼 사상최저수준의 금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감가상각 요인까지 아파트의 매매가격에 반영되며 새 아파트 전세가격이 매매가겨을 추월했다”며 “새 아파트 전세거주자에게 선택지 중 하나로 인근 노후 아파트 구매가 선택지로 다가오는 기현상이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기대감이 사라진 이유는 크게는 용적률, 두 번째는 정부의 규제 강화 때문이다.
재개발이 수익을 내는 구조는 건축 당시보다 용적률이 높아지면서 고층으로 지어 가구수가 늘고, 더 넓은 평형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조합원들은 건축비를 감당하고 사업수익성을 보장받았다. 덕분에 신규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20~30년 후의 아파트 감가상각을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지어진 신규 아파트들은 용적률 혜택을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 이미 건설사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고자 사용 가능한 용적률을 최대한 활용해 32평형을 분양받아도 대지지분이 7평에 그치는 상황이 빚어졌다. 이 경우 재개발을 해도 더 넓은 평형에 거주하기는커녕 역으로 건설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결국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이 빚어지는 셈이다.
게다가 재건축 사업장을 겨냥한 정부 규제 강화까지 이어지며 실제로 ‘11ㆍ3 대책’ 발표 이후 지난 4일 기준 서울 재건축 아파트 매맷값은 3월4일(-0.03%) 이후 8개월 만에 지난주 대비 0.12% 하락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확대해석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1990년대 이후 지어진 아파트의 재건축ㆍ재개발 기대감이 사라진 것은 강남 외 지역에서는 맞는 말이지만 이를 아파트 감가상각 신화의 붕괴 조짐으로 섣불리 판단해버리면 시장 전체가 흔들려 버린다”며 “새 아파트의 전세가격이 노후 아파트의 매매가격을 추월한 이유는 결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미래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며 신규 분양을 고려한 이들이 전세기간을 연장하는 등 관망세로 돌아선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지희기자 jh606@
첫댓글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