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여성시대, 너만좋다면
눈오는 겨울밤 모두들 조심해서 집에 들어가셨는지요, 매서운 바람에 모두들 안녕하신지요
밀봉하는 데 석 달 걸렸겠다
귀퉁이를 죽 찢어 개봉할 수 없는 봉투
펼치는 데 또 한달은
박새가 울고 갔다
겹겹 곱게 접은 편지
입술자국이나 찍어 보내지
체온이라도 한 움쿰 담아 보내든지
어쩌자고
여린 실핏줄 같은 지문만
숨결처럼 묻어있다
너를 부르자면 첫 발음에 목이 매어서
온 생이 떨린다
그 한 줄 읽는 데만도
또 백년의 세월이 필요하겠다
-목련의 첫 발음, 복효근
김씨는 온몸이 발광체다
발광하지 않아 어젯밤에도 동료 하나가 달려드는 트럭에 치여 죽었다
발광하지 않으면 이 도시는 그를 웅크린 쓰레기 봉투쯤으로 여길 게 틀림없다
형광조끼와 빗자루를 배급받는 순간, 그는
이제부터 온몸으로 빛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새벽밥과 푸성귀들, 늦둥이의 재롱과 촉수 낮은 백열등으로는
밤새 빛을 내기란 어려워서 그는 늘 어둠에 밀리기 일쑤였다
잇몸처럼 물컹하고
자루처럼 은밀하고
껌처럼 합체되길 잘하는 어둠이 비적떼로 들끓는 이 도시에서
빨강 성냔 대가리 같은 빛 하나로 버티는 김씨
어느 날은 죽은 고양이 등에 들어붙은 어둠에 놀라
산산히 분해될 뻔한 적도 있었다
오늘도 그는 골목이나 갓길에 희미하게 켜져있다
가로등보다 어두운 그를 향해 촉수 높은 어둠이 나방이 떼처럼 달려든다
-반딧불이, 문성해
그대가 꺽어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때까지
-첫사랑, 이운학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러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 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거기 누구 없소?"
달을 보면서
커다란 항아리 속에 빠진 내가 듣는다
열렸다 닫혔다 하는
나의 출구
환한 저 바깥을 향해
"여기요, 여기"
소용없는 줄 알면서 또 목이 쉰다
-門, 問, moon 신정민
눈에 덮혀도
풀들은 싹트고
얼음에 깔려서도
벌레들은 숨쉰다
바람에 날리면서
아이들은 뛰놀고
진눈깨비에 눈 못 떠도
새들은 지저귄다
살얼음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손을 잡으면
숨결은 뜨겁다
눈에 덮혀도
먼동은 터오고
바람이 맵찰수록
숨결은 더 뜨겁다
-정월의 노래, 신경림
첫댓글 아 너무 좋아ㅠㅠ 요즘 갑자기 시집읽는거에 맛들려서 자기전에 읽는데 언니가 올려준것도 너무 좋다 ㅠㅠ 포스트잇에 메모해야겠어!!!
진짜 짱이다... 나 여시 팬됐어 ㅎㅎ
하여싀야..너무좋다 ㅠㅠ고마워
너무좋다ㅠㅠㅠㅠㅠㅠ고마웡이런글올려줘서여시야!!
목련의 첫 발음 너무좋다 고마워
목련의 첫 발음 가슴이 간질간질하다 ㅠㅠㅠㅠ 잘읽엇어!! 고마웡♥
좋은시 너무고마워♥
목련이랑 반딧불 너무 좋다 ㅜ ㅜ고마워
<시> 여시야 잘 읽었어요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