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5월의 어느 날 P 왕국의 슈베린 베르크 주의 A 지역 어느 소도시에 있던 일이었다.
그날은 환자들이 없었고 병원은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접수실에서 서류만 들척이면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외과의사 카를도 자신의 병원 진료실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무렵 카를은 무언가 생각이라도 한 듯 책상 서랍에서 수첩과 만년필을 꺼내 들었다. 그 수첩은 카를이 전에 여러 가지 글들을 끄적여 놓은 아이디어 노트였고 한동안 일에 바빠 잠시 잊고 지냈던 수첩을 펼쳐보았다. 수첩 속 내용에는 여러 글들이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채 어질러져 있었다. 그러다 자신이 20대(몇 살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에 쓴 이야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 이야기는 매우 단순한 이야기였는데 어느 작은 공국을 통치한 젊은 공작과 유대인 부호의 딸이 사랑에 빠져 모든 고난과 역경을 딛고 사랑을 이뤘다는 대략 30페이지로 쓴 단편 소설이었다. 카를은 이야기를 유심히 읽었다. 그리곤 이야기를 조금 수정해서 써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어차피 환자들도 없으니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 카를은 뒤에 있는 서랍에서 오래된 낡은 공책을 꺼내 내용을 수정해서 공책에 써 내려갔다. 그 당시 유행했던 반 유대주의 사상 때문에 히로인의 설정을 유대인에서 신분이 평민에서 부르주아가 된 졸부의 딸로 설정을 약간 바꾼 것만 빼면 말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쓴 카를은 대략 50페이지로 분량을 늘리는데 성공을 했다. 소설의 결말은 그대로였지만 내용에 약간의 비극을 추가해서 오해 때문에 주인공 커플이 깨질 뻔하지만 이내 오해를 풀고 그들의 사랑이 더욱 단단해지는 비교적 단순하지만 꽉 막힌 해피엔딩을 만들었다. 그렇게 소설을 쓴 카를은 그동안 마음속에 묵혀 있었던 그 무언가가 뚫린 기분이 들었다. 그 상쾌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그런 상쾌한 기분이 들 때쯤 카를은 무언가 번뜩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한번 출판을 시켜봐?' 생각이 끝나기가 무섭게 카를은 의사 가운을 벗고 프록코트로 갈아입고 중절모를 머리에 쓰고 병원을 일찍 문 닫았다. 덕분에 따분해하던 간호사들은 오래간만에 조기 퇴근이라는 사실에 무척이나 기뻐했다. 병원을 닫은 카를은 마차를 불러 병원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도시에서 유명한 출판사에 도착을 했다. 그러곤 그곳의 편집장을 찾아갔다. 잠시 뒤 직원의 안내로 편집실에 도착한 카를은 편집장에게 자신이 쓴 원고를 보여주었다. 편집장은 원고를 꼼꼼히 읽어보고는 말했다. "내용은 그냥 평범하네요. 단순한 신분에 대한 금지된 사랑이라... 뭐 그래도 대중들은 이런 이야기에 열광을 하는 편이니 한번 출간해 보죠." 편집자의 이런 말에 카를은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는 연신 편집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뒤 출판사를 나왔다. 그러곤 한참을 걸으며 생각했다. '오래전 이루지 못했던 자신의 꿈이 조금이나마 이루어졌다.'라고 말이다. 그가 쓴 원고가 책으로 세상에 나오자 처음에는 인기가 없었으나 이내 입소문을 타면서 서서히 인기를 얻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