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막인생- 제주생활(3)
2018년
2018.9.15 신화테마파크
딸과 아내와 함께 간 신화테마파크 한 쪽에
아주 조그마한 스케이트장이 있었음.
45년 만에 타보는 스케이트
옛 생각이 나서 타려고 하니 롱(long)은 없고 피겨만 있었음.
피겨는 처음 타 보았지만 몸이 알아서 반응
구경하던 사람들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칭찬소리가 들림.
학창시절 만국기가 걸린 논에 물을 부어 얼린 스케이트장에서
'검은 고양이 네로'의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추위도 잊고 신나게 얼음을 지치던 추억에
잠시나마 젖어보았습니다.
짱구와의 사별
(2018.12.10)
며칠 전부터 짱구가 밥도 먹지 않아
우유, 과자, 커피 등을 주었지만 역시 먹지 않았고 피골이 상접해
종이장 정도의 무게밖에 나가지 않는 것 같았다.
어제 부터는 물도 마시지 않고 가끔씩 끙끙 앓는 소리를 내었다.
아내는 딸 집에 가 있고, 낮에는 마늘 작업한다고 돌보지 않다가
오늘 저녁에 보니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다.
물을 먹이려고 물을 입에 갖다대자 몇번 마시다가 뽀글뽀글 물방울이 올라왔다.
삼키지를 못하고 뱉는 것 같았다.
요에는 똥을 싸서 범벅을 해 놓았다.
먹은 것도 없는데 아마도 마지막 배설물을 쏟아내는 것 같았다.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 같아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 살피니
숨소리가 거칠고 가끔씩 앓는 소리를 내며
거의 기력이 다 떨어져 목도 가누지를 못했다.
어둡기 전에 창고에 가서 종이상자에 화선지를 깔고
관을 준비하고 묻은 곳을 선정해 파 놓았다.
방에 들어와 손을 몸에 얹고 살피니 또 똥을 싸고
점차 신음소리도 내지 않고 입이 조금 벌어지며
전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몸은 아직 온기가 남아 있다.
20여년 동안 동거동락을 한 짱구와의 추억이
주마등 처럼 지나가며 눈물이 난다.
부모님의 임종도 지키지 못한 내가
처음으로 강아지의 임종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임종전 증상을 보면, 하루종일 누워서 잠만 잔다.
잘먹던 사료나 간식 심지어 물조차 거부한다.
괄약근에 힘이 없어 대소변 실수가 잦다.
숨쉬기 힘들어 숨소리가 거칠고
고통으로 인해 앓는 소리를 낸다고 한다.
짱구의 생일은 모른다.
서울에서 삼성 아파트 엘리사벳 자매님이
당신 조카딸이 키우던 강아지인데 시집을 가게 되어
우리에게 키우라고 준 것이 1999년 이니까
추정컨데 98년 생쯤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보통 강아지는 15년 산다는데 만 20년을 살아 장수한 것이다.
특히 잔병치레 하지않고
건강하게 살다 세상을 떠난 것은 크나큰 복이다.
짱구는 우리 식구로서 한 자리를 차지해
여행을 갈 때도 데리고 다녔다.
제주로 이사할 무렵부터는 눈에 백내장이 와서
잘 보지를 못하고 청각에도 약간의 이상이 있었다.
혹시 이사도중 죽을까 걱정이 되어서
이사하는 것이 무척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딸이 함께 이사에 동참해서
무사히 제주도 생활까지 하게 되었다.
제주에서도 3년 4개월을 살았다.
짱구와의 이별을 생각하면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인 것은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어두워져서
그나마 정을 떼는데 일조를 했다.
수발을 드느라 고생은 했지만…
이제는 짱구와의 추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
오늘 밤은 잠을 못잘 것 같아 소주 한 잔하고
짱구와 함께한 삶을 회상하며 짱구의 시신을 지켜야겠다.
이제 힘들었던 짱구와 사별의 아픔도
서서히 아물고 있습니다.
15살로 5년 어린 친구와의 사별이 또 남아있지만
제주에서의 생활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첫댓글 2018년도에는 다사다난했군요 교통사고에 짱구의 죽음 무덤까지 인상적이네요
스케이트는 수준급이시고 ㅎ
재밌게 잘봤어요
감사합니다.
지나온 발자취를 돌아보면 모든 것이 은총이지요~^^