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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참살이 안성맞춤 원문보기 글쓴이: 웃는돌
답사명 : 감꽃을 닮은 사람들, 淸道여행 - 1일차 단 체 : 모놀과 정수 답사일 : 2007. 6. 23-24(1박2일) 일 정 : o 6.23(1일차) : 한옥학교 ->> 운강고택 ->> 임당김씨고택 o 6.24(2일차) : 운문사새벽예불 ->> 운문사 ->> 이호우생가 ->> 감물염색체험 ->> 감와인터널 ->> 적천사
여행은 요즘 내게 어떤 설레임 보다는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내 삶의 일부가 되어 있어서 막힌 숨을 틔는 일과가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번 경북 청도 여행은 내게 적지 않은 기대와 설레임을 갖게 했다. 일정표에서 확인된 운문사의 새벽 예불과 한옥학교 체험 프로그램은 청도 여행을 더욱 큰 기대를 갖게 했다.
자 그럼 슬슬 경북의 숨겨진 보물, 청도로 함께 떠나볼까요?
5시20분, 알람이 울렸다. 고작 2시간 남짓 잠을 자고서 일어나야 하는 나는 천근만근 몸이 무겁다. 덜깬 내 머리에는 순간 그냥 잠을 더 자고 싶다는 생각이 스친다. 그렇지만 그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제는 그럴 수가 없다.
눈을 비벼 졸음을 깨우고 아내를 흔들어 깬다. 여보~~!! 나 태워줘. 아내도 놀토(쉬는 토요일)라서 오늘은 늦잠을 자고 싶었을텐데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어쩌랴.
아침 6시, 안성에서 서울로 가는 첫 차에 올랐다. 이미 많은 손님들로 버스는 가득 찼다. 아니 이렇게 이른 시간에 다들 어디에 무얼 한다고 가는지 슬그머니 궁금해진다.
아내는 잘 다녀오라는 수신호를 보내고는 곧 떠난다. 나는 눈을 감았다. 피곤은 더 이상 눈을 뜨지 못하게 한다. 감은 눈위로 눈이 시려 눈물이 고인다. 잠시 후 잠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미 한 시간이 지나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이동 되어졌다. 휴대폰을 열어 확인을 해 보니 이른 7시5분이다. 약속장소인 교대 8번 출구를 나왔다. 7시 15분, 이미 함께 여행 할 반가운 모놀과 정수 가족들이 날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나는 잠이 덜 깬 인사를 부시시 건넨다. 아마도 그런 내모습을 본 사람은 뭐 저런 인사가 있담 하고 거만을 떤다고 했을 것이다.
7시20분 정각, 청한님이 신발을 꺽어 신고 환한 얼굴로 우리를 향해 뛰어 온다. 오랫만에 뵙는 청한님은 여전히 젊은 청년 모습 그대로다. 답사 때마다 확인하고 느끼는 청한님의 우리 문화유적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청도 여행을 하는 맴버의 브레인(?)이다. 언제나 존경스럽고 부럽기만 하다.
버스는 최고의 컨디션으로 우리 일행을 맞았다. 28인승 버스에 여행사 직원2명과 일행 10명, 이리 저리 자리를 옮겨 앉아도 넉넉하게 갈 수 있어 좋았다. 버스는 우리 일행을 태우자마자 곧바로 서울을 뒤로 하고 청도를 향했다.
