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금리 상승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 8/25(금) / 동양경제 온라인
미국의 장기 금리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7월 이후는 상승 페이스가 가속, 지표가 되는 10년채의 이율은 8월 21일에 4.35%대까지 상승했다.
이는 지난 3월 수준을 크게 웃돌았을 뿐 아니라 2007년 11월 이후 약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금리 상승 국면서 주가 급락도
금리 상승은 결과적으로 시장 혼란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들이 경계해야 할 현상 중 하나다.
지난해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을 시작한 이후 금리가 크게 오른 국면은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올해 3월 두 차례다.
이 중 전자의 경우는 NY(뉴욕) 다우존스산업평균이 최근 고점에서 16% 하락, 나스닥종합지수에 이르러서는 하락률이 20%를 넘어서 약세장에 진입하고 있다. 또 지난 3월에도 실리콘밸리뱅크가 파탄, 은행위기가 발생하는 가운데 역시 주가가 급락했다.
무엇보다 이번 금리 상승 국면에서는 시장에 큰 혼란이 빚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아마도 지난 2회와는 금리 상승 배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금리 상승은 FRB가 지난해 6월부터 4차례 연속 0.75%포인트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린 데 따른 것이다. 또 올 3월의 상승 국면에서는, 주거나 서비스의 가격 상승 기조가 강해져 FRB가 당초의 예상 이상으로 금리 인상을 계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급부상. 연내 금리인하로 돌아설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후퇴하는 가운데 나왔다.
즉, 지금까지의 금리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거나 다시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번 금리 상승은 기존과는 다소 다른 상황에서 빚어지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월 이후 증가세가 급속히 둔화됐다. 향후 상황에 따라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결정된 0.25%포인트 금리인상이 이번 통화긴축 국면에서 마지막 금리인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8월 10일 발표된 7월 CPI도 종합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예상을 약간 밑도는 증가세에 그쳤다. 또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지수는 4.7% 상승으로 사전 예상대로나마 전월부터는 증가세가 둔화됐다.
CPI 발표 이후에는 인플레이션 진정세에는 변함이 없다는 전망에서 장기금리도 한층 낮아졌고 차기 FOMC(9월1920일) 추가 금리인상 관측도 후퇴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최근 몇 달간 인플레이션 압력도 꾸준히 후퇴하고 있다. 그럼에도 금리는 크게 올랐다. 즉 이번 금리 상승 국면이 인플레이션 진행이나 FRB의 추가 금리 인상을 우려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 '좋은 금리 상승' 이라면 장기금리 한 단계 오를 수도
그렇다면 현재 금리 상승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것은 서서히 미국의 경기 전망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5월분, 6월분 경제지표에 강세 서프라이즈가 잇따르면서 시장에서는 경기가 이대로 순탄하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단숨에 높아졌다.
대형 금융기관에서도 '이 나라 경제가 경기침체(리세션)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을 철회하는 분석가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월 25~26일 FOMC 후 회견에서, '연준 조사진은 더 이상 리세션을 예상하지 않는다'고까지 잘라 말했다. 4~6월기의 GDP(국내총생산)가 예상을 큰폭으로 웃도는 성장세를 보인 것이나, 최근의 인플레의 안정세를 보는 한, 그러한 전망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만약 경기가 앞으로도 탄탄한 회복세를 유지한다면 금리에는 더욱 상승 압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금리 상승은 경기 회복에 따른 좋은 금리 상승으로 볼 수도 있다.
특히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 금리를 웃도는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 상황은 경기후퇴의 신호처럼 경기악화를 전제로 한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경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강해진다면 수익률 곡선을 정상 상태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연준이 아직 상당 기간 정책금리를 지금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상 정책금리의 영향을 받는 단기금리는 떨어지기 어렵다. 수익률 곡선을 정상화하려면 장기금리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상승 여지도 아직 꽤 남아 있다고 보는 것이 좋다.
■ 인플레이션 우려 동반 '나쁜 금리 상승' 재부활 우려도
물론 현재의 금리 상승이 이런 '좋은 금리 상승'이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경계해야 할 것은 앞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거세지고 현재의 '좋은 금리 상승'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배경으로 한 '나쁜 금리 상승'으로 대체되고 게다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전회 칼럼 「미국의 「금리 인상 계속 염려」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에서도 지적했듯이, 현재 경기의 견조함이나 에너지 가격 상승 등에 의해 향후 다시 인플레 압력이 강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설령 차기 9월19~20일 FOMC에서 금리인상이 미뤄지더라도 상황에 따라 그 다음 10월31일~11월1일 FOMC에서 다시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충분히 점쳐진다.
이 때는 금리 인상이 지나쳐 추가 금리 상승이 경기를 다시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고 보는 편이 좋다. 확실히 인플레이션 진정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높지만 향후 관건은 현재의 금리 상승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드디어 24일부터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주최 경제 심포지엄이 시작됐다. 이 잭슨홀 회의에서 파월 의장이 강연을 하는 것은 25일 오전 10시(일본 시간 23시) 넘어서부터다.
지난해 이 강연에서는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강연시간을 단축, 불과 10분도 안 되는 연설 속에서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을 계속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줘 금리가 상승했다. S&P500 지수는 하루 만에 3.4%나 하락하는 등 주가 조정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인플레이션 억제에 대한 강한 자세를 재차 보여줄 것인가, 아니면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음을 강조, 시장에 매수의 계기를 줄 것인가.그 내용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