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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투'는 갑오경장<甲午更張/甲午改革 : 1894年>頃'에 일본으로 부터 유래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표류했던 포르투갈 사람들이 1573년 ~ 1591年頃'에 傳'한
카르타<Carta>'가 기원이며,
화투의 12'개의 달<月>'은 일본의 四季를 상징한다.
화투를 고안해낸 사람은 일본인이다.
그들은 화투를 화찰(花札),
일명 하나후다(はなふだ)라고 불렀는데,
19세기말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는 뱃사람들에 의해 한국에 유입되면서 화투로 불리게 되었다.
이것을 처음 누가 전파시켰는지 알 수 없으나,
쓰시마섬[對馬島]의 상인들이 장사차 한국에 왕래하면서 퍼뜨린 것으로 여겨진다.
화투는 한국에 들어온 후 급속히 전파되어 오늘날 가장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도박의 도구가 되었다.
그 놀이 방법이나 용어는 화투가 들어 오기 이전'까지 가장 성행했던 노름'이였던
투전<鬪牋 or 투패/鬪牌 : 조선 후기에 명나라에서 들어온 한국의 놀이이다> 등에서
유래한 것으로도 보이며,
화투 놀이 가운데 하나인 “쪼기”·“짓고땡이”는 원래 투전 놀이였으며,
화투에 쓰이는 용어인 땡·족보·타자 역시 투전 용어였다.
그림에 따라서
광(光)자가 있는 20끗짜리, 10끗짜리, 5끗자리,
그리고 끗수가 없는 홑껍데기 등 네 가지로 나눈다.
화투놀이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다.
보통 월별로 그림을 맞추는 민화투(또는 늘화투)는 끗수를 계산하여 많이 딴 쪽이 이기는 것이다.
민화투에는 '약'이라는 것이 있어 난초약(5월)·풍약(10월)·비약(12월) 등으로
그 달의 4장을 모두 차지하면 20끗씩을 더 받게 된다.
이 밖에 5끗짜리 띠 중에서 '홍단', '청단', '초단' 등 3가지 띠를 차지하면 30끗씩을 더 받게 되며,
지방에 따라 '4오동'이라 하여 오동 4장을 모으면 40끗씩을 받기도 한다.
'육백(600)'이란 놀이 방법도 있다.
이 놀이는 여러 가지 득점 규약에 따라 600점을 먼저 따는 편이 이기게 된다.
근래에는 화투가 여러 가지 새로운 형식의 놀이로 변하여 '짓고땡', '섰다', '고스톱' 등 다양하며,
2∼4명이 노는 것이 보통이나 '섰다' 등은 10명도 놀 수가 있다.
그 밖에 아낙네나 노인들이 재미로 하는 '재수보기'와 '운수띠기'가 있다.
화투가 들어오면서 도박의 판도가 바뀌어
옛날식 투전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화투가 도박의 전형으로 토착화되었다.
크기는 보통 35mm x 53mm이며
약 1mm 두께의 딱딱한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색깔은 붉은색이 가장 많지만 기타 다양한 색의 화투도 있다.
1月<Matsu : 松 : 송학(松鶴) : pine> :
光'의 화투 문양을 보면
1/4쪽 짜리 태양, 1마리의 학(鶴), 소나무, 홍단 띠가 나온다.
여기서 태양은 신년 새해의 일출을,
학은 장수(長壽)와 가족의 건강에 대한 염원을 나타내는 그들 나름대로의 문화적 코드다.
1월의 화투에 소나무가 등장하는 이유는
가도마쯔(門松; かどまつ) 행사에 소나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1월에 맞이하는 일본의 대표적 세시풍속인 가도마쓰는,
일본인들이 1월 1일부터 1주일 동안 소나무를 현관 옆에다 장식해 두고,
조상신과 복을 맞아들이기 위한 일련의 행사를 의미한다.
또 학을 의미하는 츠루(鶴; つる)가
소나무를 뜻하는 마쯔(松; まつ)의 말운(末韻)을 이어 받는 것도
일본식 풍류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月<Ume : 梅 : 매조(梅鳥) : plum blossom> :
2월의 화투에 매화가 등장하는 이유는,
일본의 매화 축제는 2월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매화 축제는 이바라키현 미토의 가이라크 매화 공원을 비롯한 전국의 매화 공원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또 꾀꼬리는 ‘우구이스다니’라는 도쿄의 지명(地名)에도 남아 있을 만큼 일본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새다.
