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305]서거정56, 밀양 십경(密陽十景)10首
四佳詩集補遺三 / 詩類○輿地勝覽
밀양 십경(密陽十景)
우령(牛嶺)의 한가로운 구름
우령이 멀리 겹겹 청강석을 꽂아 논 듯해라 / 牛嶺迢迢揷層碧
영남의 아름다운 경치가 천하에 으뜸일세 / 嶺南佳麗天下獨
화려한 누각 용마루는 금오 머리에 우뚝한데 / 瓊樓畫棟金鼇頭
한가로운 구름 얽히어 마냥 오색이 찬란하네 / 閑雲繚繞長五色
구름을 무심한 물건이라 누가 말했던고 / 誰言雲是無心物
생령을 윤택게 하는 술법이 원래 있는걸 / 澤潤生靈元有術
어찌 공연히 태양과 하늘을 가리기만 하랴 / 何曾蔽日漫遮天
큰 가뭄엔 응당 불일간에 장맛비를 내리리 / 大旱成霖應不日
삽포(鈒浦)의 고기잡이 등불
삽포의 아침에 새로운 물이 불어나더니 / 鈒浦朝來新水生
하늘 그림자 물에 잠겨라 가을밤이 맑구려 / 碧空涵水秋夜淸
성긴 숲에 잎 다 져서 강바람 아니 불자 / 疎林葉盡江無風
고기잡이 등불이 별처럼 널려 반짝거리네 / 漁燈耿耿排明星
야로들이 서로 불러 미칠 듯 기뻐하여라 / 野老相喚喜欲顚
금년엔 고기가 풍족해 돈 걱정 할 것 없다고 / 今年魚足休論錢
막걸리에 게 다리 안주로 다시 위로하면서 / 白酒黃螯復相慰
외로운 배가 갈대꽃 곁에서 밤을 새누나 / 孤舟夜泊蘆花邊
율도(栗島)의 가을 연기
누각 앞의 앵무주 백사장 십 리 거리에 / 樓前十里鸚鵡洲
눈송이 같은 밤꽃 향기 물씬물씬 풍기더니 / 栗花如雪香浮浮
주렁주렁 달린 밤송이 수많은 별 같아라 / 纍纍結子如繁星
가을이면 만곡의 황금 같은 밤알을 거두네 / 秋來萬斛黃金收
나무 끝에 희게 비낀 건 연기 아닌 연기요 / 樹杪拖白煙非煙
만가의 밥 짓는 연기는 멀리 서로 이어졌네 / 萬家煙火遙相連
태평 시대의 기상을 그릴 사람 없어라 / 大平氣象無人畫
용면의 훌륭한 솜씨를 빌리고만 싶구나 / 妙手我欲煩龍眠
영봉(瑩峯)의 아침 해
금계가 울어 대고 동방에 새 아침이 오매 / 金鷄啁哳扶桑晨
육룡이 아침 해 바퀴를 떠받들고 나오니 / 六龍扶出初日輪
짙붉은 햇살 이글이글 산호 빛이 찬란해라 / 蒸紅鬧熱珊瑚光
큰 물결 만 이랑에 황금빛이 반짝거리네 / 洪濤萬頃金鱗鱗
잠깐 새에 만 길 산봉우리를 날아올라라 / 須臾飛上萬丈岡
아득히 푸른 하늘을 하루 한 바퀴씩 도누나 / 一日一周天蒼茫
나는 곧장 긴 밧줄로 구오를 꽁꽁 묶어서 / 我欲長繩繫九烏
만고토록 하늘 한가운데 달아 놓고 싶어라 / 萬古懸在天中央
나현(羅峴)에 쌓인 눈
뿌연 구름이 먹물을 뿌려 놓은 듯 캄캄하더니 / 紅雲黯黯濃潑墨
자리보다 큼직한 눈송이가 펄펄 날리어라 / 雪片飛飛大於席
하늘땅의 중간이 온통 맑은 기운뿐이요 / 天地中間一淸氣
한 조각 구름 안개의 가리움도 전혀 없네 / 無有一片纖靄隔
예로부터 삼백은 풍년의 상서라 하는데 / 由來三白瑞豐年
가가호호의 천 이랑 전토가 백옥 같구려 / 家家白玉千頃田
누리가 이미 천척 땅속으로 들었을 테니 / 遺蝗入地已千尺
명년에는 응당 백 전의 벼를 거두겠구나 / 明年應取禾百廛
서교(西郊)에서 계를 치르다
봄날이 옥처럼 다사로워 맘에 꼭 맞아라 / 春日可人溫似玉
서쪽 교의의 방초는 베실보다 섬세하구려 / 西郊芳草細於織
교외 가득 붉은 꽃잎은 어지러이 날리고 / 滿郊花雨紅紛紛
봄 물결을 콸콸 흘려 유수곡을 울리는데 / 春波粼粼流水曲
마을에선 계를 치르려 구름처럼 모여서 / 鄕隣修禊簇如雲
술잔을 급히 돌려 모두가 거나히 취했네 / 飛觴轉急皆醺醺
풍류는 영화 연간의 봄보다 못지않건만 / 風流不減永和春
취해 쓴 글은 그 누가 왕 우군만 할는지 / 醉札誰似王右軍
남포(南浦)에서 손을 보내다
아침에 온 작은 비는 기름처럼 윤택하고 / 朝來小雨潤如膏
관도의 푸른 버들은 명주실보다 섬세한데 / 官街碧柳細於繰
