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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목요일 |
연중 제34주간 목요일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순교자 기념 |
알아들어야 할 진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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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은 빌라도 앞에 서 계신 예수의 침묵을 떠올리게 한다. 수많은 죄목으로 고발당하면서도 자신을 방어하지 않으셨던 예수. 그러나 빌라도는
그 침묵을 알아듣지 못했다. 빌라도는 ‘진실’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이 진실은 예수님과 아버지의 관계 그 자체이시고 생명을 주는
친밀함이니 이 친밀함 안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알아들을 수 있는데도 그렇지 못했다. “예루살렘이 적군에게 포위된 것을 보거든 그곳이 황폐해질 때가 가까이 왔음을 알아라. 그때에 유다에 있는 이들은 산으로 달아나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 나가고,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마라. 그때가 바로 성서에 기록된 모든 말씀이 이루어지는 징벌의 날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지은 죄에 대한 벌은 반드시 내리시겠다는 말씀이다. 이 말씀은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기 위해서 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우리를 그런 재앙에서 구하기 위한 말씀이다. 그러면 그런 재앙을 면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지금 그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알면, 곧 하느님을 배신하고 몹쓸 짓을 하고 명령과 법을 어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산으로 달아나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 나가고,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무슨 뜻일까? 빨리 산으로 달아나라는 말은 하느님께 돌아오라는 말이다. 성서에서 산은 하느님이 계신 곳을 가리킨다. 따라서 더이상 죄를 짓는 예루살렘에 머물지 말고 이제는 뉘우치고 하느님께 돌아오라는 말씀이다. 그리고 예루살렘에 있는 이들은 거기에서 빠져 나가라는 말은 악의 구렁에서 나오라는 말씀이요, 시골에 있는 이들은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것은 죄짓는 악의 구렁으로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결국 오늘 복음은 세상 종말에만 일어날 일이 아니라 이미 ‘사람의 아들인’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심으로써 옛 예루살렘은 멸망하고 새 예루살렘이 건설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회개하지 않고 죄의 구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하신 말씀이다. 따라서 지금은 이미 이 세상에서 시작된 천상 예루살렘의 삶을 살기 위해 옛 예루살렘에서 나오는 때요,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 복음의 말씀을 살아야 할 때라는 말씀이다. “오, 주님. 오늘 저는 엄청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온 존재가 두려움의 침략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 평화, 아무 휴식도 없이 다만 두려움만 있을 뿐입니다. 정신적 몰락, 잘못된 삶을 살아간다는 두려움, 거부와 심판의 두려움 그리고 당신에 대한 두려움뿐입니다. 오, 주님. 당신도 두려움을 아셨습니다. 당신은 깊이 번민하셨고 당신의 땀과 눈물은 당신의 두려움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 주님. 제 두려움이 당신의 두려움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그 두려움이 저를 암흑이 아니라 빛으로 이끌게 하시고 당신 십자가의 희망을 새롭게 이해하도록 이끄소서.”(헨리 나웬, 「자비를 향한 외침」 중에서) |
최기도 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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