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 이성경
"동네에 할인 마트 있지?
거기 가서 가습기 한 대만 사 와.
건조해서 그래.'
몇 년 전 친정아빠가 요양병원에 계실 때
있었던 일이다.
동생이 사 드렸던 것은 작아서 물을
자주 갈아야 했던 간병인이 불평하자
큰 것으로 사야겠다고 생각하시고는
자주 들렸던 나에게 부탁하신 것이다.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되었지만
연세가 드시면서 그 좋던 기술이나
솜씨도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다루기에는
불편하셨을 테니 아빠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할인 마트에서 산 것은 집에 두고
인터넷에서 다시 산 것을 갖다 드렸다.
언제나처럼 이해하시겠지 하는 생각에.
하지만 나중에서야 그게 아니었구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전기 제품을 고치는 것을 전문가 수준으로
잘 하셔서 무엇이든 고장 난 물건이 있으면
고쳐 쓰시는 것을 낙으로 삼고 고쳐서
멀쩡해지면 자랑스럽게 보여주시고는 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빠가 십 년 만 젊었어도 전파상을
차렸어도 좋았을 텐데."
내가 넋두리처럼 아빠에게 했던 말이다.
이제는
할인 마트에서 샀던 가습기를 집에 두고
인터넷으로 사 드렸던 일이 두고두고 후회로
남았다.
잘해드렸다고 해도 정작 필요한 것은
해드리지 않았으니까.
"네가 산 것 수증기가 너무 차."
그 말이 자꾸만 생각난다.
첫댓글 가습기 좋은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날이 차가워진 듯 하네요,
아버지의 자상하고 깊은 사랑을 따님인 시인님이 그리는 고은 모습이 너무도 고와 보입니다. 추천드리며..평안의 저녁 되세요
첫 딸이면서 하나밖에 없는 딸이라고
이것저것 보여주시고 데리고 다니며
세상을 보게 해주셔서일까요
아빠의 성향을 가장 많이 받았거든요.
이제는 그 자리를 제가 받았으니
아빠만큼은 못 하더라도 잘 해야겠지요.
오늘도 추천 감사드립니다.
아그네스님도 평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시인님 ! 감사합니다
'잘해드렸다고 해도'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세요 !!
날씨가 추워졋습니다
옷깃을 잘 여미시고
츕지만
따듯한 하루 되세요 !!
시간은 벌써 밤 2시를 향해 가고 있는데
누워도 잠은 오지 않으니 이것도 병이겠지요.
옛 고시에 '다정도 병인 양 하더라'는
구절이 있는데 이 순간 떠오르네요.
마리아마리님도 건강하시고 푹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