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枇杷晩翠(비파만취) 梧桐早凋(오동조조)(풍경소리)
枇 비파나무 비/ 杷 비파나무 파/ 晩 늦을 만/ 翠 푸를 취
■ 枇杷晩翠(비파만취): 비파나무는 늦게까지 푸르고,
梧 오동나무 오/ 桐 오동나무 동/ 早 일찍 조/ 凋 시들 조
■ 梧桐早凋(오동조조): 오동나무는 일찌감치 시든다.
96. 枇杷晩翠 梧桐早凋(비파만취 오동조조)
: 비파나무 잎사귀는 늦도록 푸르고, 오동나무 잎사귀는 일찍 시든다.
비파(枇杷)는 장미과에 속하는 열매 맺는 나무로 사시사철 푸른빛을 간직하고 있는 나무입니다.
만취(晩翠)는 겨울철에도 변하지 않는 푸른빛 그대로 있는 것을 말합니다.
비파만취(枇杷晩翠)는 추운 겨울에도 푸른빛을 발하는 비파나무를 표현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어떤 혹독한 상황에서도 청백한 지조를 굽히지 않는 군자의 면모를 드러내고 있기에 이와 같은 표현을 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오동(梧桐)은 오동나무를 뜻하며, 보통 벽오동(碧梧桐)나무를 말합니다.
조조(早凋)는 일찍 시든다는 뜻이며, 초가을에 제일 먼저 잎이 떨어지므로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명(明)나라 때 왕상진(王象晉)이 편찬한 군방보(群芳譜)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 梧桐一葉落 天下盡知秋(오동일엽락 천하진지추) - "오동나무 잎새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천하에 가을이 온 것을 안다."
오동잎 하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온 세상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고 했으니, 오동나무는 가을을 처음 알리는 나무라 하겠습니다. 이처럼 오동나무는 '가을을 알리는 나무'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오동나무는 가을을 알리는 선구자(先驅者) 같은 나무입니다.
천자문 전편에서 '연꽃과 잡초'에서 군자(君子)다움을 보았듯이, 이번 편에선 '비파나무와 오동나무' 모습에서 군자다움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먼저 비파나무는 사시사철 푸른빛에서 꾸준한 지조를 볼 수 있으며, 오동나무는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선구자의 역할을 볼 수 있습니다. 변치 않는 지조와 아울러 선각자로서 삶도 군자(君子)의 모습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