버스가 출발을 하자 여행사 직원의 간단한 인사와 함께 일정 소개를 받았다. 그리고 "모놀과 정수"의 정겨운 대화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내가 아침을 달라고 하자 친절한 큰 누님이신 반디불이님은 기다렸다는 듯 감자를 꺼낸다. 감자는 온기를 간직한 채 봉투에서 꺼내지고, 참새님의 가방도 이어 열리니 배가 즐겁다고 아우성이다. 역시 누님들이랑 같이 여행을 하면 이렇게 입이 즐겁다니깐..... ^^
그런데, 문제는 잘 먹었으니 잠도 한 숨 자고 싶은데 도무지 형님 누님들이 통 돕지를 않는다. 나의 두 눈은 분명 감았지만 정신은 또렷하기만 하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소리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다. 성격이 까칠하다고, 덜 피곤해서 그렇다고 그럴 수 있겠지만 결코 그런 것 만은 아니다. 까르르, 호호....ㅋㅋㅋ, ㅠㅠ...^^,,
길가에서 과일을 파는 아주머니. 복숭아와 살구 자두가 먹음직스럽다.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장마라고 해서 큰 걱정을 했지만, 참으로 다행이다. 버스에 내려 걷는 청도역 행길가에는 할머니 몇 분이 자두랑 살구 복숭아 매실 등의 먹거리를 쌓아 놓고 임자를 찾고 있었다. 할머니의 굽혀진 허리 만큼이나 인생은 얼마나 굽진 삶이었을까 생각하면 고단한 삶의 골진 인생을 살아가는 분들 앞에서 내가 너무나 큰 호사를 부리는 것은 아닐찌 조심스럽기만하다.
O 청도의 음식(역전식당, 054-371-2367) 역전식당, 여행사 직원의 안내에 의하면 추어탕 맛은 다 그만하지만 식당 시설이 깔끔하다는 이유에서 역전식당이 선정되었다고 한다. 간판에는 40년 전통, 원조라는 걸게가 걸려 있다. 식당 문을 들어서자 식당벽 한켠에는 역전에서 봤던 그 황소 두 마리가 거칠게 싸움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뚝베기에 담겨온 추어탕은 기대했던 맛을 비껴가고 있었다. 얼큰하게 담겨올 것으로 기대했던 추어탕은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은 씨래기 된장국에 불과해 보인다. 음식은 세가지 맛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우선 시각은 영 아니다.
그러나 잠시 혀끝에 닿는 추어탕의 맛은 그동안 먹어왔던 맛과는 분명 다른 몸짓으로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단백함과 그 고소함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 또 다른 미학으로 나의 뇌리에 깊이 박히고 있있다. 가격은 얼마나 착하고 착한지, 한 그릇이 4천원이다.
O 한옥학교(http://www.hanokschool.net/ 054-373-8556) 든든하게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청도의 첫 일정은 한옥학교다. 변숙현교장은 콘크리트더미에 밀려 옛 것의 아름다움이 밀려난 것이 안타까워 10여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03년에 한옥학교를 세웠다고 한다.
한옥학교는 청도군청 뒤편 낙대폭포로 올라가는 야트막한 야산 언덕에 있다. 걸음을 옮기는 발자욱 마다 펼쳐지는 각양 각색의 접시꽃과 탱자나무, 분홍빛깔의 꽃으로 일행을 도열하며 환영하는 석류나무, 그 사이사이로 피어난 개망초, 복숭아나무와 감나무, 대나무 등 수도 없다.
김창희 선생님은 대목장인데, 창덕궁 복원의 도편수(집을 지을 때 책임을 지고 일을 지휘하는 목수)로 참여했으며, 부석사의 무량수전, 해인사 대웅전 등 수 많은 문화재 증축 및 보수에 참여한 한옥 건축의 대가란다.
<한옥학교 변숙현교장>
안내를 받아 들어간 너와 지붕의 한옥에서 보니 청도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야트막한 야산에 오른 것 같았는데, 이렇게 멋진 풍광이 펼쳐질줄이야. 캬야~~~ 좋다. 이런 곳에 집 한채 짓고 살아가면 더 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잠시 후 변숙현 교장선생님은 차분하게 한옥에 대한 설명을 하셨다. 온후한 모습이지만, 마음은 강직하기만 해 보인다. 조용한 듯 하면서도 강렬한 의지를 담아 한옥학교를 소개하는 모습에서 한국의 미학을 잇는 큰 역할을 할 분 같아 보인다.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니.... 다소 긴 시간을 열심히 전통 가옥의 구조와 특징에 대하여 설명을 하셨지만 남는 것은 솔직히 그리 많지 않다. ^^,,
프리젠테이션 시간에는 고단함에 머리를 숙이던 청한님은 실습 시간이 되자 매우 적극적이다. 한 덩어리처럼 보이는 건축물이 여러개의 조각으로 분리되더니 다시 조립을 하니 든든한 건축물로 또 다시 태어났다. 그랭이가 얼마나 큰 조상의 지혜가 담긴 것인지 실습을 통해 알게 되었다.
