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황당한 일을 적잖이 겪게 됩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될 일이다 싶기도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 참 많기도 합니다. 제가 워낙 정치에 부정적인 생각이 깊다 보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해서는 아니 되는 일들이 정치권에서도, 삶에서도 밥 먹듯 벌어지는 게 요즘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진짜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친구들 만나러 가는 길, 버스에 타서 단말기에 휴대전화를 댔는데 잔액이 없답니다. 후불카드를 등록해 두고 몇 년을 써 온 건데...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몇 번이나 휴대전화를 단말기에 대 보았지만, 잔액이 없다는 메시지만 반복되었습니다. 딱해 보였던지, 승객 중 한 아주머니께서 대신 결제해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말씀이었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몇 번을 반복해도 안 되어 현금을 들고 운전석으로 갔더니, ‘현금 없는 버스’였습니다. 당황해하는 저에게 기사님께서 인쇄물을 하나 주시더군요, 저 같은 이가 한 번씩 있었겠지요... 게좌번호와 요금이 적힌 출력물이었습니다. 바로 송금했습니다. 문득 든 생각, 기사님이 제 송금 여부를 확인도 안 하셨는데, 그럼 양심에 맡기시는 건가... 어찌되었든 두 가지 감사함이 생겼습니다. 대신 내 주겠다던 제 또래의 아주머니, 굳이 확인 안 하고 믿어준 기사님. 덕분에 불편함에도 고마운, 기분 좋은 마음이 이어졌습니다. 원래는 상인역에서 내려 지하철을 갈아타려 했지만, 약속 장소까지 2km 거리, 그냥 걸었습니다. 항상 일찍 나서는 습관 덕분에 그리 걸었음에도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돌아보았습니다. 감사할 일이 참으로 많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감사하는 마음은, 남이 아닌 자신을 탓하고 먼저 반성하는 마음은, 함께 사는 사회에서 참으로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됩니다. 물론, 문제의식이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긴 하지만, 그 문제를 밖으로 돌리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피어날 봄꽃을 즐기기 위해 마음속 칼을 버려야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생각, 태도. 비상계획을 세워 대비하는 일, 회사에서 배웠지만 잃어버렸던 참으로 중요한... 휴대전화의 후불 체크카드 등록 기능을 믿고 활용하더라도, 문제 가능성에 대비하여 비상 카드 하나 정도는 가지고 다녀야겠습니다. 늦게나마, 되새김 했기에 다행스럽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봄이 오지 않았습니다. 왔지만 오지 않았습니다. 춘래불사춘. 그래도 수목원에서는 봄이 제대로 느껴집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794751474
북삼면, 세 사찰이 경계도 불명확하게 공존하고 있었습니다. 요리 탕평채에 어린 정신, 바람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3798089858
꽃을 보려면(모셔 온 글)====================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정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