조류학자들에 따르면,
철새인 꾀꼬리가 일본으로 되돌아오는 시점은 대체로 4월 이후라고 한다.
그런데도 2월의 화투에 꾀꼬리가 그려져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 때문일까?
아직까지 그 의문을 시원스럽게 풀어줄 수 있는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다만, 꾀꼬리와 매화가 봄의 전령사임을 노래하는 대표적 시어(詩語)인 동시에
꾀꼬리의 일본어 표기인 우구이스(うぐいす)와 매화를 뜻하는 우메(うめ)간에
두운(頭韻)을 일치시키려는 일본인들의 풍류의식을 반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3月<Sakura : 桜 : 벚꽃(사쿠라) : cherry blossom> :
일본의 벚꽃 축제는 3월 달에 최고 절정에 이르기 때문에,
3월의 화투문양은 온통 벚꽃(일본인들은 벚꽃을 사꾸라 꽃이라고 명명한다.)으로 가득 차 있다.
삼광(光)의 벚꽃 밑에 그려진 것은 만막(慢幕; まんまく)이라는 휘장인데,
그것은 지금도 일본인들의 경조사 때에 천막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휘장 속에는 벚꽃을 감상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상춘객들이 놀고 있을 테지만,
삼광의 화투에서는 그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상춘객들이 화투 하단의 숨겨진 1인치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오래 전에 국내의 모 TV회사가 광고 멘트로 사용했던 ‘숨어있던 1인치를 찾았다!’고 외치면,
그 만막 안에서 낮술에 취한 채 봄날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는 상춘객이 그대로 튀어나올 법도 하다.
한국에서는 빨간색이 사망, 공산당, 화재 등과 같이 부정적인 의미를 갖지만,
일본에서의 빨간색은 쾌청한 날씨, 경사(慶事)스러움, 상서로움을 나타낸다.
그런 점에서 화투 일, 이, 삼의 5점짜리가 홍단의 구성요소라는 것은,
그마만큼 일본인들에게 1, 2, 3월이 매우 상서로운 달임을 시사해 준다고 할 수 있다
4月<Fuji : 藤 : 흑(黑)싸리 : wisteria> :
<원래 등(藤)나무인데 홍싸리와 모양이 비슷하고 색깔이 검은색이라 흑싸리로 불린다.>
4월'은 일본에서 등나무 축제'가 열리는 계절이다.
등나무는 일본 전통시의 시어(詩語)로 쓰이는 여름의 상징이며,
4월의 화투 10점짜리에 그려져 있는 두견새 역시
일본에서 시제(詩題)로 자주 등장할 만큼 일본인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등나무 꽃을 한국 사람들이 ‘흑싸리’로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흑싸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골에서 자란 40,50'대 사람들은 빗자루를 만드는 재료로 활용되는 싸리나무의 색깔은 녹색이며,
가을철에 그것을 베어 햇볕에다 말리면 갈색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5月<Ayame : 菖蒲 : 난초(蘭草) : iris> :
<원래 창포(菖蒲)인데 모양이 비슷해 와전된 것:한국어 위키피디아.>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5월의 화투에 등장하는 것이 ‘난(蘭)’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난이 아니라 붓꽃<Iris sanguinea>이다.
5월의 붓꽃은 보라색 꽃이 피는 습지의 관상식물(습지와 난은 상극관계에 있다.)로서
여름을 상징하는 시어(詩語)다.
또 한국 사람들은 5월의 10점짜리 화투에 나오는 3개의 작은 막대기는
애연가들이 좋아하는 딱성냥으로,
T자 모양의 막대는 건축사들이 즐겨 사용하는 ‘제도용 막대 자’정도로 알고 있는데,
그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여기서 T자 모양의 막대는 붓꽃을 구경하기 위해 정원 내 습지에다 만들어 놓은 산책용 목재 다리이며,
3개의 작은 막대기는 목재 다리를 지지하는 버팀목이다.
일본인들은 그런 목재 다리를 ‘야츠하시(八橋; やつはし)’라고 부른다.