누군가 실습 시간에 내 어깨를 툭치고 손가락으로 어딘가 가르키며 저기 좀 보란다. 눈을 돌려 손가락을 따라 보니 보이는 것은 개집이다. 개집이 그런데 예사롭지가 않다. 어디를 가니 고려청자가 개밥그릇으로 쓰인다고 하더니 이곳에서는 개집도 한옥이다. ^^, 오메 부러운 것~~~!!
O 운강고택 한옥학교 다음에 찾은 곳은 운강 박시묵 선생이 크게 집을 지어 살았다고 전해지는 운강고택에 갔다. 운강고택에 도착하자 인상 궂은 하늘은 결국 빗방울을 만들어 뿌린다. 시간이 갈수록 빗 방울이 제법 굵어진다. 고택을 두르는 황토흙 돌담이 예쁘다. 그런데 살짝 물을 먹어 색깔이 점점 농짙게 변하고나니 더욱 그 멋을 더한다. 빨강 접시꽃은 더욱 핏빛 물감을 풀어놓은 듯 빗물에 번지는 것 같다.
박윤제선생님, 이 분은 청도지역의 문화해설사이자 향토사학자 이시다. 이곳에서 우리 일행을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한다. 박성생님의 걸쭉한 입담에 시간이 가는줄도 모르고 아무것도 보잘것 없다고 발길을 돌릴 곳에서 우리는 1시간을 훌떡 넘겼다. 수강생의 반응이 워낙 좋으니 박선생님도 마냥 신이난 모양이다.
<청한님은 무엇인가 생각에 골돌해 있다. 모두가 진지한 표정>
우리는 배꼽을 쥐며 웃다가 금새 머리를 끄덕이며 감동하고 그러다가는 다시 배꼽이 빠져라 웃음보따리를 실컨 터 뜨린다. 입담 좋은 참새님도 여지없이 무너지고, 그러니 푸르른날님이야 오죽하랴. 요즘 뜨는 3대 명사찰에 가서는 그만 기절을 하고 만다 .
O 임당리 임씨고택 임당리 임씨고택은 운강고택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것 같다. 여기 저기에는 물에 젖은 감나무가 눈에 띈다. 청도가 과거에는 전국 감 생산량의 73%를 차지했다고 하던데, 지금은 37%라고 한다. 그런데, 청도의 감 특징은 당도가 높은 것도 그렇지만 씨가 없다는 점이라고 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다른 곳에 심으면 씨가 생긴다고 하니 참으로 신기하기만 하다.
임당리 임씨고택은 내시들이 기거하던 가옥이다. 그래서 건물이 외부와 차단되도록 건물 구조가 폐쇠적으로 되어 있다. 고자들의 공간, 박윤제 선생은 걸죽한 입담으로 고자들의 기구한 삶을 해학으로 바꾸어 분위기를 돋군다.
<길가에 피어 있는 접시꽃>
O 청도의 음식 둘(하얀 집, 054-372-5599) 저녁은 하얀식당에서 버섯전골(1인/7,000원)과 잡고기 매운탕(20,000원)을 시켜 먹었다. 덤으로 도토리무침에 그 유명한 동곡막걸리까지 밥상에 오르니 저녁상으로는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특별히 박윤제선생님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동곡막걸리 자랑에 먹지 않는 술 맛을 본다고 한 모급 들이켜본다. 청한님이랑 방아간님은 연실 맛을 알아본 모양인지 금방 술독을 비운다.
<도토리묵 무침에 동곡막걸리. 캬아~~~좋다>
일행은 청도에서 보낸 짧은 하루 동안에 보고 느낀 점에 대해 토론 시간을 가진다. 대게 느끼는 것은 같았다. 청도의 무궁한 자원과 아름다움에 대한 예찬, 그렇지만 뭔가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은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부산에서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수박 한 덩어리를 낑낑거리며 들고 오시는 레오님부부... 정이 뭔지, 멀리서 날도 궂은데 밤길을 찾아오는 그 마음이 얼마나 곱고 고맙던지....한 덩어리로 만남을 추억하기 위한 뜨거움은 노래방으로 자릴 이어갔다.
