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감사 소고
손 원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파행 운영을 놓고 책임 공방이 뜨겁다. 이를 규명하고자 감사원 감사냐 국정조사냐를 두고도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어떤 식으로 든 지 파행 운영의 책임소재는 가려질 것이다.
국가적 행사에 정부와 개최지 지자체가 힘을 합했고, 소속 공무원 수백 명이 관여한 대규모 행사였다. 무릇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법령에 따른다. 바꿔 말하면 공무원의 직무는 법령에 규정되어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각종 업무를 법령에 따라 처리하기에 일하기가 용이 할 뿐만 아니라 책임성 있게 추진할 수가 있다. 비단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 기업도 회사의 규정이 있어 종사원의 직무를 용이하게 하고 책임을 지게 한다. 이렇게 볼 때 법령, 규칙만 잘 따른다면 업무의 혼선이나 잘못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을 하다 보면 때로는 과욕을 부려 실수를 하기도 한다. 때로는 법령을 오해하거나 업무미숙으로 과오를 범하기도 한다. 잘못이 명확한 경우 책임을 져도 수긍하게 마련이다.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관점에서는 하자 없는 업무 수행이었다고 자부하더라도 훗날 감사를 받아보면 잘못된 경우도 있다. 사람이 하는 일은 완벽할 수가 없다. 다만 얼마나 실수를 줄이고 적정하게 수행하느냐일 것이다. 그래서 감사 지적 시에는 단순한 실수냐, 업무미숙이냐 또는 고의성 여부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달라진다.
공무원이나 공무원에 준하는 자는 수행한 업무에 대하여 감독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는다. 손을 댄 모든 일이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경미한 잘못은 가볍게 넘어가기도 하지만 중대한 과실은 고의성 여부를 따져 중징계를 받는 경우도 있다. 누구나 감사받을 때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긴장을 하게 된다. 뿐만아니라 수감자료를 제출하여 검토를 받고 처리한 일에 대한 질의응답과 해명을 하는 등 여러 날을 매달려야 한다.
감사결과 별다른 지적이 없으면 일을 잘한 것이다. 그러나 감사관 입장에서는 자존심 상하기에 어쨌든 한 건 하려고 눈에 불을 켠다. 감사결과 맹탕이면 감사실적이 없다고 질책을 받기에 무리하게 지적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것도 어려우면 수감자로부터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의 지적꺼리를 스스로 제출하여 달라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 즉 감사관의 체면을 살려달라는 식이다. 그러면 수감기관의 간부는 그의 사정을 외면 못 하고 수감자 스스로 지적꺼리를 만들어 오라고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감사를 하면 위법 부당하게 처리한 업무를 들추어 내기도 하지만, 드물게 우수사례를 발굴하기도 한다. 나는 공무원 초년 때 감사결과 우수사례 대상자로 선정되어 표창을 받은 적이 있었다. 큰 자긍심을 갖게 되었으며 더욱 열심히 일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았다. 그 후 수십 차례 감사를 받았지만 불미스러운 일은 없었다.
요즘 새만금 잼버리대회 실패에 대한 원인 규명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책임소재를 두고도 정치권의 공방이 있고, 언론의 질타도 거세다. 전 정부와 현 정부, 중앙과 지방정부 간 잘잘못에 대한 여론전을 뜨겁게 펼치고 있다. 관여한 기관이나 책임자 누구 하나 책임지려고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떠넘기는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국민은 그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실망하고, 공정하고 철저한 감사를 원하고 있다. 대회를 망친 원인과 책임소재가 밝혀지기를 바란다. 감사 목적은 잘잘못을 가려 책임소재를 밝히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악은 징계를 하고 선은 선양하기도 한다. 물론 대회는 망쳤지만, 우수사례도 있을 수 있다. 수감자는 겸손해야 함에도 오히려 큰소리를 내고 있다. 언론플레이로 덕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 감사에 성실히 임하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숙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책임 있는 공직자의 태도이고 상심한 국민의 마음을 달래는 길이다.
대회를 유치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새만금 잼버리 대회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국격을 잃었고, 긍지를 잃었다"며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부디 이번의 실패가 쓴 교훈으로 남고 대한민국이 보란 듯이 다시 일어서길 바란다"고 했다. 여기에 대하여 비판도 있지만 공감이 간다. 잃었다고 주저앉을 것인가? 다시 일어설 것인가? 병들었다면 진단을 하여 적절한 처방을 하도록 해야 한다. (2023. 8. 16.)
첫댓글 감사를 하면 모든 사실이 투명하게 밝혀지리라 생각됩니다. 감사 대상 기관은 성실하게 감사 받고 지적 사항이 있으면 고치면 됩니다. 쓸데없는 정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