동복 하나 말 한 필에 술병 둘을 가지고 / 單童匹馬雙白甁
손님 전송하러 곧장 남포의 다리를 지나네 / 送客直過南浦橋
인생의 만나고 헤어짐은 뜬구름 같은 거라 / 人生聚散如浮雲
부별이나 빈별이 다 마음을 상하누나 / 富別貧別皆傷神
여구가 한 곡조 노래는 이미 한창인데 / 驪駒一曲歌而闌
하늘 넓고 물은 멀어 사람을 시름케 하네 / 天長水遠愁殺人
마산(馬山)에 날리는 소낙비
동풍에 열두 난간의 주렴이 다 걷히매 / 東風簾捲十二欄
한번 바라보니 동남쪽 시야가 탁 트이네 / 一望眼界東南寬
긴 숲 새로 희미해라 포구는 포구와 막히고 / 長林隱映浦隔浦
마산 한 봉우리는 여인의 검은 머리 같은데 / 馬山一點靑鴉鬟
갑자기 칠흑 같은 강 구름이 일어나서 / 忽有江雲黑如漆
은 살대 같은 소낙비를 마구 날려 대더니 / 白雨飛飛銀箭瞥
거센 바람이 불어와 강을 한번 쓸고 가니 / 長風吹掃過江去
푸른 산 한쪽이 붉은 석양을 머금었구나 / 半邊靑山銜落日
응천(凝川)의 고기잡이 배
응천이 멀리 은하수로부터 흘러 내려와 / 凝川遠從銀漢來
누각 앞을 파란 포도주 빛으로 물들였는데 / 樓前綠染蒲萄醅
어젯밤 작은 비에 물이 상앗대 반쯤 불어 / 昨夜小雨漲半篙
고깃배가 제 맘대로 물을 따라 내려가누나 / 漁舠隨意沿流廻
잔잔한 도화수 물결에 쏘가리가 살져라 / 桃花細浪鱖魚肥
쟁반에 회를 치니 눈송이가 날린 듯하네 / 盤心鱠縷紛雪飛
반쯤 취해 다리 두드리며 창랑가를 부르니 / 半酣鼓脚歌滄浪
인대며 황각일랑 도무지 알 바 아니로다 / 麟臺黃閣都不知
용두산(龍頭山) 절벽의 봄꽃
용두산 꼭대기에 봄이 한창 아름다워라 / 龍頭山上春正好
산 가득 철쭉꽃에 봄기운이 한창일세 / 躑躅滿山春意鬧
하룻밤 내린 좋은 비가 흡사 진국술 같아 / 一夜好雨如酒醇
온 산 꽃이 만발하여 타는 듯이 붉은데 / 花開已遍紅似燒
그 뉘 집 젊은이는 금장니를 장식하고 / 誰家少年錦障泥
술병 차고 동서남북을 쏘다니며 노는고 / 携壺遊賞東復西
날 저물어 돌아오니 춘색은 얼굴 가득고 / 日暮歸來春滿面
무수히 날린 꽃잎은 말발굽에 엉기었네 / 無數飛花襯馬蹄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2008
密陽十景
牛嶺閑雲
牛嶺迢迢揷層碧。嶺南佳麗天下獨。瓊樓畫棟金鰲頭。閑雲繚繞長五色。誰言雲是無心物。澤潤生靈元有術。何曾蔽日漫遮天。大旱成霖應不日。
鈒浦漁燈
鈒浦朝來新水生。碧空涵水秋夜淸。踈林葉盡江無風。漁燈耿耿排明星。野老相喚喜欲顚。今年魚足休論錢。白酒黃螯復相慰。孤舟夜泊蘆花邊。
栗島秋烟
樓前十里鸚鵡洲。栗花如雪香浮浮。纍纍結子如繁星。秋來萬斛黃金收。樹杪拖白烟非烟。萬家烟火遙相連。大平氣象無人畫。妙手我欲煩龍眠。
瑩峯初旭
金鷄啁哳扶桑晨。六龍扶出初日輪。蒸紅閙熱珊瑚光。洪濤萬頃金鱗鱗。須臾飛上萬丈岡。一日一 周天蒼茫。我欲長繩繫九烏。萬古懸在天中央。
羅峴積雪
紅雲黯黯濃潑黑。雪片飛飛大於席。天地中間一淸氣。無有一片纖靄隔。由來三白瑞豐年。家家白玉千頃田。遺蝗入地已千尺。明年應取禾百廛。
西郊修禊
春日可人溫似玉。西郊芳草細於織。滿郊花雨紅紛紛。春波粼粼流水曲。鄕隣修禊簇如雲。飛觴轉急皆醺醺。風流不減永和春。醉札誰似玉右軍。
南浦送客
朝來小雨潤如膏。官街碧柳細於繰。單童匹馬雙白甁。送客直過南浦橋。人生聚散如浮雲。富別貧別皆傷神。驪駒一曲歌而闌。天長水遠愁殺人。
馬山飛雨
東風簾捲十二欄。一望眼界東南寬。長林隱映浦隔浦。馬山一點靑鴉鬟。忽有江雲黑如㓒。白雨飛飛銀箭瞥。長風吹掃過江去。半邊靑山㘅落日。
凝川漁艇
凝川遠從銀漢來。樓前綠染蒲萄醅。昨夜小雨漲半篙。漁舠隨意沿流廻。桃花細浪鱖魚肥。盤心鱠縷紛雪飛。半酣鼓脚歌滄浪。麟臺黃閣都不知。
龍壁春花
龍頭山上春正好。躑躅滿山春意閙。一夜好雨如酒醇。花開已遍紅似燒。誰家少年錦障泥。携壺遊賞東復西。日暮歸來春滿面。無數飛花襯馬啼。
[주-D001] 黑 : 墨
[주-D002] 玉 : 王
[주-D003] 啼 : 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