문화재청장 유홍준이 평생의 소원을 갖고 사는 일은 이루어지든지 이루어지지 않던지 꿈을 갖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을 하여 갖게 된 소원이 하나 있다고 한다. 그것이 '청도 운문사 앞 감나뭇집을 사서 여관이나 하면서 사는 것'이라고 했다던데, 그 마음을 어찌 다 알랴마는 조금은 알만하다
우리가 청도의 밤을 기대 누울 곳은 프레시모텔이다. 뒷 뜰에 감나무는 없었지만 창문을 열어 손을 쭉 뻣으면 금방이라도 잡힐듯 가까이 짙푸른 숲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었다. 비가 내리니 희뿌연 구름은 신비감을 더해 산을 감싸 준다. 이렇게 멋진 곳이라면 좋은 생각, 좋은 일만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더군다나 가까이 비구니 승가대학 절집 운문사가 있으니 감히 모텔이라고 음탕한 생각으로 드나드는 러브호텔 느낌은 도무지 들지 않는다.
밤 11시가 조금 넘어 눈을 붙였다. 이번 청도 여행에서 내가 가장 큰 기대를 갖고 떠난 운문사 새벽예불을 가려면 들뜬 마음은 이제 가라앉히고 잠을 재워야 한다. 아...멀고 도 먼 청도의 밤은 이렇게 자연과 하나로 합일이 되어 깊어가고 있었다. |
첫댓글 우와~~~ 정말 모범 답사기네요. 조목 조목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네요. 후기 맡아줄 청한님이랑 웃는돌님이 계셔서 저희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청도 여행을 할 수 있었답니다. 저도 청도의 마을 풍경이 참 좋았어요. 특히 뒷뜰, 앞뜰 감나무가 늘어진 마을 고샅길이 참 정겨웠답니다. 청도팀의 답사기가 장원 수상 할 것 같은 예감이... 애 쓰셨습니다.
착한 가격의 추어탕..나도 추어탕 좋아 하는데...히힛..멋진 한옥을 가진 그 견공도 부럽고...작년 예산의 고건축 박물관 답사도 생가 나게 하는군요..웃는돌님의 정성것 잘 쓴 기행문 공짜로 잘~ 보았네요...수고 억수로 했심다...감사하구요~~^^
돌님 넘 잘 정리 하셨네요. 그날의 추억들이 차례로 떠오릅니다. 1박 답사에 목말랐던터라 출발 전부터 들떠 있었지요. 역시 답사는 최소한 1박은 해줘야...처음 가본 청도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우리에게 예쁜 추억까지 선물로 주었습니다. 한옥학교 가는 길은 접시꽃까지 반겨 주어서 더 정겨운 길이었구요. 그곳에는 개도 한옥에 살더라구요. (며칠전 TV에도 나왔어요)추어튀김의 맛은 먹어 본것중 최고 였어요. 여행의 즐거움에 먹거리가 빠질수 없잖아요. 밤의 선물! 레오님과 까메노님의 방문은 그야말로 깜짝 선물이었어요.
우와~~~..이렇게 하시려고..그렇게 하나 하나 메모하듯 들여다 보셨구나~~늘 돌님의 후기에서 느끼는 고마움~~정말 정성이 가득한 보물같은 후기라는 거예요~~..대장님투!..ㅎㅎ..정말 다시 가고픈 곳..청도..그 시간이 되면 돌님의 후기를 가슴에 안고 다시 가야할거 같아요~~..그래서 그 작은 돌담길들을 거닐땐 웃는돌님 따뜻한 시선들을 생각할께요~~~ㅎㅎ...
정말 착한 남자들이셔요, 청한님과 웃는돌님은... 저도 차분히 앉아 그날을 되새기며 답사기를 쓰고 싶은데 어째 이럴까요, 흑..
가 본듯 눈 앞에 그려집니다...웃는돌님, 수고했어요^^* 노후에 혜민엄마와 운문사 앞에서 그림같은 집을짓고 살고지고~~^^*
차분하면서도 청도의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글이네요 ....가 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는건 글의 마력인가요? ㅎ 즐감 하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