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새로 신고된 결핵 환자가 3만9천557명으로 2010년(3만6천305명)보다 8.6% 증가했다. 시간당 4.5명꼴로 결핵 환자가 발생한 셈이다. 우리나라 결핵 환자 발병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일본의 4.3배. 미국의 22배나 된다. 결핵으로 하루 평균 6명이 목숨을 잃어 2010년의 경우 사망자가 2천365명에 이른다. 사망률 역시 OECD 국가 중 1위다. 발생률·사망률, 모두 부끄러운 수치다.
결핵은 1960~80년대에는 영양부족·심신쇠약에 빠지기 쉬운 빈곤층의 질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년인구가 늘고, 과도한 다이어트나 입시·취업 등 준비로 체력이 약해진 청소년·청년이 많아지면서 계층·연령과 무관하게 만연하는 무서운 질병이 됐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문제지만, 공기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전염돼 사실상 100% 예방하기 힘들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결핵 전문병원이 국립마산병원과 국립목포병원 2곳 뿐이다. 민간병원 116곳에 223명의 결핵상담 간호사가 배치돼 있지만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보건소가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검사·투약 수준이다. 병세 특성상 수개월 간 입원해 장기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병원이 부족하다. 1946년 개원한 국립마산병원, 1962년 설립한 국립목포병원이 의료시설을 현대화하면서 결핵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있지만 지역적으로 늘어나는 환자를 수용하기엔 역부족이다. 대규모 국립 결핵전문병원 증설이 긴박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특히 결핵전문병원이 거의 없는 중부지방에 필요하다.
이와 함께 결핵 치료를 하는 민간병원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환자들이 질 좋은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보험 수가를 올려야 한다. 종합적인 성분을 함유하지 않아 여러 개를 동시에 복용해야 하는 환자의 부담을 덜기 위해 약의 질 향상은 시급을 요한다. 정부나 국민 모두, 결핵을 경시해선 안 된다.
경기일보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