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이런 모양의 학교종이었다.
지금은 학교종으로 수업 시작과 끝을 알리지는 않겠지만, 그소리는 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기억되어 있다.
땡땡땡, 이소리 수업시간마다 무지 기다렸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우리 귀에 너무나 익숙한 동요다. 몽당연필로 침을 묻혀 누런 공책에 꾹꾹 눌러 글을 쓰며 공부했던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학교 종소리.
이제 학교종은 역사가 오래된 학교에 간혹 기념물로 걸려있는 골동품일 뿐이다.
학교 종소리도 동요가사에나 남아 있을까 실제로는 듣기 어렵다.
산골, 섬마을에도 전기가 보급돼 학교들이 방송시설을 갖춰 수업의 ‘시작’과 ‘마침’을
음악소리로 알리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학교종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따라서 젊은 세대들은 학교종이 어떻게 생겼으며, 무엇을 하는 데 썼는지 잘 알지 못한다.
지난 70년대까지만 해도 두메산골의 학교에서는 수업시간 시작과 끝날 때를 종을 쳐 알려주었다.
시계도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던 시절이라 매일 정해진 때에 울리는 종소리는 어림짐작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구실도 했다. 교무실 유리창문 밖 가까운 곳에 매달려 있는 종이 전체 학생들의
움직임을 지휘하는 도구였던 셈이다.
‘땡땡땡 땡땡땡’‘땡 땡땡 땡 땡땡’종 치는 방식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해 놓았고,
학교 나름대로 조금씩 달랐다.
월요일 아침 교장선생님이 훈시하기 위해 전체 학생 모임을 알릴 때,
수업시간 시작과 종료, 당번학생이나 교사들의 모임을 전할 때,
그때마다 다 다르게 종을 쳤지만 되도록 기억하기 쉽도록 간결하게 쳤다.
종소리는 학교 안에서 학생,교사들끼리 무언의 약속이었다.
학생들은 종소리를 들으면 무엇을 알리는 소린지 곧바로 알아채고 상황에 맞게 부리나케 움직였다.
아침 조회나 수업시간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는데도 노는 데 빠져 종소리를
듣지 못했다가 혼나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수업시간이 끝날 무렵 소변이 마려울 때,점심시간에 앞서 뱃속에서 계속 쪼르륵
소리가 나는 4교시 끝날 무렵, 그때 들리는 종료 종소리는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학교종을 치는 사람은 꼭 정해져 있지 않았다. 기능직 직원이나 교무실에 남아 있는 교사,
교감, 누구든 종을 칠 시간이되면 교무실에서 창문을 열고 종에 달린 줄을 당겼다.
헐렁한 고무신을 신고 허리나 어깨에 책 보따리를 메고 학교를 다녔던 세대들에게
학교 종소리는 학창시절의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동심에 젖게하는 추억의 소리다.
학교 주변에서 온갖 소음이 들려와 학습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가 많은 요즘, 조용하고 아늑한
시골 교정에 맑고 은은하게 울려 퍼지던 학교종소리. 땡땡땡, 그 소리가 그립다.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