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날 열루절루 채널을 돌려 봐도 여엉 방송 프로 시덥쟎고..
할 일도 마뜩챦고.. 그래서 오랜만에 비디오 빌리러 갔죠...
원래는 '후아유'를 고르려고 했는데 -- 그래요... 저 나영빠돌이
됐어요 ^^;... 그 사실은 집사람한테도 비밀이예요.. -- 것도
신프로라고 누가 벌써 빌려가고... 그래서 깨작깨작 고르다가
'뷰티풀 마인드'를 골랐습니다... 얘 키우느라고 극장에도 못갔다는
티가 팍팍 나죠??
영화 자체는 정말 잘 쏘옥 빠졌더군요... 스토리 튼튼하고..
매끈한 컷 구성에.. 뭣보다도 러셀 크로우의 빛나는 연기가
인상 깊었다는...
푸후후~~ 원래 제가 사람 얼굴을 잘 못알아보는 둔치이기 때문에
처음엔 남자 쥔공 보고 '야 제 정말 러셀 크로우 닮았다.' 그러고
보고 있는데... 집사람이 그러더군요.. '맞아 제 러셀 크로우야'
좀 놀랐죠... 왜냐하면 글래디에이터의 그 한 갑빠 들어간 모습만
보다가 찌그러진 정신 병자의 천연덕스런 모습으로 대하니까..
근데요... '네 멋'이 선사해준 삶의 일탈에서 오는 해방감과
낭만을 이 영화가 아주 무참히 짖밟았습니다...
전 영화 속 쥔공이 넘 비겁해 보이더군요...
자기 눈으로 똑바로 보이는 현실 앞에서 주위 사람덜이 아니라고
하니 그대로 좌절하고 침잠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자기 눈에 저처럼 똑바로 보이는데 아니라고 할 수 있는지..
과연 뭐 때문에, 무슨 근거로 자기 눈에 보이는 저 광경이
환상이라고 평생 동안 자신을 세뇌할 수 있는지...
단지 자기 아내를 누구보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 남자 쥔공은
자기 아내와 함께 미쳐 버릴 수는 없는 걸까요...
자기 눈에 보이는 저 모습을 남이 환상이라 하든 말든 자기 아내와
공유하면서 살 순 없었던 걸까요...
영화가 주는 그 음험하고 삭막한 메시지에 '아니야'라고 절규하고
싶지만 영화 자체가 만만하지는 않더군요.
어떻게 보면 제 자신도 그 영화 속 쥔공처럼 환상이 사실인양 믿고
허무하게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욱 그
영화가 짜증나고 힘들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난 그래도 '아니야'라고 외치고 싶네요...
말이 안되는 상황, 도저히 현실 속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
도저히 행복이라곤 한 포기도 제대로 자랄 수 없는 척박함 속에서
그덜은 행복하다는 역설을 강요하고 세뇌시키는 이 골때리는 드라마에
아직도 이렇게 입을 헤벌리고 일희일비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이 세상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희망을 저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걸 부정하는 논리가 정교하고 사실적이여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