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키는 신(神)을 ‘성주’라고 하는데, 일명 ‘상량신’이라고도 한다. 집을 새로 짓거나 이사를 한 뒤에 성주를 받아들이는 의식을 ‘성주받이’라고 한다. 무당이 이 성주받이를 할 때 복을 빌기 위해 부르는 노래가 〈성주풀이〉다.
경남서 나온 제비 솔씨 하나 물어다가, 소평대평에 던졌더니, 그 솔이 점점 자라, 소부동이 되었구나, 대부동이 되었구나 금도끼로 베어 넘겨 옥도끼로 다듬어서, 삼간 초당집을 지어, 그 집 짓고 삼 년 만에 아들을 낳으니 효자로다, 딸을 낳으니 열녀로구나, 소가 나도 금송아지, 말이 나도 용마 나고, 개가 나도 양사지 나고, 닭이 나도 봉닭이 나고,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경상남도 서부 지역의 촌락에서 불려오던 〈성주풀이〉다. 이 노래의 가사는 여러 이본(異本)이 있다. 같은 지역에서 굿거리 장단에 맞춰 〈성주풀이〉를 할 경우 그 둘째 절은 이렇게 이어진다.
성- 주야- / 성- 주- 로- 다- / 성- 주 근본이 어디- 메뇨- / 경상- 도- 아- 안동 땅에 / 제- 비원- 미 본이로다- / 제- 비원- 에 솔씨받아- / 본- 동산- 에 던졌더니- / 그 솔씨 점- 점 자라나서- / 밤이면 이슬 맞고 / 낮이면 볕에 쪼여 / 청장목 황장목 도리기둥이 되었네 / 도- 리기둥이 되었구나- / 낙- 락장송이 떡 벌어졌구나. 이렇게 가사가 조금씩 다르게 불렸으며, 특히 경상도 지방에 전해져 오는 〈성주풀이〉는 새 집을 지을 때 무당이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주관하는 최고의 가신(家神), 즉 성주신을 모시기 위해 정성껏 불렀다. 〈성주풀이〉에서 제일 중요한 대신〔垈主, 家長〕은 소나무 가지를 사용했으며, 이것을 성줏대로 삼아 손에 쥐고 굿을 했다.
성주신은 원래 천상 천궁에 거처를 정하고 살았는데, 어쩌다 죄를 짓고 땅으로 정배(定配, 귀양)살이를 왔다. 그로부터 성주신은 정처 없이 떠돌다가 강남제비를 따라 제비원으로 들어가 거처를 정했던 것이다. 성주신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무 위에서 살거나 땅을 파고 그 속에서 사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집을 지어 주고 싶었다. 성주신은 하느님에게 그 소원을 빌었고, 마침내 제비원에서 솔씨를 전해 받아 산천에 골고루 뿌렸다. 그렇게 하여 소나무는 집을 지어도 될 재목감으로 자랐다.
그 중에서 자손을 번창시키고 부귀공명을 누리게 해줄 성주목을 골랐다. 성주목은 산신님이 불 나지 않게 하고, 용왕님이 물을 줘 키운 나무이므로 함부로 벨 수가 없다. 특정한 날짜를 받아 온갖 제물로 산신제를 올린 뒤에 베고 다듬어서 집을 지었다. 성주는 대들보에 좌정했으므로 상량신(上樑神)이라고 불렀다.
이 성주 신화를 보면, 소나무는 신성한 나무이고 신격화되어 있다. 동시에 인간 세상의 안전과 한 집안의 번창을 도와주는 친근한 나무다. 신성한 존재는 초월적이므로 절대적 신앙을 요구하지도 않으며, 신탁은 천벌을 내리는 전조(前兆)적·계시적 존재도 아니다. 단지 인간의 주거 공간에 가까이 있으면서 인간의 삶에 직접적으로 복록(福祿)을 내리는 존재였다. 전국 어디든 편재해 온 소나무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인간과 가장 친숙하고 신성한 존재로 표상되어 왔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