또 다리 끝에는 붓꽃을 감상하는 사람이 있는데,
삼광(光)에서와 마찬가지로 화투 하단의 보이지 않는 1인치 속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그 사람을 볼 수 없다.
6月<Botan : 牡丹 : 모란[牡丹] : peony> :
모란꽃은 여름의 시어(詩語)일 뿐만 아니라
고귀한 이미지마저 갖는 꽃으로서 일본인들의 가문家門을 나타내는 문양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꽃과 나비하면, 바로 모란꽃을 떠올릴 정도로
동양 사회에서는 모란꽃을 꽃의 제왕으로 쳐준다.
그러나 한국화(韓國畵)에서는 모란과 나비를 함께 그리지 않는 것이 오래된 관례(慣例)라고 한다.
그것은 당 태종이 신라의 선덕여왕에게 보낸 모란꽃의 그림에 나비가 없었다는 점에서 연유한다고 한다.
그러나 6월을 의미하는 화투를 보면
일본화(日本畵)의 관례대로 모란과 나비가 함께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통해 한국과 다른 일본 고유의 문화적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참고적으로,
6, 9, 10월의 화투 5점짜리에는 청단이 있는데,
일본에서 청색은 우울하거나 좋지 않은 일을 암시하는 색상이라고 한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6, 9, 10월 달에 태풍이나 집중호우로 인한 수재민들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평균적으로도 1년 중 이 기간에 각종 사건'과 사고'가 비교적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7月<Hagi : 萩 : 홍(紅)싸리 : bush clover> :
7월의 화투 중에서 10점짜리에만 싸리나무 숲에서 멧돼지가 노니는 모습이 등장하고
나머지 화투에는 싸리나무만 등장한다.
7월의 화투에 멧돼지가 나오는 이유는
근대 일본에서 성행했던 멧돼지 사냥철이 7월이었기 때문이다
8월<Susuki : 芒(坊主) : 공산(空山) : Chinese silver grass> :
<원래는 억새[芒]밭인데 색깔이 짙어 알아보기 힘들다.>
일본에서도 8월이 명절 월견자<月見者>'를 상징하며,
오츠키미(달구경; おつきみ)의 계절인 동시에
철새인 기러기가 대이동을 시작하는 시기임을 알려주는 일종의 문화적 암호다.
또 한국에서 제작되는 8월의 화투에서 검은색으로 처리된 것이 산이다.
10점짜리와 피에서 흰색으로 처리된 부분은 하늘을 의미한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8월의 한국 화투에는 산에 억세 풀이 없는데 반해,
일본의 화투에는 억세 풀이 그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8월의 화투에는 5점짜리 화투도 없고 홍색이나 청색 띠도 없다.
그것은 일본에서도 8월 달이 1년 중에서 제일 바쁜 추수철이기 때문에
한가롭게 시(詩)를 쓰고 낭송할 만큼의 시간적 여유가 없음을 시사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9月<Kiku: 국진[菊樽]: 菊: chrysanthemum> :
<樽(준)은 원래 '술잔 준'이지만 발음이 달라졌다. 국어사전에서는 '국진'을 표준어로 수록함.>
9월은 일본에서 국화 축제가 열리는 대표적인 계절이다.
따라서 9월의 화투문양으로 국화가 등장하는 것이다.
또 9월의 화투에서 10점짜리를 보면 ‘목숨 수(壽)’자가 새겨진 술잔이 등장한다.
이는 9세기경인 헤이안 시대<Heian period, 平安時代 : 일본역사'의 794~1185년의 기간>부터
‘9월 9일에 국화주를 마시고,
국화꽃을 덮은 비단옷으로 몸을 씻으면 무병장수를 한다.’는 일본의 전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특히 국화가 일본의 왕가(王家)를 상징하는 문양임을 고려할 때,
그것은 일왕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흐르는 물에다 술잔을 띄워놓고 국화주를 마시면서
자신들의 권세와 부귀가 영원하기를 기원했던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9월의 화투 가운데 10점짜리 화투만이 자기 맘대로 쌍 피(2장의 피)가 될 수도 있고,
10점짜리 화투로 남을 수 있는 특권을 갖는 것도 바로 9월의 10점짜리 화투가 일왕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술잔을 의미하는
사카즈키(さかずき)와 국화를 뜻하는 키쿠(きく)간에
말운(末韻)과 두운(頭韻)이 연속성을 갖는 점도 흥미 있는 일이다.
