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이 될 무렵 나의 꿈은 주머니가 많이 달린 여행가방과 펠리컨 만년필을 갖는 것이엇다. 만년필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낯선 곳에서 한번씩 꺼내 엽서를 쓰는 것.
만년필은 잃어버렸고, 그것들을 사준 멋쟁이 이모부는 회갑을 넘기자 한 달 만에 돌아가셨다.
아이를 낳고 먼 섬에 있는 친구나, 소풍날 빈방에 홀로 남겨진 내 짝 홍도, 애인도 아니면서 삼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은 남자, 머나먼 이국땅에서 생을 마감한 삼촌...
추억이란 갈수록 가벼워지는 것. 잊고 있다가 문득 가슴 저려지는 것이다.
이따금 다락 구석에서 먼지만 풀썩이는 낡은 가방을 꺼낼 때마다 나를 태운 기차는 자그락 거리며 침목을 밟고 간다. 그러나 이제 기억하지 못한다. 주워온 돌들은 어느 강에서 온 것인지, 곱게 말린 꽃들은 어느 들판에서 왔는지.
어느 외딴 간이역에서 빈자리를 남긴 채 내려버린 세월들.저 길이 나를 잠시 내려놓은 것인지, 외길로 뻗어 있는 레일을 보며 곰곰 생각해 본다. 나는 혼자이고 이제 어디로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서른살이 될 무렵 나의 꿈중 하나는 혼자서도 길 잃지 않고 큰 산을 거침없이 오르내리는것이었다. 두 다리는 언제든 맘만 먹으면 지침없이 내가 원하는 산으로 성큼 걸음을 옮겨놓아 줄 튼실한 재산.
그 다리의 한쪽 무릎은 소백산 하산 중에 부상을 당했고, 그 때 나를 등에 업고 내려왔던 선배님은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지금은 연락마저 끊겼다.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는 친구나, 여전히 내 단짝으로 남아있는 친구 달래, 애인도 아니면서 점점 강도가 짙어지는 노처녀 히스테리 다 받아내고 있는 내 일기장, 머나먼 이국땅에서 외로움 이겨내며 공부하고 있는 내 동생..
추억이란 갈수록 은근해 지는 것. 잊혀졌겠지 싶지만 비오는 날 뽀얗게 내 몸에서 피어올라오는 수증기처럼 그 기억에 아롱아롱 간지러워지는 것.
첫댓글 조만간 함께 산행하장^^ 나두 김수영씨 무지 좋아해~ 그리고 진상도 좋아행..ㅋㅋ
아우~~ 울 엄마 날 왜 이렇게 이뿌게 낳아가지고 사람들 마다 죄다 날 좋아하니 어쩌면 좋아~~ ㅋㅋ^^::
아, 계족산에서 길 잃는 사람은 딱 두명 봤지, 하이디 포함해서...쩝 참 희한하지...10km나 족히 벗어나는거 말여...타고난 방향감각을 어쩌겄나...걍 그렇게 살아야지 뭐...ㅋㅋ
그래도 인복도 함께 타고나서 어떤 험난한 여정에도 정말 결정적인 순간엔 슈퍼맨들이 날아와준다오~^^ 부럽져??
울자기.. 근거도없고 밑도끝도없는 그 방향감각만 가지고 비온뒤 미끄덩거리는 그 계족산을 혼자갔다 이말이지ㅠㅠ 토욜날 간거여?? 토욜은 내하고 통화한 날인디~ 산행은 일욜아녀?? 10일??
그러게.. 얼마나 고생했음 날자도 헛기억하것냐..흐흑``
얼~~ 아치옵, 소리옵 잘 지내시는지요..??
언냐가 후기쓴지가 언제인지 몰것당....머리속에 점점 녹물이 차올라....아..옛날이여~~
하이디글~~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