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식히고 기력 보충하는 여름 보약 ‘생맥산’
조선왕조실록 등 고서에 자주 등장
선조들, 여름철에 음용수로 즐겨
더위에 지쳐 무기력하고 어지럽고 메스껍고 구토까지 나타나는 증상을 우리는 ‘더위 먹었다’라고 표현한다. 일사병, 열사병과 같이 장기간 햇볕에 노출돼 혈액과 체액이 손실됨으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데 우리 몸의 땀과 체온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일 경우 더 쉽게 발생하게 된다. 지난 주말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 사례 6건 중 70∼90대가 4명이다. 고령층이나 심장병, 당뇨, 천식 등 만성질환자의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한의학에서 생맥산(生脈散)은 여러 병증에 여러 처방을 합쳐서(합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여름철에는 기력을 북돋기 위해 ‘보중익기탕’을 합방하거나 여성들에게는 ‘사물탕’을 합방하고 소화 장애나 역류가 있는 환자에게 ‘오적산’을 합방하기도 한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고석재 교수는 “생맥산의 구성 약재 중 맥문동은 쉽게 체할 수 있고 인삼은 체질에 따라 열을 조장할 수 있기에 무분별한 섭취는 자제해야 한다”라며 “지나치게 더위를 먹어 수분과 전해질 손상이 있거나 고령, 기저질환자로서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한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체질과 병증에 맞게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좋다”라고 설명했다.
조선 시대 양반집의 두 여인이 현대로 시간 여행하는 드라마에서 극 중 상대역이 답답하니 한복을 갈아입으라고 권유한다. 그러자 주인공 중 한 명이 “도저히 맨살을 못 내놓겠어요”라고 대답한다. 조선 시대 양반과 임금, 백성까지 여름에 맨살을 드러내지 않고 어떻게 더위를 견뎠을까?
조선왕조실록에는 20번, 승정원일기에는 871번, 생맥산이 등장한다. 생맥산 하절다음(夏節茶飮), 불구첩수지약(不拘貼數之藥)으로 ‘여름에 차로 마시는데 첩수(복약)에 구애받지 않고 복용한다’라는 내용이다. 선조 29년 실록에서는 선조가 임진왜란 중 고생하는 대신에게 여름 옷감과 은자, 그리고 생맥산을 하사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더위를 식혀줄 도구는 부채뿐이었을 그 시대에 생맥산은 임금부터 양반, 백성을 살리는 중요한 약이었고 음용수였다.
생맥산의 대표적인 효과 중 하나는 피로 해소다. 국내 연구 결과에 의하면 생맥산을 투여한 동물실험에서 피로물질이 감소했으며 또한 운동 시에 최대 산소 섭취량을 늘려주고 최대 심박수와 피로물질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
생맥산의 맥문동은 코로나 이후 만성 기침에 유용한 처방인 맥문동탕의 주요 구성 성분이다. 세계적인 저널인 ‘프런티어스 약리학’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생맥산은 만성 기침 환자의 기침 지수를 60%가량 낮췄음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생맥산이 위장관 내의 박동기 역할을 하는 세포인 카잘(cajal)의 활성을 증가시키며 위장관 운동의 개선 효과가 있다는 국내 연구 보고가 있었다.
고교수는 “야외 근로자 및 고령의 노인, 농부 등 폭염에 취약한 분들은 갈증을 느끼기 전에 충분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며 “이런 경우에 생맥산을 활용하면 좋다”고 말했다.
조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