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 : 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만화책 6권)
이춘아
요시다 아키미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만화책 6권)가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 번역출판되었고, 이 만화책을 원작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2015년 같은 이름으로 [바닷마을 다이어리] 영화를 만들었다.
‘이동진의 빨간책방’ 팟캐스트를 듣고 나서 무엇엔가 느낌이 와서 만화책도 사보았고, 영화도 보았다. 책 소개 팟캐스트를 자주 듣는다. 소개된 책이라고 해서 다 사서 보게 되지는 않는다. 뒹굴거리며 보았던 만화에 대한 향수. 열권씩 빌려와서 식구들이나 친구들과 방바닥에 엎드려 보던 그 향수에 자극되었나보다. 거금을 주고 산 6권 만화를 보는 내내 행복한 느낌. 그것은 작가가 전하고자했던 따듯한 느낌과도 맥을 같이 한다. 소설은 한 선을 따라 이야기를 전개해나갈 수밖에 없는 한계를 만화는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아무도 모른다] 등의 영화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라 이 역시 만원 거금을 주고 영화를 다운받아 보았다.(조금만 더 참으면 값이 떨어지겠지만 더 기다릴 수 없었다). 이 영화도 좋았지만, 영화 역시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원작만화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확 줄여 4자매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현실은 동시다발적으로 스토리와 느낌들이 혼재되게 된다. 만화라는 매체가 어쩌며 현실을 더 확실하고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혼자있을 때, 여러명이 있을 때라도 말과 표정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제각각 생각하고 있는 것들도 있는데, 말풍선을 통해 말과 생각들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에 가까운 리얼스토리가 가능하다. 이러한 것들 때문에 아이들이 만화를 훨씬 더 좋아한다고도 볼 수 있다. (과연 그러한가???)
만화는 동경에서 가까운 카마쿠라가 주 배경으로 나오고, 카나자와도 나온다. 이 두곳 다 내가 다녀왔던 곳이라 더 느낌이 있었다. 작가는 전통문화가 강한 곳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일본의 전통문화를 더 느낄 수 있게 한다. 일본 역시 급변하는 가족해체를 통해 구성원들이 겪는 어려움이 주 스토리이지만 작가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를 통해 다시금 회복해 나가게 한다. 대도시에서는 실제 있기 어려운 배경이지만 전통이 있고, 이웃이라할 수 있는 마을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하다. 잡혀진다는 느낌이 있는 이웃 동료들이 있을 때 마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장례와 관련된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죽음과 삶이라고 간단하게 단어로 표현하기를 배워왔지만 실제 우리의 현실은 그 단어에 겹겹으로 층층으로 이야기가 있고, 역사적으로 부피를 얹은 문화적 의례를 통과해야한다. (내가 이러한 표현을 끌어낼 수 있도록 한 만화작가의 힘!)
일상에서 흔히 있어나는 생각들을 단어로 문자로 표현해 줄 때 그걸 명대사라고 한다면 이 만화에는 명대사들이 많다. 내가 메모를 해보았다.
‘몹쓸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잖아’
‘몹쓸 사람이었는지는 몰라도 다정한 사람이었어’
‘물론 본인으로선 그것도 최선을 다한 거겠지. 그런 의미에서 거짓은 아니야 그게 한계인거지’
‘이런 저런 일들이 있지만 다 그런거지요’
‘꽃이건 나무건, 살아있는 건 모두 손이 많이 가게 되어 있어’
‘그때 난 엄마가 끌어안고 있던 어둠의 크기를 알겠더라’
‘참 모르겠다. 나한테 그 집은 숨막히는 곳이었는데 너희에겐 그렇게 소중한 곳이라니’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지’
‘담담함도 심란함도 모두 잊을 수 없는 나의 일부인 것이다’
‘“싫어한다”는 “좋아한다”보다 훨씬 빨리 전해지는지도 모른다’
‘비로소 나도 내가 가야할 길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애를 써도 끊어져버리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생각지도 않게 이어지는 인연도 있다’
첫댓글 빨간책방 1월13일 방송이었네요.
챙겨 듣다가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시간 될 때 들어봐야겠어요.
영화예고를 보니 어촌마을 풍경도 좋고,
자매이야기들도 공감이 되고,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일 것 같아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도 잔잔하게 여운이 남는 영화였는데 그보다 더 아름다운 영화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