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홍 선 표
눈에 보이고 손끝 발끝에 닿고
귀에 들리고 코끝 스치는 냄새
모든 게 나의 가족이다
봄이면 아지랑이 피어 꽃잎 날리고
여름엔 짙푸름 사이로 소낙비 쏟아진다
가을 따라 나들이 단풍은 신나 춤추고
겨울엔 어떤가
살기위해 하얀 발자국 남긴 고라니 토끼
이 모든 게 또한 나의 가족이다
주고 받으며 소중한 사랑 이루는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야만 하는 모든 것
가치의 존중과 지속적인 사랑으로 지내야 하는 존재들
내 살아가는 어쩌면 숙명같은 가족의 구성원이다
그러나 가족을 이야기하는 최고의 화자는 사람이다
가난한 사람, 돈 많아 풍족한 사람
혼밥 혼술하는 사람, 술과 친구와 이웃 만남을 즐기는 사람
아파트에 사는 사람, 전원주택에 텃밭을 가꾸는 사람
반려동물을 물고 깨물듯 사랑하는 사람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돌보기 위해 희생을 감수 하는 사람
이 모두 나의 가족이다
언젠부턴가 현대사회라는 이름 아래
가족끼리 둘러앉아 밥을 먹고
이웃사촌끼리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끈끈한 정을 나누는 인간愛가 사라진 지 오래
어디서든 어느 시간이든 눈동자 중심은
작은 손의 기계에 매달려 어둠을 자초하고
스스로 기어들어 폐쇄의 공간을 만든다
누구는 게임 속 무참히 부수고 찌르고
알아듣지 못하는 큰소리 욕설 속으로 합류한다
이웃과 보이지 않는 벽의 존재 아파트
떡 한 조각 나누는 것 찾아보기 힘들고
층간소음, 주차 등 서로 간의 갈등으로
폭력사태나 살인 사건 소식도 간간 들린다
이웃사촌이란 옛날이야기, 누구인지 모르며
또한 인사도 없이 지나치는 요즘의 현실이다
앞산 붉게 노을 물들고 어스름 땅거미 진다
사다리 한 칸 더 오르려 아등바등 매달리다
때가 되면 떨어지는 슬픈 사람이 아닌
떡 한 조각 이웃에게 나누며 인사하는
인정이 가득 꽃 피는 사람
타인과의 비교가 기준이 아닌
분수를 지키는 노예로 행복할 수 있는 사람
나와 함께하는 가족은 이런 사람이다
행복이란 말 주어가 되어 영원하길 바라는
너와 나
그런 가족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