10月<Momiji : 단풍(丹楓) : 紅葉 : maple> :
일본에서 10월은 전통적으로 단풍놀이의 계절인 동시에 본격적인 사슴 사냥철이다.
10월의 화투를 보면,
10점짜리 화투에 수(♂)사슴과 단풍들이 등장하는 것도 그러한 계절의 특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사슴을 의미하는 시카(鹿; しか)와 단풍을 뜻하는 카에데(丹楓; かえで)간에도
말운(末韻)과 두운(頭韻)이 일치하는데, 이것 역시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11월<Yanagi : 비[雨] : 柳(雨) : willow> :
<그림에 나오는 가지와 잎은 버드나무이다.>
오동잎은 일왕보다도 더 막강한 힘을 갖고 있었던
막부(幕府 : bakufu:1192~1868년에 실질적으로 일본을 통치한 세습적 군사독재자인 쇼군[將軍]의 정부)의
쇼군<세이이다이쇼군[征夷大將軍]을 줄인 말>을 상징하는 문양이며,
지금도 일본 정부나 국.공립학교를 상징하는 문양으로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는 일본 화폐 500엔(¥)짜리 주화에도 오동잎이 도안으로 들어가 있을 정도다.
그리고 닭 모가지와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는 조류 또한 평범한 새(鳥)가 아니다.
그것은 막부<幕府 : 장군의 진영>의 최고 권력자인
쇼군<Shogun, 將軍 : 일본에서 무가정권인 바쿠후[幕府]의 실권자에 대한 칭호>의 품격과 지위를 상징하는 봉황새의 머리이다.
12月<Kiri : 오동(梧桐) : 桐 : paulownia> :
<흔히 "똥", "동"으로 부른다.>
일본에서 ‘오동’이 12월의 화투가 된 것은,
‘오동’을 뜻하는 기리(きり)가 에도江戶시대의 카드였던 ‘카르타’에서 맨 끝인 12를 의미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1년 열두 달 중에서,
8월 달과 11월 달을 의미하는 화투 팔(八)과 오동(세인들은 오동을 똥이라고 얘기하는데, 그것은 잘못된 표현이다.)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달의 5점짜리 화투에 등장하는 청.홍색 띠는, 일명 ‘단책(丹冊)’이라고 하는 종이다.
일본에서는 하이쿠(俳句; はいく)라는 일본의 전통 시구<詩句>를 적을 때,
그 종이를 사용하며 크기는 대략 가로(6cm)×세로(36cm) 정도가 된다.
이것 또한 일본인들이 詩'를 짓는 풍류의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오동(梧桐)'을 11월로,
비[雨]'를 12월'로 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절기(節氣)상으로 12월은 추운 겨울에 해당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비’광을 살펴보면
웬 낯선 선비 한 분이 양산을 받쳐 들고 ‘떠나가는 김삿갓’처럼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리고 축 늘어진 수양버들(실제로는 녹색인데, 검은색으로 처리되어 있다.) 사이로 실개천이 흐르고 있고,
그 옆에는 개구리 한 마리가 앞다리를 들며 일어서려는 모습을 하고 있다.
여름 양산과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있어야 할 개구리가 혹한(酷寒)의 계절인 12월에 등장하는 것 자체가 매우 신기하다.
그러나 ‘비’광 속에 나오는 그림은 과거 일본 교과서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유명한 ‘오노<小野 道風, 894 – February 9, 966>의 전설’을 묘사한 것이다.
즉 ‘비’광 속의 갓 쓴 선비는 오노노도후(小野道風)라는 일본의 귀족으로서
약 10세기경에 활약했던 당대 최고의 서예가다.
한국 화투에서는 일본 화투에 나오는 그 선비의 갓 모양만 일부 변형시켰을 뿐, 나머지는 일본 화투와 동일하다.
