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 주간 기도문
(2021. 04. 02 성 금요일)
하나님 아버지, 2000년 전 오늘 성 금요일, 하나님의 본체이시며 독생자이신 예수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한 저희가 입술을 열어 하나님 아버지라고 차마 부를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는 스스로 작정하신 언약 말씀에 따라, 저희를 죄에서 구하시려고, 언약의 의무란 굴레로 스스로 속박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저희에게는 값없는 은혜였지만 하나님께서는 사랑하는 아들을 십자가에 달리도록 내주신 대속(代贖)의 희생을 치르신 것입니다. 이는 하나님 아버지만이 하실 수 있는 저희를 위한 가없는 사랑이었음을 부끄럽지만 저희가 깨닫고 있습니다.
그러함에도 저희가 그때 주님 곁에 있었다면, 저희는 분명 주님을 버리고 도망간 제자였고, 대제사장 ‘가야바’ 공회 앞에서 주님의 언행이 신성모독이라고 참소한 자였으며, 빌라도 법정에서 주님 대신 ‘바라바’를 놓아주라고 소리치며,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게 넘겨주라고 분노하던 대제사장과 장로와 그 무리 백성과 함께 한 자였습니다. 더욱이 골고다 언덕 가는 길에 십자가를 대신 진 ‘구레네 시몬’이 되지도 못하였고, 오히려 로마 군병같이, 대제사장, 서기관과 장로와 함께 십자가상의 주님을 희롱한 자였음을 고백합니다.
주님께서 숨을 거두시기 전에 하신 말씀인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란 외침은, 하나님이 없는 절망 속에서 하나님을 원망하는 울부짖음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모하여 찾아 부르는 탄식임을, 모든 원수에 둘러싸여 하나님으로부터 영원히 버림받는 것 같은 고독과 절망을 느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님의 죽음이, 대제사장들과 그를 따르는 무리에게는, 패배라고 생각되었을 수 있으나 오히려 그 죽음을 통해 승리가 성취되었음을 주님께서 저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죽음을 이기시고 승리하셨습니다. 그리하여 죽을 수밖에 없는 저희에게 산 소망이 되셨음을 고백합니다.
그러함에도 저희는 회개를 더디 하는 믿음 없는 주님의 백성입니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 믿음 있는 자를 볼 수 있겠느냐는 말씀과 같이, 세상은 점점 하나님 아버지를 대적하는 세력으로 힘을 더해가고 있고, 교회는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보다는 오히려 기피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는 다시 저희가 주님을 십자가에 못을 박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저희에게 회개의 영을 부어주시고, 한국교회와 세계교회를 깨워 주시어 주님 오실 때까지 이 세상이 거짓이 판치지 않는 정결한 땅으로 준비케 하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믿음은 곧 진리’라는 확신으로, 진리를 방해하는 그 어떠한 행위도 주님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교회가 가르치게 하여주시고, 이를 먼저 행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모든 말씀, 주님께서 고난받으신 날, 저희를 돌아보고 묵상하며 기도드렸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