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16강에서 포항이 전북을 만나고 8강에서조차 같은 K리그 클럽인 서울을 만나면서 추첨 절차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저는 AFC의 책임 소재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네요.
그 이유를 대자면.... 일단 16강전 팀킬(?)부터.. (개인적으로 팀킬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아서.. 국가대항전은 국가대항전이고 클럽대항전은 클럽대항전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예를 들면 광저우나 서울이나 제가 대하는 태도는 똑같습니다. 그냥 이겨야할 상대일뿐....)
일단 아시아는 넓습니다. 조별단계 추첨과 녹아웃 단계(토너먼트) 추첨을 위해 AFC 하우스가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까지 가야합니다. 그런데 조별단계가 끝나자마자 펼쳐지는 16강전 대진 추첨을 위해 16개 클럽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추첨을 한다? 클럽 자체에 전용기가 있고 철도 등의 연결로 인해 교통이 편리한 유럽에서야 스위스 니옹에 모이는 게 손바닥 뒤집듯이 쉽지만 그 추첨 자체만을 위해 실무자들이 모이는 것은 시간, 비용, 인건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만약에 대표자 참석을 시키지 않고 AFC 자체에서 추첨을 진행한다면 다시 조작 추첨이라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고요. (제가 알기로 유럽은 16강전, 8강전, 4강전마다 새로이 추첨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AFC에서 그러면.... 돈이 많이 깨지겠죠.)
미리 16강전 대진 구조를 갖춘 상태에서 대회를 치른다면 미리 16강전을 확정한 클럽은 향후 계획에 대해 보다 빨리 생각해볼 여지도 많죠. 리그 운영 방식뿐만 아니라 ACL을 치르기 위한 항공편, 호텔 예약 이외에 저희와 같은 일반 팬들이 잘 모를 수면 아래의 잡다한 업무 등을 사전에 처리를 할 수 있죠. (포항이 이번에 전북 원정을 가면서 전주에 호텔 객실이 없니 마니 했는데 만약에 16강전만을 위해 추첨을 하면 더 업무가 지연되겠죠.)
또한, 팀킬에 불만이 있으면 그냥 자기가 응원하는 클럽, K리그 클럽이 잘하면 됩니다. 네 클럽 모두 조1위를 하면 됩니다. 아니면 어설프게(?) 잘해서 모두 조2위를 하면 됩니다.
8강전, 4강전의 경우, 접시(bowl) 안에서 제대로 돌리지 않고 추첨을 진행한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지만 원칙상으로 Open Draw (한국어로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문제가 없습니다. 그냥 확률 게임인 것이죠. 포항이든 서울이든 광저우든 웨스턴 시드니든 간에 각각 1/4의 개체로서 존재할 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두에서도 이야기를 드렸다시피 제가 클럽대항전은 국가 간의 대결이 아닌 클럽 간의 대결이라 생각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팀킬이라서 AFC의 농간이 있다는 음모론 혹은 주장은 잘 와닿지가 않네요. (UEFA CL도 8강부터는 동일 국가 클럽 간의 대진이 가능합니다. 이번 UCL 8강에서 바르셀로나와 At. 마드리드가 만났죠.)
결론은 그냥 확률입니다. K리그 클럽이 잘해서 두 팀이나 올라 이런 상황이 벌어졌지 한 팀만 올라갔다면 대화의 주제로 성립조차 안 되었겠죠. 그냥 지지하는 클럽을 응원하면서 어느 팀이 더 잘하나 눈으로 확인하면 된다고 생각하네요.
여담으로.... 차라리 저는 동, 서아시아로 분리된 이번 ACL이 "최소한 올해"만 놓고 보자면 더 좋다고 생각하네요. 안 그래도 빡빡한 일정에 중동까지 다녀온다? 생각도 하기 싫네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