또 개구리를 뜻하는 카에루(かえる)와 양산을 의미하는 카사(かさ)의 두운(頭韻)이 일치하는 것도
일본인들의 풍류의식에 따른 것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 Ono no Michikaze <小野道風(菊池容斎・画、明治時代)>-
‘오노의 전설’에 대한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일본의 서예가였던 오노가 붓글씨에 몰두하다 싫증이 나자 잠시 방랑길에 올랐다.
‘비’광에 등장하는 선비의 모습이, 머나먼 방랑길을 떠나는 오노의 모습이다.
그런데 오노가 수양버들이 우거진 어느 길목에 다다랐을 때, 아주 이상한 광경을 발견했다.
그것은 개구리 한 마리가 수양버들에 기어오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것이었다.
개구리는 오르다가 미끄러지고 또 오르려다 미끄러지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지만,
그 실패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오르기를 시도하는 것이었다.
오노는 연속적인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고 수양버들에 기어오르기 위해 노력하는 개구리의 모습을 한참동안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미물(微物)인 저 개구리도 저렇게 피나는 노력을 하는데,
하물며 인간인 내가 여기서 포기해서 되겠는가?”라는 깨달음을 얻은 뒤,
곧장 왔던 길을 되돌아가 붓글씨 공부에 정진하였고 결국 일본 최고의 서예가가 되었다고 한다.
- 玉泉帖 巻頭<Gyokusen-jo Opening> -
또 쌍 피로 대접받는 ‘비’피의 문양을 보면,
파르테논 신전의 기둥, 방안의 커튼, 문짝 등 여러 가지가 연상된다.
그런데 ‘비’피의 문양은 ‘죽은 사람을 내보내는 일종의 쪽문’으로서,
라쇼몬(羅生門)이라고도 일컬어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미 1950년에 다이에이(大映) 영화사가
라쇼몬<羅生門, らしょうもん>이라는 영화를
제작(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주연: 미후네 도시로, 교마치 코) 하여 큰 관심을 거두기도 하였다.
한편, ‘비’피가 쌍 피로 대접받는 것은 라쇼몬이 죽은 시신을 내보내는 문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귀신이 붙어있을 것이고
따라서 귀신을 잘 대접해야만 해코지를 면할 수 있다는
일본인의 우환의식(憂患意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와 비슷한 예는 우리 주변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鳥山石燕『今昔画図続百鬼』より「鬼」: Oni depicted in Konjaku Gazu Zoku Hyakki by Toriyama Sekien -
흔한 얘기로 ‘손’이라 함은 귀신을 의미한다.
어른들이 가족의 중대사(예: 결혼, 이사 등)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이 ‘손’없는 날인가의 여부다.
그때의 ‘손’이 바로 귀신이다.
전통적으로 한국인들은 ‘손’이라는 단어보다는 ‘손님’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쓴다.
‘님’字'를 붙여주는 이유 또한 ‘손’에다 ‘님’자를 붙여줌으로써
귀신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으려는 심리 때문이 아닐까?
보통 화투 묶음에는
추가적으로 쌍피 혹은 삼피<피 3장과 같다>'등의 보너스 패<'서비스 패' 라고도 불린다>'가 함께 포함되어 있어
이를 이용해 다양한 추가 규칙을 만들 수 있다.
일본 화투가 수입되기 전까지,
조선에서는 숫자가 적힌 패를 뽑아 우열을 겨루는
‘수투(數鬪)’가 널리 행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 화투가 들어오면서부터 수투가 화투에 밀려 사라지게 된 것이다.
화투의 낱장 하나하나가 일본 고유의 세시풍속, 월별 축제와 갖가지 행사, 풍습, 선호, 기원의식 심지어는 교육적인 교훈까지 담겨져 있다.
화투는 민족을 이간시키고 동질성을 분열시키는 반화합적(反和合的)인 오락에 불과할 뿐이다.
실제로 화투를 만든 일본인들은 화투를 즐겨하지 않는다.
그들이 주로 즐기는 놀이는 마작과 빠찡코이며,
약 5%미만의 일본인들이 그것도 어쩌다가 한번 정도 즐기는 놀이로 전락해 버렸다.
그런 화투를 한국인들은 죽기를 각오하고 즐기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일본과 일본인들을 경멸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화투에 미친 한국인들이 많다는 점에서 필자는 한국인의 이중적 사고와 성격을 재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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